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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재발견]HEV 택한 중견3사, 전기차에만 집중 못하는 '사정'⑥EV·HEV 투트랙으로 선회한 KG, 내연·하이브리드 신차출시 몰두하는 GM·르노

허인혜 기자공개 2023-09-26 07:23:50

[편집자주]

진화에 꼭 필요한 요소가 혼종(hybrid)이라면 하이브리드차는 그 이름부터 진화의 첫 걸음이다. 첫 하이브리드차로 거론되는 포르쉐 박사의 믹스테(Mixte)도 프랑스어로 '혼합된'이라는 뜻을 담았다. 1990년대부터 양산된 하이브리드차는 오랜 길을 걸었던 만큼 점차 당연한 존재가 됐지만, 최근 다시 핀 조명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내연기관차가 속도를 줄이고 전기차가 시동을 켜는 현 시점에 맞춰 하이브리드차의 역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더벨이 하이브리드차의 히스토리와 역할, 전망을 '재발견' 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잦은 새 다짐은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특히 여러 위기로 기로에 섰거나 그때문에 손바뀜이 잦았던 기업이라면 더 그렇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그룹과 중견 3사인 KG모빌리티와 한국GM, 르노코리아가 나눠갖고 있지만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평정한 시장에 가깝다. 중견 3사는 각각 다른 배경으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중견 3사의 '재도약' 다짐이 거푸 계속되는 이유다.

중견 3사는 각자의 이유로 차세대 모빌리티 판매·개발 속도도 더디다. KG모빌리티는 생존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했고 해외 완성차 기업의 한국 법인들은 본사의 미래차 지침과 국내 생산 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3사의 차종 중 주목할 만한 전기차가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밖에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빠질 수는 없는 일, 중견 3사가 새 활로로 찾은 건 하이브리드 차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당장 전기차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하이브리드차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마지막 재도약을 약속한 KG모빌리티는 전기차에 집중됐던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 최근 하이브리드차를 더했다.

◇'전기차 집중'한다던 KG모빌, HEV로 라인업 확대

KG모빌리티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기차에 집중돼 있었다. KG모빌리티는 2022년에야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내놓을 만큼 출발이 더뎠고, 그래서 전기차 개발에 초점을 맞춰 속도를 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만해도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가 좋았다. 금방이라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한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다시 하이브리드차 대세론이 일면서 KG모빌리티의 전략에도 변화가 보였다. KG모빌리티가 '하이브리드'라는 카드를 고심 중이라는 소식은 올해 8월 알려졌다. 고심은 결심으로 굳어졌고, 이 결심은 21일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마이크를 잡은 미래 발전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확신이 됐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공식화했다. '하이브리드'라는 다섯 글자가 추가됐지만 개발과 생산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큰 마음을 먹은 셈이다. 곽 회장은 "우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새로운 시장에 갈 수 있을 지를 고민 중"이라며 "다시는 적자기업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KG모빌리티의 하이브리드차가 출시되면 양산차로는 최초다. 그동안 컨셉트카만 공개해 왔다. 현재는 가솔린과 디젤 기반의 엔진과 전기차 토레스 EVX를 생산 중이다.

올해 1월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내건 '토레스 하이브리드 LPG'가 출시된 바는 있다. 다만 이 차는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차라고 인식하는 하이브리드-전기차와 달리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솔린과 LPG 두 가지 연료를 혼용한다는 면에서 넓은 의미의 하이브리드에는 포함된다. KG모빌리티가 미래 역점으로 삼은 하이브리드는 전기와 디젤·가솔린 혼용 방식의 통상적 모델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개발 경력자, 전략 차종 '토레스' HEV에 거는 기대

다행인 점은 KG모빌리티가 이미 하이브리드카 출시 직전까지 가봤던 경험이 있다는 것. KG모빌리티가 회생의 카드로 하이브리드를 내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비운 탓에 하이브리드차 출시는 늦어졌지만 모델을 개발한 건 이미 16년 전의 일이다.

2007년 SUV 카이런의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과 시험차량 운행에 나섰다. 이듬해인 2008년 제네바 모터쇼 등에 디젤 하이브리드차를 베어섀시(차량의 동력기관과 뼈대만 남겨둔 형태)로 공개한 바 있다.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인 '에코 C200'의 콘셉트카를 내놓은 게 2009년이다.

연구개발은 이미 마쳤고 하이브리드차 양산을 위한 생산라인 변경에도 시동을 걸었다. 2009년 하이브리드형 에코 C200의 출시를 예고했다. 뒤를 이을 다음 차도 미리 마련해 놨다. SUV 카이런의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로 2011년 시범 보급에 나선다는 목표였다.

잘 알려진 대로 유동성 위기 탓에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그래도 열정은 이어왔다. 2014년 베이징 모터쇼에서 소형SUV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XLV'를 선보였다. 디젤엔진과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2016년에도 제네바 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컨셉트 모델 SIV-2를 출품했다.
2016년 KG모빌리티가 내놓은 SIV-2 컨셉트카. 사진=KG모빌리티
중견 3사가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몇 가지 힘이 있다. 첫 번째가 스타 차종의 탄생이다. 한국GM에게는 쉐보레, 르노에게는 QM이 있다. KG모빌리티는 쌍용자동차 시절부터 터트린 히트작들과 그 헤게모니를 미래 전략의 구심점으로 삼을 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2025년 내놓을 하이브리드 모델은 KG모빌리티의 구원투수이자 전략 차종인 토레스 기반일 것으로 전망된다. 엔진 효율을 43% 이상 개선한 모델 출시가 목표다.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듀얼 모터·컨트롤러가 적용된 DHT(하이브리드 전용 멀티모드 기어박스)를 적용한다.
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전기차 시큰둥한 한국GM, 하이브리드 신차 끄는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전기차 경쟁에서 한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한국GM은 내연기관차 중심의 신차 마케팅에 더 주력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에 이어 창원공장에서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양산을 시작했다.

하이브리드에 보다 적극적인 곳은 르노코리아다. 르노코리아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인 '오로라'를 통해서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첫 개발 모델이다. 중국 지리자동차 관계사인 볼보의 CMA 플랫폼을 활용해 부산공장에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 법인들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시큰둥한 것은 한국GM의 사례에서 더 명확하게 보인다. 한국GM은 5월 경영현황 설명회를 통해 한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모든 경쟁자가 뛰어든 시장에서 발을 빼는 건 그만큼 승산없는 싸움이라는 뜻, GM은 특히 한국에서는 GM의 전기차 경쟁력이 크지 않다고 봤다.

현대차그룹의 홈그라운드에서 굳이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는 게 GM의 현재 입장으로 보인다. 게다가 각국의 자국산업 보호 흐름에 따라 GM으로서는 한국 생산 전기차의 수출 이점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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