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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략장비 빌드업]AI 끌고 HBM 미는 반도체 '골든 사이클' 오나[총론]일본 후공정사 주가 급등…삼성전자 1년 만에 서버용 D램 PO 유력, 각종 지표도 호전

조영갑 기자공개 2023-10-10 08:21:59

[편집자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섹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테크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전선에 나서면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택이다. 이를 대비해 그간 전략장비를 개발, 테스트해온 제조사들 역시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벨은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킬 아이템'을 중심으로 호황 싸이클 지형도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후공정 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 증시가 긴 추석 연휴를 만끽하고 있을 지난 2일 도쿄발 증시 소식이 한국 기관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일본 반도체 관련 소부장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오른 탓이다. 특히 일본 톱티어 후공정 장비사인 디스코(Disco Corp.)의 주가가 2만8495엔(25만8370원)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신고가(3만엔)를 눈앞에 두자 글로벌 반도체 전방산업이 드디어 불황의 터널을 지나 기지개를 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디스코는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후공정 기업이다. 반도체 웨이퍼를 얇게 깎는 그라인더(grinder) 장비와 칩 절단 장비인 다이싱 쏘우(Dicing saw) 장비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 중 디스코의 절삭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고가 근처에 이른 디스코의 주가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방 고객사들의 라인 투자가 임박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의 전조라는 이야기다. 실제 2일 일본 반도체 관련 장비사들의 종목 색깔은 온통 붉은 색을 기록했다. 디스코가 3.21% 상승하며 눈길을 끌었고, 아드반테스트(Advantest) 4.14%, 레이져테크 3.70%, 신에츠화학 1.57%, 동경정밀 2.54% 등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본, 대만 등 반도체 경쟁국들 메모리 '훈풍'

▲일본 Disco의 주가 흐름
파운드리 생태계가 잘 갖춰진 대만으로 눈을 돌려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만의 대표적인 서버 BMC(Baseboard Management Chip) 제조사인 Aspeed Technology의 영업이익은 1월 2억2000만 타이완달러(약 92억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매달 점진적으로 상승해 8월 2억4342만 타이완달러(약 103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큰 폭의 증가세는 아니지만, 올해 서버 불황 사이클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Aspeed는 서버용 BMC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공급사다. BMC는 시스템의 하드웨어 성능과 상태를 원격 모니터링하는 데 필요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반도체다.

시장이 Aspeed의 실적에 주목하는 이유는 Aspeed의 실적이 글로벌 서버업황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대용량 서버시장도 서서히 업사이클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만의 D램 메이커인 난야테크놀로지(Nanya Technology)역시 꾸준하게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최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9월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8월까지의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반도체 산업은 아직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상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감산의 여파로 생산지수는 2023.8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4.8% 빠졌고, 출하지수 역시 965.3으로 전월 대비 -31.2% 빠졌다. 재고지수는 1374.9로 전월 대비 4.0% 늘었다. 재고가 여전히 쌓여 있어 생산과 출하의 물꼬가 트이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발 '출하 낭보'가 전해지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약 1년 만에 북미 데이터센터 고객사로부터 일반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신규 PO(구매주문)를 확보,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쌓이기만 했던 재고가 드디어 출하 피리어드(period)를 맞게 됐다는 이야기다.

특히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1월 16주에서 9월 현재 8주로 절반 가량 감소하며 정상 수준에 진입, 4분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버용 D램의 최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가 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AI(인공지능) 기술이 견인하고 있는 HBM(고대역메모리반도체) 시장 역시 장기적으로 호황이 예고돼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당 시장을 상당 부분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HBM의 수요는 올해부터 큰 폭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YoY)을 보일 전망이다. 전년 대비 증감율은 2023년 +43%, 2024년 +98%, 2025년 +54%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다.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HBM, 국내 장비사들 '방긋'

일반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출하 물꼬가 트이고, HBM 시장의 고성장이 예고돼 있는 만큼 생태계의 구성원인 장비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출하를 준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공격적 투자가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모양새다.
▲D램과 낸드의 현물가격 추이. 4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후공정 장비사로 꼽히는 한미반도체는 4일 596억원 규모의 SK하이닉스향 공급계약 공시를 내고, HBM 관련 장비를 본격적으로 출하한다고 밝혔다. 품목은 HBM 제조용 'DUAL TC Bonder 1.0 Griffin'(TC본더)이다. TC(Thermal Compression)본더는 가공을 마친 웨이퍼에 개별칩을 적층하는데 사용되는 장비다. TSV(실리콘 관통전극) 방식으로 고적층 HBM에 최적화된 3세대 하이퍼 모델이다. 계약기간은 내년 4월까지다. SK하이닉스의 HBM 대량 출하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디아이티의 행보도 거침이 없다.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레이저 어닐링(Laser annealing) 장비를 양산 공급하고 있는 디아이티는 총 5대 가량의 어닐링 장비를 SK하이닉스에 반입한 데 이어 최근 149억원 규모의 정식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HBM3E 양산라인에 당당하게 진입했다. 레이저 어닐링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의 급속어닐링(RTA) 대비 뒤틀림 등 불량을 개선한 공정이다. 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 디스코의 피어그룹(유사기업)으로 꼽히는 이오테크닉스 역시 삼성전자와 손잡고 전략장비 입고를 서두르고 있다. 이오테크닉스는 삼성전자 D램 1z(3세대 10나노) 이하 공정에 레이저 어닐링 장비를 납품한 데 이어 레이저 그루빙(Laser Grooving) 장비와 레이저 스텔스 다이싱(Laser Stealth Dicing) 장비 역시 개발을 완료, 고객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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