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3]"영국·러시아 근무 경험 북미에 녹이겠다"(6)정석영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 "고객과 당국의 높은 금융 눈높이 충족해야"
뉴욕(미국)=최필우 기자공개 2023-10-18 07:14:32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에 취임한 뒤 북미 21개 영업점을 모두 방문했습니다. 앞서 영국 지점과 러시아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고 있는 영업점과 적극 소통하고 내부통제에 철저히 임해 고객과 당국의 높은 금융 눈높이를 충족시키겠습니다."정석영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사진)은 우리금융 글로벌 담당 임원 중 손꼽히는 베테랑이다. 우리은행 영국 지점과 러시아우리은행 법인을 거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을 두루 경험했다. 기업대출과 IB 경험이 풍부한 것은 물론 신흥 시장에서 영업 채널을 개척했다. 미국 남부 영업망을 강화하고 한국계 지상사 고객을 늘릴 적임자인 셈이다.
정 법인장의 우리금융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경험도 우리아메리카은행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 금융 당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내부통제 기준을 금융회사에 적용하고 있다. 중소형 은행 유동성 위기 여파와 고금리 장기화 추세에 대응하는 게 정 법인장의 과제다.
◇선진국·신흥국 모두 거친 '글로벌 베테랑'
정 법인장은 1964년생으로 1983년 부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연세대 졸업 후에는 은행이 아닌 럭키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금융권 경력을 시작했다. 럭키증권은 훗날 LG증권, LG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우리금융에 인수되면서 우리투자증권이 된다. 정 법인장 입장에선 은행 입행에 앞서 우리금융과 간접적인 인연을 맺은 셈이다.
정 법인장은 1996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으로 적을 옮겼다. 상업은행이 국제부 업무를 담당할 경력 사원을 뽑을 때 지원했고 딜러(Dealer)로 채용됐다. 은행원 경력을 국제부에서 시작하면서 글로벌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그는 2002년 영국 지점으로 이동했다. IB 딜이 많은 영국 금융 시장 특성상 관련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런던 지점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2004년에도 투자금융부에 배치돼 IB 전문성을 키웠다. IB, 트레이딩, 파생 업무 경력은 인정받은 그는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2008년 양점동지점장, 2010년 목동중앙지점장을 역임한 그는 2011년 러시아우리은행 법인장에 취임했다. 당시 러시아우리은행은 영업력과 글로벌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었지만 금융회사에겐 진입장벽이 높았다.
정석영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은 "러시아법인 설립 초창기에 법인장으로 근무하면서 현지 고객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개척한 경험이 있다"며 "2010년대 초반 러시아에 법인을 두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 뿐이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채널과 고객 확대에 임했다"고 말했다.
정 법인장은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에 취임한 이후 북미 지역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글로벌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 미국 남부에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다. 금융 규제가 깐깐한 선진국과 채널 확대가 만만치 않은 신흥국의 특성을 모두 갖춘 시장이 열린 것이다.
정 법인장은 "러시아는 미국과 정치, 경제, 금융 환경이 다르지만 현지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 영업이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현장에서 발로 뛰며 네트워크를 개척한 경험이 우리아메리카은행 영업 성과 증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 시장에 최적화된 CRO 경력
정 법인장은 글로벌과 영업점 외에도 그룹 CRO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2020년 지주 CRO에 취임해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3년 간 재직했다. 총자산 500조원에 달하는 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를 책임진 것이다.
이는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에 최적화된 경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은행보안규정(BSA), 자금세탁방지(AML) 등의 분야에서 현지 감독 기관의 검사와 관리가 매우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위반시 천문학적인 벌금이 부과되고 영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 법인장은 "미국은 사법 리스크가 큰 금융 시장으로 준법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존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중소은행 파산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에도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 FHLB(연방주택대출은행)에 약 8억5000만달러 ,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약 1억2000만달러, 총 9억7000만달러의 담보부 차입가능액(크레딧라인)을 확보했다. 비상 상태가 발생해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리커버리 플랜(Recovery plan)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인 끝에 한인은행 최고 수준의 건전성 지표를 확보했다. 지난 6월말 우리아메리카은행 연체율은 0.04%,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05%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숙박업·요식업·임대업 등 고위험 업종과 부실 우려 자산에 대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한 끝에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
정 법인장은 "우리아메리카은행의 수신 자산 중 40~50%가 일시에 빠져나가도 유동성을 커버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고 자본비율에도 문제가 없다"며 "수익성 측면에서 지나치게 욕심을 내기보다 내실을 기하면서 꾸준한 성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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