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예보 잔여지분 인수 '주가 부진' 덕 본다 연내 1120억 들여 1.2% 매입…지난해 5월 블록딜 대비 주가 19% 하락
최필우 기자공개 2023-10-05 15:54:24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예금보험공사 보유 잔여 지분을 인수하면서 민영화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다. 1.2% 남은 우리금융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로 하면서 22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달성하게 됐다.우리금융 주가는 지난해 예보가 블록딜로 일부 지분을 처분할 때와 비교해 19% 하락했다. 주요 은행금융지주 중 가장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속앓이를 했는데 이번 딜에서만큼은 덕을 보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줄곧 강조하고 있는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주가 저평가 국면 판단, 미뤄둔 숙제 마무리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예보 보유 우리금융 지분 935만7960주를 내년 말까지 전량 인수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우리금융 전체 지분의 1.2%에 해당한다.
이번 양수도 계약으로 우리금융은 민영화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다. 예보는 2001년 3월 우리금융에 12조7663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22년에 걸친 공적자금 회수 작업을 벌였고 12조8672억원을 회수했다. 잔여 지분 규모가 크지 않아 우리금융은 이미 실질적인 민영화 상태지만 정부 보유 지분이 0%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예보는 이번 계약에 앞서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18일 2.33% 지분을 매각해 2589억원을 회수했다. 당시에는 블록딜 방식이 사용됐는데 거래가 이뤄진 날 종가는 1만4900원이었다.
이번 양수도 계약 하루 전인 지난 4일 우리금융 종가는 1만2040원이다. 지난해 예보의 블록딜 시점과 비교해 19.2%(2860원) 하락했다. 올해 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주가 반등 기대감을 높였으나 전고점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 주가 부진은 이번 지분 인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블록딜 당시보다 대폭 낮아진 주가로 지분을 매입할 기회를 얻었다. 현 주가를 저평가 상태라고 보고 언젠가 마무리해야 할 예보 지분 정리 작업에 나선 것이다. 임 회장이 비용 절감을 핵심 경영 아젠다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 인수에 드는 자금을 아낄 수 있는 시기다.
예보는 이미 대부분의 우리금융 지분을 정리했다. 지난 해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해도 전체 회수 성과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고 계약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비효율 제거에 초점 맞춘 내부정비 작업
이번 지분 인수 계약은 임 회장 취임 후 진행되고 있는 지배구조 정비 작업의 연장선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우리종합금융,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합병해 하나의 자산운용 계열사만 남기기로 했다. 예보 지분을 인수하면 주주사 중 한 곳을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은 내부 정비 작업은 경영 측면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종합금융과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해서 지배주주순이익과 자본비율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는다. 자산운용사 통합도 운용 성과나 보수에 영향을 줄 만한 이벤트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예보 잔여 지분 인수도 투입하는 비용에 부합하는 경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딜은 아니다. 우리금융은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1120억원을 써야하지만 소각 외에는 인수 지분의 용처가 마땅치 않다.
임 회장이 취임 1년차에 그룹 곳곳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이번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보다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조직이나 경영 구조를 해소해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올해 큰 규모의 M&A에 나서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임종룡 회장 취임 1년차에 실익은 크지 않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내부 정비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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