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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리더들의 시간]격랑의 반도체…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명성에 흠일까②'조단위' 적자 지속 불구 대체할 인물 없다는 평

이호준 기자공개 2023-10-20 07:30:49

[편집자주]

올 한해 유난히 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SK, 그리고 그 집단의 정점엔 '임원'이 있다. 대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숫자로 평가되는 곳이다. 다만 때로는 성과보다는 기업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해 '안정'과 '쇄신'이라는 휘황찬란한 구호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경기 침체기의 한복판, SK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파이낸셜 스토리 수립은 물론 그룹의 안위를 책임지고 계획하는 SK 고위 임원들의 지난 시간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정호 SK하이닉스·SK스퀘어 부회장의 올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유연함'이다. 반도체 가격의 하락 국면에서, SK스퀘어의 투자금 마련 시기마다 '감산·새 투자자 확보' 등의 선택지를 택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ICT플랫폼 투자를 가속화하겠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 불리던 때의 매출도 깜짝 넘어서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규모 다운턴으로 인해 '조단위' 적자를 경험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을 보좌하는 경영인이란 뚜렷한 족적을 남긴 그에게 실적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올 상반기 6조원대 손실…일단 '유연한 자세'로 대응

올해 박 부회장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반도체·ICT 투자전문사 SK스퀘어의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반도체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하는 일이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다소 해결됐다. 지난 7월 SK스퀘어가 기업공개(IPO) 대신 EQT파트너스에 SK쉴더스를 넘기기로 하면서 8600억원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다른 자회사 11번가 매각도 동시에 추진 중이라 '엑시트 성과'를 크게 문제 삼는 일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두 번째인 반도체 실적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6조2843억원이다. 특히 3년 전 인텔로부터 사들인 10조원대 낸드플래시 기업 솔리다임의 순손실은 2조2423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에 사상 최대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박정호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박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우회하는 법 없는 직선적 어투다. 그는 올 상반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감산 여부에 대해서는 "안 한다"고 선을 그었고, 지난해 7월 미국에 첨단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짓겠다고 한 계획에 대해선 "그대로 진행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일단 자기 말만 고집하지 않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상반기 '5~10%' 수준의 추가 감산을 결정, 3분기 D램 부문 흑자 전망을 키우고 있다. 미국 투자와 동시에 HBM3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키우는 데에도 선제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모습이다.

◇반도체 침체기 불구 최태원 회장의 신뢰는 여전

다만 통신업을 이끌며 승승장구 해온 경력 때문에 반도체 실적 부진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는 그룹의 '캐시카우' SK텔레콤에서 과거 4년 동안 탈통신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침체기라는 외부 상황에 따른 어려움이긴 하지만, 명성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표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숫자로만 평가를 한다면 올해 최대 손실을 낸 박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박할 수 있다는 일부 목소리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여전히 박 부회장 만한 힘을 지닌 인물은 크게 보이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올해 3월 SK텔레콤 미등기 임원, SK스퀘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ICT 계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고 최태원 회장을 보좌하는 최측근이란 내부 의견은 유지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 9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실제 박 부회장은 최 회장의 2인자 그룹으로 여겨진다. 이에 평소 경영 위기가 닥쳤을 때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최 회장의 스타일상 신뢰 관계가 깊은 박 부회장에게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단 관측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인사에 있어) 견제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박 부회장은 조대식 의장과 함께 최 회장의 인물로 통하는데, SK그룹의 위기 상황에서 급격하게 권력 지형을 바꿀 이유가 있을지 생각해보긴 어렵다"라고 전했다.

박 부회장과의 행보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하고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이달에는 방한 중인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상원의원 대표단을 함께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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