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찾는 철강 주조사]'50년 현대차 협력' 동원금속, 시대흐름 맞춰 신사업 시동①'범퍼·도어프레임'→'카시트 프레임·배터리 케이스'로 영토 확장
서하나 기자공개 2023-11-06 08:29:35
[편집자주]
100년 이상 지속해온 철강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철강 주조사들은 저마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경량화 추세로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신소재가 각광 받으면서 자동차용 철강 주조사들은 더욱 큰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 맏형을 비롯한 기업들은 저마다 유보 자금과 신규 투자를 활용해 M&A 대상을 물색하고 신규 사업 투자를 검토하며 새 활로를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더벨에서 새 기회를 찾는 철강 주조 산업의 중견 기업들을 조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금속은 50년 이상을 범퍼와 도어프레임 등 자동차 부품 제조에 주력해왔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글로벌 생산 기지를 마련하며 오랜 기간을 동행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진행된 자동차 경량화, 신소재 비중 확대란 시대의 변화를 계속해서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동원금속은 전기차 시대에도 지속 성장이 가능한 카시트 프레임과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를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두 사업 모두 아직 초창기 단계지만, 그동안 쌓아온 철강 주조 기술과 차량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성과를 기반으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동원금속은 1971년 설립된 현대차그룹의 오랜 협력사다. 창업주인 고 이종희 회장이 1971년 동원금속 전신인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동원산업사를 설립했다. 1985년 12월 법인 전환했고 1995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2006년부터 사명을 동원금속으로 변경했다.
동원금속은 2002년 한국 기업 중 최초로 토요타 일본공장에 임팩트 빔을 직접 납품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임팩트 빔은 도어 내부에서 측면충돌 시 안전성을 확보하는 파이프로, 기존 원형이던 파이프를 타원형으로 바꿔 강성은 높이고 무게는 낮추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특허를 따냈다.
동원금속은 이후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 중국, 체코, 슬로바키아 등에 진출해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50년 이상을 도어, 도어프레임, 범퍼빔, 임팩트빔, 카울크로스멤버 등 자동차 부품 생산에만 전념하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386억원대 자동차 부품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진행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동원금속에도 사업 구조의 변화를 촉구했다. 대표 거래처인 현대차는 2045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판매 차량의 탄소감축 및 제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 내연기관 차량 중심 사업구조를 전동화 차량 중심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생산 비중은 2023년 8%에서 2030년 3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국내 중심의 생산도 점차 라인 전환과 신공장 설립의 투트랙 방식을 통한 지역별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동원금속은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에도 장착이 가능한 카시트 프레임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생산되는 코나 신형 차종 2열에 들어가는 철 소재 시트 프레임을 생산해 울산의 현대차 시트사업부 공장에 직납하고 있다. 카시트 사업은 아직까지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전통적인 차량용 부품보다 단가가 쎄서 수익성이 높다. 향후 다른 차종의 수주를 따내면 매출 비중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철을 가공하고 성형하고 용접하는 기존의 기술력을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드는 사업인데, 아직은 초창기 단계다. 고객사와 함께 신규 제품을 조금씩 준비하고 테스트하면서 협의하고 있다.
동원금속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사업은 아직 '개발 샘플 대응' 단계로 구체적으로 수주를 확정했거나 양산단계에 들어선 단계는 아니다"며 "현대차그룹과 오랜 인연이 있다보니 추후 수주를 하게 되면 유리한 점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것은 없고 여러 대기업과 컨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대표적인 경량화 소재인 알루미늄이 각광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철 소재 배터리 케이스에 대한 유의미한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배터리 케이스는 차량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이나 열, 진동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때문에 외부 충격에 강하고 다양한 도로 주행 환경에서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최우선적으로 검토되는 조건은 '무게'다. 예를 들면 항속거리 400km급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만 400~450kg를 차지해 현재 기술로는 배터리 경량화에 한계가 있다. 알루미늄은 경량화 측면에서 가장 우위를 가지지만 단가가 워낙 높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원가 절감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고베제강과 토요타, 스바루 등 일본 철강 주조 업체들 사이에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철을 이용해 배터리 케이스를 제작하는 방식이 여전히 검토되고 있는 배경이다.
동원금속 관계자는 "(주력인 자동차 부품이) 당장 없어지는 부품이 아니더라도 워낙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갑자기 생산하던 제품이 사양화되고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보니 늘 산업 자체에 관심을 갖고 시장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알루미늄이 경량화 측면에서 우위를 갖겠지만 결국은 '상용성'을 갖춰야 하기에 가격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며 "철을 이용한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소재를 개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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