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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맞은 네패스그룹]'돈 먹는 하마' 네패스라웨, 그룹 유동성 위기 트리거되나②FO-PLP 양산 실패 여파, 차입금 상환 여력 저하…모회사 네패스 채무보증액만 3600억

조영갑 기자공개 2023-11-08 08:07:34

[편집자주]

국내 주요 후공정 외주가공(OSAT) 업체인 네패스그룹이 전사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주사격인 네패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패키지 기술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공정에 '올인' 했으나 양산 페이즈 진입에 실패하면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내년 패키징 시장의 업사이클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FO-PLP 승부수를 계속 던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네패스그룹의 그간 궤적과 돌파구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사 전체가 집중적인 투자에 나섰던 차세대 패키징 공법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가 양산진입에 실패하면서 이를 수행하기 위해 물적분할 신설된 '네패스라웨'의 항로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양산 진입을 전제로 모회사 유동성과 외부 투자금을 대거 유치한 네패스라웨는 퀄컴향 수주에 실패하면서 IPO(기업공개)가 사실상 어려워 졌다는 평가다. CAPEX(자본지출) 투자를 위해 자회사를 도왔던 네패스의 입장도 난처해 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네패스그룹은 모바일 AP 시장의 톱티어 기업인 퀄컴(Qualcomm) 관련 마케팅에 집중하기 위해 설립한 미국법인 'Nepes US'에 대한 사업정리 수순에 돌입했다. 네패스그룹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리의 방식은 청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법인 직원들을 철수시킨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미국 내 자산도 정리, 회수한다.

생산법인이 아니라 마케팅,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Nepes US는 FO-PLP가 퀄컴의 양산라인에 진입할 경우 고객사 지근거리에서 마케팅 및 유지보수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말하자면 미국 내 네패스그룹의 '병참기지' 역할이다. 당초 캘리포니아 산호세(San Jose)에 설립됐던 Nepes US를 퀄컴 본사가 위치한 샌디에이고(San Diego)로 이전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퀄컴이 요구하는 퀄을 잡지 못하면서 계약이 전면 해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분기 말 Nepes US의 매출액은 16억원, 유형자산 규모는 300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법인은) 사실상 이미 정리가 된 상황"이라면서 "그룹사 차원에서 FO-PLP에 대한 실패를 자인한 것인데, 문제는 미국 법인보다 네패스라웨 물적분할 신설 이후 투입된 막대한 투자금"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전언대로 네패스그룹은 사실상 FO-PLP에 대한 후속 투자를 홀딩한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그룹사 전체가 기대를 걸었던 퀄컴 양산라인 진입과 삼성전자 FO-PLP 투자가 모두 어렵게 된 상황에서 투자확대와 매몰비용 회수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이야기다. FO-PLP를 위해 설립했지만, 관련 수익을 내지 못하고 지속적인 현금 유출만 겪고 있는 네패스라웨가 그 중심에 있다.

2020년 2월 네패스에서 FO-PLP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한 네패스라웨는 기업가치를 빠르게 키워가며 그룹사의 '보배'로 주목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는 그룹의 '돈 먹는 하마'가 됐다는 평가다. 네패스라웨는 설립 직후 CAPEX 투자 목적으로 BNW인베스트먼트 등 FI로부터 약 800억원을 투자 받으며 2000억원의 기업가치(프리밸류)를 인정받았다. 이후 2021년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등이 새 FI로 참여하면서 약 3000억원 수준으로 몸값이 뛰었다. 퀄컴향 FO-PLP 대형 수주의 기대감이 높아지던 시기다.

양산에 실패한 여진은 컸다. 퀄컴이 올해 초 수율을 이유로 네패스라웨와의 계약을 취소하면서 네패스라웨는 기술개발을 이어오던 FO-PLP 관련 매출을 내지 못한 채 현금유출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네패스라웨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700억원, 영업이익 -6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 중 발생한 순현금유출은 472억원 수준이다. 2021년에는 매출액 407억원, 영업이익 -636억원을 기록했다. 73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2분기 말에는 484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지속적인 현금유출 탓에 네패스라웨는 2021년과 지난해 1년 사이 유동자산 규모가 1172억원에서 357억원으로 약 70% 쪼그라들었다. 특히 대부분 투자금인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2021년 1020억원에서 지난해 말 87억원으로 '쇼티지' 수준으로 유동성이 축소됐다.


문제는 캐시플로가 충분히 돌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 위축이 모회사의 재무 건전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네패스라웨가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약 800억원, 조기상환(풋옵션) 청구가능한 전환사채는 약 400억원 등이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으로 상환해야 할 부채가 1000억원 이상인데, 이를 모회사 네패스나 관계사 네패스아크 등으로부터 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패스는 지난해 11월 네패스라웨에 300억원의 금전을 대여해준 데 이어 올해 8월 300억원을 추가로 대여해 주면서 네패스라웨의 현금 쇼티지에 힘을 보탰다. 관계사인 네패스아크 역시 지난해 11월 네패스라웨에 300억원을 대여해 줬다.

네패스는 현금 대여에 더해 네패스라웨 채무보증까지 서고 있다. 네패스는 한국산업은행, NH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권 지급보증과 더불어 전환사채, 전환우선주 등 약 3600억원의 상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네패스라웨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 네패스에 직접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BNW인베, SG PE, 한투 PE 등이 투자한 전환사채나 전환우선주(CPS) 등 메자닌은 만기가 2027년과 2028년으로 설정돼 있기는 하지만, FI들의 조기상환청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꺼번에 풋옵션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네패스는 2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 1037억원 등 여전히 유동성 지원의 여력은 있는 상황이다. 다만 2020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면서 당좌비율이 지난해 말 60.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2분기 말 58.3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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