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대풍공장', 세대교체 넘어 핵심 생산거점으로 [르포]라면·유지류 제외 전 품목 생산 자동화 구축…ESG경영 첨병 구실도
충북=김혜중 기자공개 2023-11-14 08:17:02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풍공장에 들어서자 건물 위의 커다란 오뚜기 상표가 가장 먼저 반겨줬다. 그 옆에 게양된 대형 태극기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짐작하게 했다. 지어진 지 22년이나 지났지만 외관은 물론 내부 역시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했다.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생산되는 오뚜기 제품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오뚜기 관계자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충청북도 음성이라는 한적한 시골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대규모 공장, 오뚜기가 보유한 최대규모 생산기지인 대풍공장을 8일 방문했다.◇ 안양공장과 바통터치, 새로운 생산기지로
대풍공장은 오뚜기 생산기지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1972년 카레를 주로 생산하는 오뚜기 최초 공장인 안양공장이 준공됐다. 수차례 증설을 거치며 카레 외에도 소스, 레토르트, 유지 등 국내 1등을 굳건히 이어가는 제품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2001년 충청북도 음성에 대풍공장이 들어섰다. 노후화된 안양공장을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공장 안에는 아직 때도 타지 않은 신식 장비도 있었지만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구식 기계들도 있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대풍공장 시설에는 안양공장에서 이전해 설치한 설비가 꽤나 있다”고 밝혔다.
준공된 지 30년 가까이 된 안양공장은 시설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도 노후화돼 늘어난 상품 수요를 공급하기 어려웠다. 또 안양이 1980년대부터 서울의 위성도시로 자리잡으며 인구가 급증하고 도시 인프라가 발전해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오뚜기는 안양공장을 보수·확장하기보다는 신규 공장 건설로 눈을 돌렸다. 국토 중심에 있는 충청북도 음성에 대풍공장을 지었다. 물류비를 고려해 지정학적 이점이 큰 위치에 생산 거점 기지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 1분당 카레 160개 생산 ‘자동화’...연 생산금액 8600억
단순 규모로 봐도 대풍공장은 오뚜기 공장 중 가장 크다. 대지면적은 10만 4853㎡로 축구장 15개에 달한다. 여기에 4동의 생산공장, 사무동, 물류센터와 연수원 등의 건물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기준 18개 유형 총 452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김혁 오뚜기 대풍공장장은 “대풍공장은 오뚜기의 네 공장 중 가장 생산량이 많고, 생산금액은 8641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풍공장은 총 6과로 나눠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라면류와 식용유나 참기름 등의 유지류를 제외한 나머지 생산품목은 대부분 도맡아 생산한다. 라면은 자회사 오뚜기라면이 담당하고 있으며 라면을 제외한 다른 상품을 고려할 때 사실상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기준 오뚜기의 총 매출액은 3조 1000억원 정도다. 그 중 라면류가 8800억원을 차지했고 유지류가 5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나머지 1조 7000억원의 매출은 대풍공장에서 생산된 건조식품, 양념소스, 농수산 가공품류가 차지했다.
공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비교적 한적하게 느껴졌다. 규칙적인 기계 소리만이 공장을 채우고 있었다. 자동화 설비로 인해 근무자를 찾아보기 힘든 탓이다. 대풍공장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307명으로, 시설 규모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김 공장장은 “자동화설비 덕분에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화 설비가 1분당 160개의 3분 카레를 바쁘게 생산하고 있다”며 “3분 카레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는데, 사실상 모두 대풍공장이 생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태양광 발전·친환경 포장, ESG경영 첨병 구실도
대풍공장 곳곳에서는 기업의 환경적 책임을 위한 노력을 포착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할당 사업장으로 지정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대풍공장의 전경을 멀리서 바라보면 옥상에 있는 태양광 패널에 햇빛이 반사되기도 한다. 태양광 발전시설로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연간 619.4MWh로, 약 284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연간 60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오뚜기 측은 사업장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 추가 설치를 고려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자동화 기반 공장이라 내부에 근로자가 많지 않았지만 온기는 가득했다. 오뚜기가 가진 재증발 증기 폐열 회수장치 덕분이다. 폐열을 재활용해 보일러의 급수온도를 올릴 수 있다. 덕분에 2022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0% 정도의 LNG 사용량이 감소했다.
오뚜기는 생산 제품의 친환경 포장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7월 SK케미칼과의 협력으로 육류소스 패키지에 100% 재활용 가능한 CR-PET(Circular Recycle PET, 순환형 재활용 페트)를 적용했다. 이는 식품업계 최초의 CR-PET 적용 사례다.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16톤(t) 줄일 수 있으며 일반 플라스틱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저감할 수 있다.
김 공장장은 “비용 탓에 영세업체들이 친환경 포장을 사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업계 1위의 책임을 갖고 선도적으로 ESG 경영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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