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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겸직의 함정 [thebell note]

박서빈 기자공개 2023-11-20 07:20:3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7:4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A기업은 외부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해당 CFO가 돌연 퇴사하자 기존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CFO 업무를 맡겼다. CFO 퇴사 이후 몇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새 CFO 영입은 없는 상태다. CSO와 CFO 겸직 체제에 돌입했다.

#. B기업은 CFO가 임기 만료로 물러나자 CSO인 경영기획본부장이 겸직하도록 했다. 적절한 인재를 찾으면 CFO를 선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년째 소식이 없다. 되려 CSO 아래에 있는 경영기획실장을 재무실장으로 이동시켜 CFO 역할을 동시 수행해야 하는 CSO가 재무라인을 빠르게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의 CFO가 일련의 이유로 공석이 되면 종종 그 자리는 새 인물이 아닌 기존 C레벨 임원이 채우고는 한다. 특히 C레벨 중에서도 전략을 담당하는 CSO가 낙점되는 경우가 많다. 전략 담당 임원에게 '논쟁' 없이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셈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겸직구조가 주로 성장에 초점을 맞춘 기업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시로 든 A와 B기업도 마찬가지다. A기업은 조직 확장을 목적으로 지난해 인력을 대폭 늘렸으며 B기업은 내부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성장 중시 기업이라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전략 담당 임원이 재무적인 역할도 맡으면 전략 수행 과정에서 재무 담당 임원과 자금 집행 계획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전략 수행에 속도가 붙어 외형 확장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CSO·CFO 겸직구조에 단점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겸직 임원이 CFO보다 CSO 역할에만 초점을 맞추면 부적절한 자금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A기업의 CSO는 "전략을 구상하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재무 상황을 살펴보면 '안돼'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며 "매일매일 내 안의 두 자아와 싸우는 기분"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략과 재무, 두 분야는 연결됐지만 사실 양극단에 있기도 하다. 전략을 모두 실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재무상 제약도 분명 존재한다. 겸직 임원이 스스로 두 지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한다면 괜찮겠지만 한쪽에 무게가 쏠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반면 CFO가 따로 존재하면 CSO의 다음 발걸음이 조금 늦어질 수는 있어도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다. CSO·CFO 겸직구조인 기업들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지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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