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신임 대표, 이규석 현대차 부사장 내정...공급망 관리 과제 매출 50조 시대 승계…그룹 전동화 전략 뒷받침 등 신사업 결실 주목
임한솔 기자공개 2023-11-17 10:11:39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를 떠난다. 후임에는 이규석 현대차 구매본부장 부사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이 달성한 현대모비스 연매출 50조원 시대의 배턴 터치가 이뤄지는 것이다.이 부사장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조 사장이 뿌린 신사업의 씨앗에서 결실을 거두는 과제를 안게 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최근 현대모비스 주요 임원들에게 대표이사를 퇴임한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초 한국인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취임이 예정돼 있다. 현대모비스 대표를 겸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우려를 예방하기 위해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 유력한 이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부품 등을 조달하는 구매 쪽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인물이다. 또 조 사장이 그랬듯 개발과 관련한 역량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점에서도 조 사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 구매기획팀장으로 일하다 2015년 인사로 이사에 오르며 임원진에 들었다. 이후 구매전략실장을 잠시 역임하다 의장전장부품개발실장을 2년간 지냈다. 그리고 차체샤시부품구매실장, 구매1사업부장을 거쳐 현재 구매본부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모비스는 2006년 취임한 정석수 전 부회장부터 조 사장까지 엔지니어 출신이 대표를 맡아왔다. 이 부사장은 구매 전문가로서 부품업계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의장전장부품개발실장을 지내는 등 기술적인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모비스의 차기 대표로 낙점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시점에서 현대모비스의 지휘봉을 이어받는 것은 어떤 경영인에게든 다소간의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조 사장이 대표를 지내면서 보여준 성장폭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연간 수십조원을 벌어들이는 회사의 연매출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었을 정도다.
조 사장은 2021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오른 뒤 현대차그룹이 아닌 다른 완성차기업을 대상으로 부품 공급을 늘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거점마다 현지 고객 전담조직(KAM)을 운영하기 시작한 일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영업사원을 깔아놓는 게 아니라 임원급 현지 전문가를 배치,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전과 달리 글로벌 모터쇼 같은 행사에도 참가하며 부품 경쟁력을 알렸다.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2020년 17억5000만달러였던 글로벌 수주 규모는 2021년 25억달러로 늘었고 2022년에는 전년의 2배에 가까운 46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다.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을 비롯한 대형 고객들이 현대모비스에 본격적으로 일감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수주 성과는 현대모비스의 극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조 사장이 대표를 맡기 전까지 현대모비스 연매출은 대체로 30조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21년 41조7000억원으로 뛰어오르더니 2022년에는 무려 5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 최초로 매출 50조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후임 경영인에 대한 실적 기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조 사장이 추진한 미래 성장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도 이 부사장의 몫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0월 북미 전동화 신규 생산 거점 구축을 위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모두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등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과 PE시스템 신규 공장을 짓기 위해서다.
이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전동화 전략과 직결되는 프로젝트다. 현대모비스의 주요 고객인 현대차는 조지아에 수조원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현지 생산 거점이 뒷받침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사장 취임 이후 AAM 부품사업이나 로보틱스 같은 신사업 역시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확보한 배터리시스템 등 전동화 요소 기술을 AAM과 로보틱스 등에 활용해 미래 먹거리를 육성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가 설립한 미국 AAM 전문기업 슈퍼널에 지분투자하는 한편 슈퍼널 등을 대상으로 부품 공급을 모색하는 중이다. 로보틱스의 경우 현대차그룹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활용해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6월 신설된 미국 투자법인 HMG글로벌을 통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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