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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업계 더 많은 '갓(God) 심사역'을 기다리며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3-11-21 08:01:2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갓(God)은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접두어다. MZ세대는 ‘갓’을 ‘최고의’, ‘훌륭한’, ‘모범이 되는’ 등의 긍정적인 의미로 쓴다. ‘갓생’, ‘갓생러’ 등이 대표적이다. 한 번 사는 인생 멋들어지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담겼다. 오래 전 회자된 단어인 ‘신(神)의 직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벤처캐피탈업계에도 ‘갓’ 칭호를 받은 인물이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김제욱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업계에서는 ‘갓(God)제욱’이라고 부른다. 그는 VC업계 '연봉 킹'으로 통한다. 지난해 인센티브를 포함해 연봉 283억원을 받았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4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남다른 혜안으로 발굴한 ‘두 나무’ 투자로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억’ 소리 나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금융업계에서 인재가 몰리는 곳은 IB(invest banking) 분야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유학생들이 국내로 유턴했다. 해외파 MBA 출신들이 차고 넘쳤다. 인재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종으로 몰린다. IB로 몰리던 인재는 서서히 사모펀드(PE)를 거쳐 벤처캐피탈 업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벤처 캐피탈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갓제욱은 선망의 대상이다. 비단 예비 심사역이나 주니어 심사역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1977년생인 그와 비슷한 연배거나 선배인 이들도 그를 ‘갓제욱’이라 부르는데 망설임이 없다. 나이가 더 많은지 적은지, 업계 경력 상 선배인지 후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심사역으로서 보여준 성과와 그에 따라오는 부와 명예가 중요하다.

김 부사장은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 처음으로 결성된 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펀드의 대펀(대표 펀드매니저)을 맡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얼어붙은 투심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호황기에도 5000억원 넘는 메가펀드 결성은 힘든 일인데 투자 혹한기 펀딩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막판 목표액을 채우지 못할 위기였을 때 그가 선뜻 100억원 넘는 개인 자금을 펀드에 태우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회자됐다. 실제 펀드에는 운용인력이 122억원을 출자했는데 그 가운데 김 부사장은 30억원가량을 책임졌다.

갓제욱 타이틀은 스타트업 씬에서도 유효하다. 파운더에게 가장 어려운 미션 중 하나는 자금조달이다. 갓제욱 눈에 든 스타트업은 적어도 자금 걱정 없이 사업 구상을 펼 수 있다. 비즈니스 환경과 관계없이 될성부른 스타트업에게는 아낌 없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실제 리걸테크 기업으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가 대한변호사협회와의 오랜 갈등으로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적극적으로 펀딩에 힘을 실어준 이가 김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로앤컴퍼니 파운더인 김본환 대표에게 ‘든든한 뒷배’가 되겠다며 금전적 지원과 함께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로앤컴퍼니에 가장 많이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다.

김 부사장을 심사역 초창기 시절부터 지켜본 이들은 그가 본인 회사를 차려 독립하지 않고 원펀드 전략을 추구하는 에이티넘인베스트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이유 중 하나로 ‘마르지 않는 샘’처럼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메가펀드를 꼽기도 했다.

갓제욱이라고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 없을리 없다. 그를 선망의 대상으로 보는 이들은 그가 벌어들인 수백억 단위의 '머니'에만 함몰되어선 안된다. 그저 한바탕 대박을 꿈꾸기보다는 더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키우겠다는 의지와 노력도 눈에 함께 담아야한다. 벤처캐피탈 업계와 스타트업 씬 발전에 윤활유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더 많은 갓(God) 심사역들이 등장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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