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반도체의 시간]SK하이닉스, 'HBM리더'가 펼쳐갈 새로운 40년마진 높은 '스페셜티 메모리' 시장 이끌 선도업체로 주목
김혜란 기자공개 2023-11-28 12:51:07
[편집자주]
긴 불황의 터널이다. 한국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주변 생태계 모두 올해 혹한기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3분기 다운턴(불황)의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버텨낸 'K반도체' 기업들의 한 해를 돌아본다. 그리고 반도체의 봄을 기다리며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재무와 사업 전략, 기회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페셜티(Specialty) 메모리'. SK하이닉스가 올해 새로 꺼낸 화두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확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확대를 불러일으켰고, 이는 깊은 침체기에 빠졌던 SK하이닉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SK하이닉스는 올해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1~3분기 8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하이닉스는 정확히 1년 만인 올해 3분기 말 기준 약 8조원 영업손실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4분기 흑자 전환도 어려울 것으로 증권가는 관측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어려웠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빛났던 해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성과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면서 D램 선두업체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다가올 '반도체의 봄'을 누릴 만반의 준비를 한 셈이다. 올해는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이기도 하다. 앞으로 펼쳐질 40년의 출발점이 될 올해는 과거와는 다른 'AI 메모리' 시대로 진입할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리더 이미지를 확보한 만큼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셈이다.
◇돋보인 D램 경쟁력…3분기 흑자전환 성공
SK하이닉스의 3분기 연결회계기준 매출액은 약 9조700억원, 영업손실 약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8조763억원에 달한다. 다만 2분기까지 6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하다 3분기 들어 1조원대로 손실 폭을 줄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부가가치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HBM 판매 비중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3분기에 DDR5와 HBM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약 22%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DDR5 비중은 PC와 서버 모두 D램 전체 판매 비중의 50%까지 상승하며 이익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 중반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가격이 비싼 D램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면서 평균 판매단가(Blended ASP)가 전 분기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이 덕에 D램 사업부는 3분기 흑자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낸드의 경우 실적 개선 속도가 D램에 비해 더딘 편이다. 하지만 역시 3분기에 적자 폭을 줄이며 확실한 반등세를 보여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4분기에 SK하이닉스가 업계 최대 D램 매출을 기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AI와 서버 중심 하이엔드 수요가 집중될텐데, SK하이닉스가 HBM과 DDR5 경쟁력이 있는 만큼 판가 증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황 상승기에 빠르게 회복할 업계 리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얼마 전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스페셜티 메모리'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다. 사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업계에 스페셜티(맞춤형)는 낯선 단어다.
하지만 이제 HBM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가 고객사와 개발부터 협업하는 수주형·주문형 사업 모델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비스는 회사별로 차별화되고, 메모리 반도체에 요구하는 스펙도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빠르게 양산 체제를 갖춰 고객에게 대량으로 범용 제품을 공급해 시장을 장악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 고객사를 일찌감치 확보해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최신 제품인 HBM3 개발 속도가 경쟁사 대비 가장 빨랐고 이 덕에 가장 먼저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단독 공급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갈 차세대 HBM3E 공급사 타이틀도 계속 가져갈 것이 유력해 보인다. 마진이 높은 HBM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 모두 내년 캐파(CAPA·생산능력)가 현시점에서 이미 솔드아웃됐고,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의 추가 수요 논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온디바이스(On-Device) AI 시대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내년 3월 공개 예정인 애플의 증강현실(AR) 기기 '비전프로'에 들어갈 특화 D램 공급을 시작으로 온디바이스 AI 메모리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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