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상장 후폭풍]성공적인 '시리즈 펀딩'이 독됐다①공격적 매출 전망에 순탄한 펀딩 '유니콘 등극'..."감사 이전 실적, 신고서에 반영했어야"
안준호 기자공개 2023-11-24 08:04:57
[편집자주]
국내 최초 '팹리스 유니콘' 파두가 상장 후 첫 분기부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기업공개(IPO)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공모 당시 제시한 로드맵과 현실간 괴리가 너무 커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벨은 파두 실적발표 전후 제기된 문제들을 살펴보고 향후 특례상장제도와 IPO 시장에 끼칠 파장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두의 '어닝 쇼크' 충격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과거의 성공적인 펀딩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두는 초기 시리즈 투자 당시부터 공격적인 실적 추정치를 앞세워 몸집을 키웠다. 과거 투자유치 당시 파두 측은 IPO 시점에 연 4000억원의 매출액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실제 달성한 매출액은 이에 미치지 못했지만 시장은 열광했다. 투자자들도 호응했다. 단기 악재가 있더라도 ‘상장 후 만회하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결국 그 낙관이 부메랑이 됐다.
◇투자유치 과정서 수천억원 매출 전망…순탄했던 펀딩 ‘부메랑’
증권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설립 초기부터 공격적인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며 자금 조달에 성공해왔다. 2018년 시리즈 라운드 당시 투자설명서(IM)에 제시된 파두의 2022년 예상 매출액은 약 4000억원, 향후 4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200% 이상이었다. 제품 출시 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폭발적인 수요, 뛰어난 기술 경쟁력이 이런 관측을 정당화했다. 파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olid State Drive)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 설립됐다. SSD에 적합한 기술표준인 NVMe가 나왔지만 이에 맞는 데이터 컨트롤러는 없는 상황을 노렸다. 2018년은 본격적으로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평가를 받던 시기였다.
상장 일정에 착수했던 2022년 초에도 비슷한 전망을 유지했다. 당시 IM에 따르면 회사 측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780억원, 3088억원의 매출을 예상했다. 1년 후 실제 드러난 숫자는 약 565억원이었다. 4년 전 전망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에 불과했지만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글로벌 기업에 컨트롤러를 공급한다는 ‘에쿼티 스토리’가 일부 실현됐기 때문이다.
실제 추정 매출액은 줄어든 반면 몸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초창기 600억원 가량이던 몸값은 시리즈B 투자 이후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상장 준비가 시작된 이후에는 9000억원의 기업가치로 30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일각에선 이런 순탄했던 펀딩 과정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제조업의 경우 고객사 수주 동향 등으로 매출 추이를 예상할 수 있다. 8월 상장한 파두 역시 실적 증감 여부를 알 수 있지 않았냐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2분기 매출 감소는 인지했을 시점인데, 공모 도중 진행한 투자설명회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며 “분기 숫자가 꺾였어도 핵심 경쟁력이 여전하니 괜찮다는 생각을 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2분기 실적, 회계감사 전이더라도 반영했어야” 지적도
2023년 매출액의 경우 실사와 거래소 예비심사 과정을 거치며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파두 측은 상장예비심사 청구 당시 2400억원 가량을 올해 예상 매출액으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가 조정이 이뤄지며 1203억원이 최종 추정치가 됐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까지는 주관사는 물론 발행사도 연간 실적 목표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며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봤고, 실제 회사는 이런 목표치에 근거해 연구개발이나 자금 차입 등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따로 있다. 특례상장 기업들이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에서 제시한 예상치가 실제와 다른 일이 비일비재하고, 증권신고서에 반영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파두처럼 변동 폭이 크면 회계감사 이전 재무제표라도 신고서에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모 도중 일정 연기를 감수하고 분기 실적을 반영한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해 8얼 상장한 국내 1호 모빌리티 상장사 쏘카다. 파두와 마찬가지로 1분기 실적만으로 증권신고서를 작성했다. 다만 수요예측 직전 신고서를 정정하고 2분기 실적을 반영했다.
당시 쏘카 측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정보이기에 신고서를 정정했다고 밝혔다. 앞선 관계자는 “쏘카는 공모 흥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이기에 자발적으로 신고서를 정정했지만, 필요하면 금융당국이 비슷한 형태로 실적 정보를 반영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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