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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때리기의 위험성 [thebell note]

신민규 벤처중기2부 차장공개 2023-11-21 08:17:13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초의 반도체 팹리스(설계) 유니콘 기업 파두가 코스닥 상장 3개월만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2·3분기 실적이 형편없어 연간 1200억원의 예상매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열흘새 '뻥튀기 상장'에 이어 '사기 상장'이란 수식어까지 붙었다.

실적 부진에 대한 분노를 가라앉히고 내막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파두는 처음부터 4분기에 실적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매출은 애초에 제로 수준으로 잡았고 4분기 1000억원 안팎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처음부터 이전 분기까진 본격적인 매출이 나오긴 힘들 것으로 바라본 셈이다.

상장 당시 분기별 매출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았을 뿐 한국거래소 심사단계에선 이미 공유했다. 파두는 고객사로부터 연간 사업계획서를 받아 매출규모를 예상해왔다. 올해에는 예상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 하락이 길어진 탓에 고객사의 발주가 지연됐고 SSD 컨트롤러 설계사인 파두에 대한 수요도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증권신고서상 투자위험요소로 이미 수차례 언급한 부분이다.

기존 고객사가 파두 제품을 타제품으로 교체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파두는 공식입장을 통해 기존 고객사로부터 4분기 발주가 이미 재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고서상의 방어장치를 떠나 파두는 애초에 공모 밸류에이션을 올해 실적으로 잡지도 않았다. 2024년과 2025년 당기순이익을 추정해 2조원의 몸값을 추산했다. 할인율을 적용해 1조5000억원대 시가총액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매출이 2024년은 돼야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뻥튀기 상장을 논하려면 적어도 내년 실적이라도 지켜보고 공격해야 한다는 얘기다.

파두에 대한 막무가내식 때리기는 상당히 아쉬운 측면이 있다. 파두는 국내 불모지로 여겨지는 반도체 팹리스 분야에 모처럼 등장한 유니콘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최대 강국이지만 세계 팹리스 분야에서는 1% 점유율에 그친다. 당장의 실적 부진을 갖고 몰아세우기에는 그간 확보한 기술력만 봐도 억울한 면이 있다.

더군다나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다. 미래 성장성에 합격점을 받은 기업에 당장의 실적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정부는 올해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 제도도입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에 대해선 과감하게 상장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주가가 떨어진 소액주주의 분노를 소재로 삼아 기업을 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발행사를 공격하고 주관사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구조는 시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유니콘은커녕 기술특례상장 시장 자체가 사장될 우려가 있다. 정부 취지에 역행한다.

조급하더라도 장기적인 시선으로 투자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파두는 이번 사태로 하한가를 맞긴 했지만 최근 주가는 반등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이다. 외국인 보유율이 이번 일로 더 높아진 것은 주목할 일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긴 안목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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