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07일 08:0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각각의 조직이 자주 협업한다. 재무와 회계 파트도 마찬가지다."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취재하면서 어렵지 않게 접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1명의 CFO가 그룹 전체 또는 특정 계열사의 재무를 총괄하는 경우다. 이들은 통상적인 계열사 겸직이나 기타비상무이사, 감사 등의 형태도 갖추지 않는다. 말 그대로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인사가 재무 등의 업무에 관여하는 구조다.
처음으로 이러한 업무 체계를 알게 됐을 때는 큰 의심이 없었다.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사례 정도로 취급했다. 다만 유사한 구조를 갖춘 기업은 생각보다 많았고 궁금증이 커질 때쯤 취재차 만난 모 지주사 재무담당자와의 대화에서 그 이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그룹사의 경우 주력 또는 신사업 등을 위한 계열사 간의 업무 협업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재무 조직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효율적인 자산의 분배 등의 측면에서 1명의 CFO가 재무를 총괄하는 업무 방식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CFO의 겸직 여부 등에 관해서는 지원 업무의 통합을 의미하는 '셰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s)'를 언급했다. 그는 1명의 CFO가 계열사 겸직 등이 없는 상황에서 그룹의 재무를 총괄하는 구조는 셰어드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셰어드 서비스는 기업 또는 그룹 내 계열사에 각각 존재하는 인사, 재무, 노무 등을 통합해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는 전략이다. 지원 부문의 업무를 셰어드 서비스 조직이 전담하게 되면서 사업 조직은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복 업무를 통합했기 때문에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강점이다. 실제 미국의 자동차·항공기 부품사 얼라이드 시그널사(Allied Signal)는 셰어드 서비스를 도입해 연간 7000만 달러의 비용 줄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중견제약사 동화약품이 대표 사례다. 지난 2017년 동화약품의 계열사 동화지앤피가 관련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의 효율성을 강화했다. 관련 체계는 현재 동화약품이 최대주주로 있는 메디쎄이까지 확대되어 운영 중이다.
미팅을 마무리하면서 지주사 재무담당자는 1명의 CFO가 그룹의 재무를 총괄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셰어드 서비스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내 조직과 문화의 변화가 크지만 실효성은 충분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와 헤어진 후 실용성을 되짚어 봤다. 어찌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진화된 CFO 조직 체계와 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한 번쯤은 시도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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