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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Profile/메쥬]'연구자형 CEO' 박정환, 디지털 바이오마커 찾는다원격 모니터링 시장 개척…내년 IPO 추진, 다양한 생체신호 측정 기기 개발

이효범 기자공개 2023-12-12 07:49:25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8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기술이 결합된 산업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한다. 향후 성장성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들의 노령화가 가속화 되면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기준으로 2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척박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중 하나인 원격 모니터링 시장에 베팅하고 있는 창업자가 있다.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 기기 하이카디를 개발한 메쥬의 박정환 대표다.

의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포부로 2018년 메쥬를 설립했다. 규제 여파로 국내에서 성장하기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점차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창업 스토리 : 의공학 개발자 출신, 한국의 메드트로닉 포부

1974년생인 박 대표(사진)는 경남 삼천포(현 경남 사천시)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고교시절을 보냈다. 이후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하고자 했으나 높은 경쟁률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방향을 잃었던 가운데 그의 선택지 중 하나는 원주에 있던 연세대 의공학과의 전신인 의용전자공학과였다. 당시 국내에서 의료기기와 관련된 유일한 학과라는 점에 끌려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연세대 의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기 산업의 첨단 기술을 연구하면서 흥미를 느꼈고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헬스케어와 관련된 기술개발을 아웃소싱해 서포트 할 수 있는 연구개발 용역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서 기술 개발에 기여하겠다는 그의 포부도 이같은 결심을 거들었다.

박 대표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시작해 연세대 의공학과 석박사 출신들을 주축으로 현대차, LG전자, KT 등의 헬스케어 분야 연구개발을 지원했다. 생각보다 돈벌이도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국내 대기업들의 정서상 지속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웠던 만큼 산발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애초에 목적했던 것처럼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들을 축적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해 나가는게 쉽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판을 키우기로 하고 직접 법인을 설립해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연구개발 했던 아이템 중에서 단기간 내에 임팩트 있게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아이템을 찾기 위해 반년 동안 준비했다"며 "이 과정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측정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격 모니터링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를 비롯해 의공학과 석박사 출신들이 주축이었던 데다 대기업들의 연구개발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무선 통신 기술, 칩셋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 머신 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 등을 집약해 2018년 메쥬를 창업했다.

박 대표는 "메드트로닉의 창업자는 1960년대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개발했는데, 심장이 뛰지 않을 경우 자동을 충격을 주는 의료기기"라며 "이 장비를 개발해 판매하면서 전세계 인구의 평균 수명을 3년 증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의공학을 전공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의료장비가 없을까에 대한 의문과 함께 국내에서도 이를 뛰어넘는 의료장비들을 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던 것"이라며 "메드트로닉에 근접하는 초대형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걸 증명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성장 터닝포인트 : 더웰스인베 시드투자…강원 규제자유특구 지정

국내에서 원격 진료가 금지된 만큼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을 주력으로 하는 메쥬는 생존 자체에 대한 의문부호도 적지 않았다. 창업 이후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메쥬의 기술력을 알아본 벤처캐피탈(VC)의 신뢰와 의료기기 도시로 불리는 강원도 원주가 규제자유 특구로 선정된 것도 주효했다.

원격 진료와 함께 원격 모니터링 역시 국내에서 실증할 수 없었던 가운데 메쥬는 시드투자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당시 초기 기관투자가가 더웰스인베스트먼트의 김우겸 전무였다. 박 대표는 "첫번째 터닝포인트는 시드 투자 유치"였다며 "더웰스인베스트먼트가 자본을 10억원 정도 투자를 하면서 회사가 안정적으로 개발을 하고 인허가를 받고 인력을 충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는 메쥬의 본사가 있는 강원도 원주가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자유 특구에 포함된 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심전도 모니터링 대상은 동물에 국한됐다. 이렇다 보니 의료법에 막힌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다른 국가에서도 메쥬의 기술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실시하지 않은 신약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되면서 메쥬의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에서 시작한 실증작업은 원주 세브란스병원과 연계했다. 불특정 다수의 등산객 2000여명에게 하이카디를 착용토록 했다. 하이카디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를 원주 세브란스병원에서 원격 모니터링했는데 이들 가운데 300여명에게서 심장질환을 발견했다.

박 대표는 "국내 최초로 2000명을 대상으로 야외에서 원격 모니터링을 실증한 사례로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며 "당시 데이터가 보고서 형태로 다 남아 있기 때문에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해 질 경우 메쥬는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감을 받는 인물 : '심전도 측정 초석' 빌렘 아이트호벤 박사

박 대표가 창업에 영감을 받은 인물 중 하나는 네덜란드의 생리학자이자 의사인 빌렘 아인트호벤 박사다. 그는 상용 심전도계의 초석을 쌓은 인물로 심전도 메커니즘을 규명해 192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03년에 심전도계로 부를 수 있는 '단선 검류계'를 개발했다. 앞서 심전도 측정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상용화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심전도계를 개발한 건 아인트호벤 박사가 꼽힌다. 기기 무게가 272㎏에 이를만큼 거대했지만 심장의 수축 및 이완에 따라 전기 자극을 감지할 만큼 성능이 양호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통해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게 가능하다는데 영감을 받았다"며 "자동차 핸들, 반지, 시계 등으로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숨겨진 질병도 진단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민 : 메쥬 '정체성' 의료기기 제조사 아냐…원격 모니터링 규제 '걸림돌'

박 대표의 최근 고민은 메쥬의 비전과 연관성이 깊다. 내부적인 기술력에 대한 고민보다 대외적인 여건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 고민은 더욱 깊다. 단순히 메쥬가 의료기기 제조사로 인식되는 점 역시 그 중 하나다.

메쥬의 기술력은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 기기인 하이카디에 집약돼 있다. 기존 심전도 측정 기기인 홀터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홀터는 일정기간 동안 측정한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측정해 저장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과 다르다. 홀터와 달리 하이카디에는 무선 통신 기술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결합돼 있다. 하이카디를 통해 실시간으로 심전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전도 추이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기술이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메쥬의 아이덴티티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무선 통신 기술,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결합된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 기업"이라며 "웨어러블 패치 형태라 홀터와 유사하기 때문에 똑같은 회사로 평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홀터 제조사들이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메쥬는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에 방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국내 의료법상 원격 진료에 대한 규제 역시 고민거리다. 메쥬는 한발짝 물러나 원격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벤처기업이지만 이 역시도 법적으로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업계에서는 원격진료가 아닌 원격모니터링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새로운 기술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창업자로서 미션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규제 완화의 경우 창업자들이 할 수 없는 영역으로, 풀리지 않는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벌이면서 메쥬의 인지도를 점차 높이고 있지만 국내에서 원격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계획 : 국내 병원 비즈니스 강화…CMO 신설 '디지털 데이터' 효용성 입증 과제

박 대표는 당분간 국내에서 병원 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 모니터링 비즈니스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하이카디를 통해 내원해 있는 환자를 통해 발생하는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료하는 행위는 의료법상 가능한 영역으로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메쥬는 총 70여개 병원(상급종합병원 31개 포함)에 하이카디를 공급했다. 특히 국내 빅5 종합병원(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의료원)들이 모두 구매를 하거나 데모를 진행 중이다.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도 자금조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박 대표는 "병원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GE헬스케어, 필립스 등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한데 상장사 타이틀을 갖추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심전도 외에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원격 모니터링 장비도 내년 론칭할 계획이다. 하이카디는 심전도 측정에 국한돼 있지만 새로 개발 중인 장비는 다양한 생체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이를 분석, 디지털 바이오 마커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단계 진화한 형태다.

박 대표는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웨어러블 장비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혈액 분석을 통해 이뤄졌던 것들이 다양한 생체신호를 통해 숨어 있는 질병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점차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최고의학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CMO) 자리를 신설해 외부에서 MD(메디컬 닥터)를 영입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메쥬 내부에는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된 임상팀이 별도로 있다. 이 조직의 역량을 강화해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디지털 바이오 마커를 찾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포부다.

박 대표는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효용성이 있을지에 대한 부분을 검증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으로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야 하는데 향후 영입하는 CMO가 이를 이끌어 가게 된다"며 "현직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연구를 해왔던 전문가들의 인사이트와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바이오 마커를 발견할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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