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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려면 [thebell note]

조영진 기자공개 2023-12-12 08:24:09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8일 09: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지배구조, 주주환원정책만 들여다볼 게 아닙니다. 해외자본이 유입될 수 없는 국내 금융환경이야말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주식형펀드에 해외자본을 유치하려다 실패한 모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의 말이다. 외환거래법, 신탁·회사법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제도 탓에 외국계 자금을 국내 헤지펀드에 유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해외자본이 유입될 수 없는 폐쇄적 금융환경이 자연스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케이먼 제도, 싱가포르 등 금융선진국 소재의 펀드들이 대개 회사형 구조인 반면 국내 헤지펀드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신탁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또 국내 헤지펀드에 원화 자산으로 투자하는 것은 해외투자자들이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주된 설명이다.

이러한 차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직결된다는 것을 금융당국도 알고 있는 눈치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해외 투자자금 유치와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31년간 유지한 외국인투자자등록제를 연말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있던 규제를 완화할 경우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제고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허나 국내 헤지펀드와 해외자본간 접근성 제고방안은 감감무소식이다. 국내증시가 안정적으로 우상향하기 위해선 장기 투자성격인 펀드 비히클에 해외자본을 묶어둘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규제 완화가 외국인투자자등록제 폐지에 그칠 경우 자금 유출입만 빈번해질 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까지 이어질 순 없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 해외자본 유치가 더욱 요원해졌다. 공휴일이었던 지난달 5일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를 전격 발표했고 이에 해외투자자들과 외신은 즉각 우려를 표했다. 한 국가의 금융제도가 충분한 논의없이 단번에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향후 해외자본이 한국증시에 대한 관심을 줄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 쇄국정책에 돌입한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는 2020년 초 도입한 선진제도 VCC(가변자본기업)를 통해 아시아 금융허브로 급부상했다. 싱가포르에 설정된 펀드규모는 해마다 수백조원씩 늘어 현재 약 540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일반사모펀드라고 칭할 수 있는 유형은 약 800조원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무려 20배 수준이다.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선별적 규제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라임, 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건사고로 인한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문제가 됐던 것들은 모두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한 상품이었다. 단 한 번의 문제도 없었던 순수주식형 펀드를 비유동성 펀드와 하나로 묶어 계속 규제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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