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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VCC 공략]윤정인 피보나치운용 대표 "해외자본 유치 가교될 것"④국내 헤지펀드 집결…싱가포르·한국 투자 통로 역할

조영진 기자공개 2023-10-30 08:20:09

[편집자주]

3년 전 VCC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에 글로벌 자금이 쉴새없이 밀려들고 있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꽁꽁 발이 묶인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폐쇄적인 금융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VCC 활용을 타진중이다. 실제로 몇몇 운용사들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직접 해외자본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더벨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헤지펀드의 해외자본 유치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이 국내 토종 헤지펀드로는 최초로 싱가포르에 VCC를 설립했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의 자회사인 피보나치에셋매니지먼트가 현지 운용 라이선스인 RFMC를 지난 4월 취득하면서 VCC 설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동대표 체제였던 피보나치자산운용은 싱가포르 공략을 위해 조직을 재편했다. 윤정인 대표가 현지법인 피보나치에셋매니지먼트의 대표직을 맡고, 국내 조직은 태혁진 대표가 총괄하는 구조다. 윤정인 대표는 피보나치자산운용의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SO)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은 현지 VCC의 하위펀드로 국내 우수한 헤지펀드를 배치, 해외자본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폐쇄적인 국내 금융환경이 외국계 자본을 가로막고 있는 만큼, 싱가포르에서 활동 중인 피보나치자산운용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공략, 존폐 기로서 고민…현지 주요사업자로 발돋움

피보나치자산운용은 삼성증권, 한국 모건스탠리, 도이치증권 런던 등에서 근무한 윤정인 대표(사진)를 비롯해 그와 함께 일했던 인력들이 결집한 헤지펀드 운용사다. 일반사모집합투자업을 인가받은지 갓 2년을 넘겼을 정도로 비교적 신생사에 속하는 하우스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의 싱가포르 진출은 외국계 자본유치가 불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윤정인 대표는 "일반사모집합투자업을 인가받은 2021년 말 미국계 헤지펀드에서 투자의사를 타진해왔다"며 "허나 국내 투자신탁 계약구조, 글로벌 스탠다드와 상이한 금융환경 탓에 결국 투자유치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된다면 중소형 헤지펀드의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고민도 싱가포르 진출에 한몫했다. 국내 펀드시장의 3대 투자자인 국가, 기관, 리테일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할 경우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신생사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었다.

윤 대표는 "결국 해외자본 유치가 돌파구라고 생각했고 해외에 거점이 없다면 그마저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지난해 초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운 뒤 RFMC 인허가를 신청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4월 인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보나치에셋매니지먼트가 VCC를 설립한 것은 인허가 다음 달인 지난 5월이다. 한류문화, 한국주식 등에 관심이 큰 현지 투자자들이 자금 출자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7~8월새 도합 300억원 규모의 피보나치자산운용 펀드 2개를 하위펀드로 설정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태혁진 대표가 준수한 운용성과를 유지한 점도 투자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VCC 제도를 눈여겨본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인허가 요청이 계속되자, 현재 싱가포르통화청은 인허가 허들을 대폭 상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토종 헤지펀드의 현지 라이센스 획득 및 VCC 설립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진 상황으로, 당분간 해외자본 유입은 피보나치자산운용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자본 유입창구 역할" 국내 헤지펀드 업계 부흥 희망

피보나치자산운용은 싱가포르와 한국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윤 대표는 "피보나치가 자문계약을 체결해 현지 펀드에서 국내 펀드로 재간접 투자하거나 싱가포르에 하위펀드로 국내 운용사의 투자상품을 설정하는 등 여러 협업방안이 있다"며 "그간 일임 비히클을 제외하고는 외국계 자본 유치가 어려웠던 국내 시장보다 훨씬 우호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싱가포르와 한국 모두에서 호응을 끌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선 싱가포르내 한국인 플레이어가 손에 꼽을 만큼 적은 탓에 한국계 VCC에도 상당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윤정인 대표가 여러 헤지펀드 하우스들을 대상으로 잦은 미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피보나치에셋매니지먼트는 기설정한 피보나치자산운용 펀드 2개 외에도 국내 모 헤지펀드 운용사들과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5호 펀드 설정계획까지 수립한 상황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출자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피보나치에셋매니지먼트의 VCC 운용자산은 약 7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윤 대표는 "RFMC 라이센스로는 VCC의 운용자산을 최대 2500억원까지만 늘릴 수 있어 향후 다음 라이센스인 LFMC 취득에 나설 것"이라며 "파트너사를 밝힐 순 없지만 신중히 협업대상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는 외국계 자본의 부재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추진 중인 해외자본 유치활동이 꼭 피보나치자산운용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에도 이어져 국내증시의 저평가된 가치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윤 대표는 "중소형 헤지펀드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게 보여 시작한 사업이 작은 결실을 맺었다"며 "한국 최고의 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들을 VCC에 담는 컨셉으로 구상 중이며, 해외자본 유입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업계에 활력이 더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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