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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갑진년 PF 쇼크 현실화?…증권가 "확대해석 오히려 독"보수적 신평업계, 브릿지론 위기 초점…"20% 디폴트에도 6조 '여파 제한적'" 시각도

양정우 기자공개 2024-01-02 08:11:13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8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내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쇼크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수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신용평가사와 크레딧업계는 올해 내내 경계감을 지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증권업계에서는 확대 해석이 오히려 시장의 자금 경색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 PF 우발채무가 과도한 몇몇 건설사와 전체 PF 중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으나 금융위기급 충격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태영건설 결국 워크아웃 신청…133조 PF 중 브릿지론 30조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을 해주는 제도다. 이 건설사는 이날 만기가 돌아온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을 막지 못해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국내 PF 위기를 경고하는 시각은 올 한 해 끊이지 않았다. 고금리 기조가 오랜기간 지속되면서 부동산금융이 얼어붙은 데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지속됐다. 시행사의 신용보강에 나선 건설사(시공사)는 물론 그간 PF 익스포저를 늘린 증권업계에 리스크의 불씨가 남았다는 지적을 이어왔다.

태영건설처럼 PF 우발채무가 유독 과도했던 경우도 있지만 이들의 PF 위기감에서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건 브릿지론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 가량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전체 금융권에서 약 30조원 규모의 브릿지론이 만기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릿지론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 일로를 걷는 여건에서 본PF 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만기연장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만기연장의 경우 해당 PF가 미칠 여파를 일시적으로 미룬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여건에서 손실의 인식이 이연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PF 사업장의 만기연장 기간을 살펴보면 6개월~1년 이내가 가장 많다. 올들어 연장된 브릿지론의 만기가 내년에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다. 금리가 예상대로 인사되는 동시에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차질없이 해소되겠으나 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존 사업성 하락의 타격에 만기연장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나친 우려감, 전염 양상 도화선…당국·금융권, 대응능력 '레벨업'

그럼에도 증권업계에서는 지나친 확대 해석에 따라 우려감이 전염되는 양상을 더 우려하고 있다. 내년 브릿지론의 위기가 현실화되더라도 과거 금융위기 때 PF 사태 정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일단 보수적 시나리오를 전개할 경우 30조원 규모의 브릿지론에서 20~30% 정도인 6조원 안팎이 디폴트에 직면하는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들 부실 PF의 손실률이 50~60% 정도에 이르더라도 실제 손실이 확정되는 금액은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130조원 대인 전체 PF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브릿지론의 경우 최악의 국면에 처해 토지 등을 다시 매각해 상환을 받으면 통상적으로 60% 정도는 보전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준공까지 끝내놓은 사업장에서 미분양 탓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와 결이 다른 셈이다. 이 때문에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브릿지론이 코너에 몰려도 부동산 시장 전체가 어려워지는 건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우려감이 일파만파 확산될 경우 자금 경색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모든 사업장 PF가 위험하다는 경계심으로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의 효과도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도한 확대 해석 탓에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수차례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권의 위기 관리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며 "부동산금융 부실에 대한 증권사의 손실감내능력은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당국의 위기 대책과 대응 속도도 현저하게 개선된 터라 태영건설 워크아웃도 연쇄적 PF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당국은 레고랜드 사태를 겪으면서 채권시장 안정펀드(최대 20조원)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10조원) 등 최대 37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시장 불안이 촉발되면 이들 안전장치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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