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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주 '비만' 판 LG화학의 결단, '항암제' 선택과 집중 'LB54640' 4000억 규모로 기술수출, 항암 전문 '글로벌사' 도약에 초점

차지현 기자공개 2024-01-10 13:42:45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 신약개발 기조가 항암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희귀비만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대가 큰 파이프라인으로 꼽았지만 최근 개발권리 일체를 미국 바이오기업에 넘겨버렸다. 이 같은 결단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항암제'에 힘을 쏟겠단 구상으로 읽힌다.

◇속도 빠른데 데이터도 우수…권리 '전부' 이전 이유 눈길

LG화학이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사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희귀비만증 치료제 후보물질 'LB54640'은 유망주로 꼽히던 파이프라인이었다. 임상 2상 단계로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인데다 임상 데이터도 좋았다. 2022년 말 마무리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하루 한 번 28일 간 복용해 최대 3% 체중이 줄어드는 등 체중 감량 효과도 입증했다.

이미 리듬파마의 '임시브리'가 희귀비만증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지만 복용 편의성을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주사제인 임시브리와 달리 'LB54640'은 경구제다. 유전성 질환인 희귀비만증은 소아 시기부터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구제에 대한 니즈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 전략은 1년 만에 돌변했다.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개발 및 판매 권리를 모두 넘기면서 LG화학은 해당 파이프라인 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선급금 비중을 끌어올린 점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상업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총계약 규모로 보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항암제, 국내 첫 제약업 진출 '영예' 되찾을 승부수

LG화학은 왜 LB54640을 팔기로 결정했을까. 희귀비만증 영역 선점에 나선 리듬파마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도 있지만 다른 물질에 역량을 모으고자 했던 의지가 더 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핵심은 항암제다.

LG화학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제약업에 진출했다. 1961년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획득하고 1984년 의약사업부를 신설했다. 고(故) 구자경 LG그룹 전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1991년 세계 최초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업화 과정에 실패하면서 암흑기를 맞았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이 지속해서 줄었고 핵심 연구 인력은 회사를 대거 이탈했다. 2012년 내놓은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를 제외하곤 10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전의 조짐이 나타난 건 2017년 경이다. LG생명과학이 LG화학으로 흡수합병되면서부터였다. 이어 2022년 초 LG화학이 '친환경·배터리 소재·신약개발'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뒤 생명과학사업부문에 더욱 힘이 실렸다. R&D에 총 2조원 규모를 투자해 2030년까지 4개 이상 신약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는 목표다.

과거의 영예를 되찾을 재료가 바로 '항암제'다. 생명과학사업부문를 이끄는 손지웅 사장이 항암제 전문가라는 점도 한몫 거드는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서울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서울대 내과 전문의, 한림대 의대 임상면역학 교수를 거쳐 영국계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신약물질 탐색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했던 경험이 있다.

◇8000억 베팅한 美 아베오 전진기지, 병용 임상 가속화

현재 LG화학의 항암제 개발은 작년 인수한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베오는 미국 보스턴 소재 항암제 전문 개발사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신장암 3차 치료제 '포티브다'를 보유했다.

아베오 인수 당시 손 사장은 "항암 신약의 개발단계에 있는 회사는 미국에 수백곳이 있지만 실제 상업화에 성공한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항암 파이프라인 그리고 더 나아가 상업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는 셈이다.

포티브다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억제제인데 면역항암제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병용해 신장암 2차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와 병용해 간암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아베오의 두경부암 치료제 후보물질 '피클라투주맙', 자체 항암제 후보물질 등도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이후 개발하는 자체 신약의 미국 진출 시 포티브다로 구축한 판매망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LG화학이 이번 희귀비만증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계약을 통해 당장 확보하는 금액은 1300억원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문의 연간 R&D 비용인 2000억과 맞먹는다. 기술수출로 확보한 재원은 물론 LB54640 개발에 투입했던 R&D 인력까지 항암제 파이프라인에 쏟으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의 핵심은 빠른 상용화인데 희귀비만증 분야에선 리듬파마가 리딩하고 있기 때문에 양사가 손잡으면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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