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재생에너지 해부]빛 못 본 수직계열화 다시 시도하는 이유②철수했던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사업 재진출, 수직계열화보다 '미국'에 집중
김위수 기자공개 2024-01-12 07:40:36
[편집자주]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한화그룹의 가장 중요한 미래 사업이다. 한화그룹의 차기 총수로 지목되는 김동관 부회장이 사업을 도맡아 육성해왔다.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채워놓을 예정인 한화그룹의 '꽉 찬'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는 사업에 대한 한화그룹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화그룹의 핵심 먹거리로 성장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까. 더벨이 한화그룹의 신재생에너지 밸류체인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양광 사업의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은 중국 기업들이 저가공세로 사업을 장악한 대표적인 사업군이다. 2008년 ㎏당 4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당시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업에 진출하거나 진출 검토를 했을 정도였다.한화그룹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을 결정한 시점도 폴리실리콘이 '잘 나가던' 2008년이었다.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은 당시 태양광 사업을 본격화하며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공급과잉이 맞물리며 폴리실리콘 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2011년 무렵에는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당 30달러로 폭락했다. ㎏당 30달러는 당시 기준 폴리실리콘 제조원가 수준에 해당했다.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폴리실리콘 사업을 눈여겨보던 LG·SK는 사업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했다. 단 한화그룹은 다른 길을 갔다. 예정했던 폴리실리콘 투자를 이행하며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에 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조원 넘게 들인 폴리실리콘 사업, 2020년 철수했는데…
한화그룹은 전라남도 여수 산업단지에 1조원을 투자해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2013년 연산 1만톤(t)규모의 생산능력(CAPA)으로 공장이 준공됐고, 이후 증설 및 공정 개선을 통해 생산능력을 1만5000톤까지 확대했다. 폴리실리콘 생산체계를 갖추며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 공장 설립을 공식화하기 전인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를 통해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당시 솔라펀파워홀딩스는 잉곳·웨이퍼·셀·모듈에 이르는 생산체계를 보유하고 있었다.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태양광 사업 전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상태였던 셈이다. 폴리실리콘 시장이 부진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의 폴리실리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배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태양광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한화그룹 밸류체인에서는 다결정용 잉곳·웨이퍼가 생산됐는데, 보다 효율이 높은 단결정용 태양광 셀 사업을 확대하며 미스매치가 일어났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의 '치킨게임' 확대로 수직계열 체제의 제품보다 외부에서 조달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컸던 상황이다. 이에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에서의 수직계열화 전략을 포기하고 2018년 잉곳·웨이퍼 사업을 포기했다.
이 시점까지만 해도 폴리실리콘 사업은 진행 중이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당시 기준 한화그룹의 폴리실리콘 손익분기점은 ㎏당 12~13달러 수준이 됐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2008년 ㎏당 400달러에 달했던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2018년즈음에는 17달러까지 하락한 상태였다.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을 유지했지만 시장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며 2020년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당 7달러까지 내려갔다.
사업을 진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며 한화그룹도 2020년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밸류체인은 셀·모듈만 남게 됐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사업 재진출
얄궂게도 한화그룹이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한 이듬해인 2021년 폴리실리콘 가격이 치솟았다. 연초에만 해도 ㎏당 11달러에 머물렀던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6월경에는 3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다. 한화그룹과 달리 폴리실리콘 사업을 유지했던 OCI는 2년 연속 이어지던 적자 고리를 끊고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한화그룹이 다시 태양광 사업에서의 수직 계열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태양광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한 해에 3.3기가와트(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2022년에는 미국에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보유한 노르웨이 소재 기업인 REC실리콘의 지분 21.34%를 인수하기 위해 약 2500억원을 투입했다.
폴리실리콘에서부터 잉곳·웨이퍼, 셀, 모듈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다시 이루게 된 셈이다. 밸류체인 일부를 미리 포기한 점이 아깝지는 않았을까.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이 있었기에 밸류체인에 다시 진출하게 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보다는 '미국'에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점에 방점이 맞춰져있었던 셈이다. 특히 한화솔루션의 기존 잉곳·웨이퍼 생산기지가 중국에 위치했던 만큼 공장을 그대로 운영했더라도 IRA 혜택에서는 제외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자국내 생산된 태양광·배터리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은 와트(W)당 7센트, 셀은 W당 4센트, 잉곳·웨이퍼는 ㎥당 12달러, 폴리실리콘은 ㎏당 3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국 공장이 완공될 경우 한화솔루션이 AMPC로 수령할 금액은 연 1조1830억원(8억7500만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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