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점프2024]'2차전지 턴키' 유일에너테크, 올해 반등 노린다①SK온 의존 탈피, 매출비중 40%까지 낮춰…레이저 노칭·스태킹 앞세워 시장 주도
조영갑 기자공개 2024-01-17 14:23:35
[편집자주]
새해 코스닥 기업은 생존의 시험대에 놓였다. 조달 사정은 위축된지 오래됐고, 신사업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 기업들은 한해 먹거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사업계획에 담았다. 새로운 도약대를 찾아 퀀텀점프를 꿈꾸는 기업들의 비전을 현장에서 직접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7%→40%'유일에너테크의 특정 고객사 의존도 비중 추이다. 2차전지 공정 장비인 노칭·스태킹 장비를 주로 개발·생산하는 유일에너테크는 지난해 주요 고객사인 SK온향 매출 비중을 드라마틱하게 줄였다.
사실상 2022년 전까지 SK온과의 거래에서 매출의 100% 가까이 발생, 확장성의 한계를 보이던 상황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해소된 모양새다. 글로벌 배터리 메이커들을 신규 고객사로 대거 확보한 덕분에 SK온 의존도는 낮아지고, 대신 새 고객사 군의 비중은 올라갔다.
지난 12일 경기도 안성 유일에너테크 본사에서 만난 정연길 대표는 "전방 투자 상황, 특정 고객사 의존도 지속으로 인해 2021~2022년 실적 추이가 꺾였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레이저 노칭 설비가 글로벌 고객사 양산 페이즈(phase)에 본격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유일에너테크는 2020년 말 매출액 590억원, 매출액 77억원 수준을 기록하다가 상장 첫 해 고객사 공급선 문제로 매출액 294억원, 영업이익 -5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22년에는 매출액 475억원을 올렸지만, 1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채산성이 더 악화됐다. 올 3분기 말 매출액은 247억원, 영업이익은 -45억원 수준이다. 아직 부진의 늪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유일에너테크는 이 기간 정면 돌파를 택했다. 2020년부터 레이저 설비 개발팀을 구성해 기존의 금형 노칭 장비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장폭형 스태킹 장비에도 R&D(연구개발) 비용을 투입, 조립 공정 상에서 턴키수주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했다. 당시 영입한 이강수 상무가 레이저 설비 R&D를 이끌고 있다. 이 상무는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한빛레이저 CTO를 지낸 레이저 설비 전문가다.
유일에너테크는 지난해 271억원 가량을 투입해 안성 신공장 이전을 완료하면서 최대 3000억원(연 매출 기준) 수준의 캐파를 확충하기도 했다. 양적, 질적 성장을 동시에 꾀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R&D와 시설 확충 등 CAPEX(자본지출)에만 약 400억원 가까이를 투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레이저 설비의 품질력을 인정 받으면서 음극 레이저 노칭장비 관련 양산 PO(구매주문)이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에는 조립 공정 최초로 글로벌 배터리 메이커를 대상으로 턴키 수주도 확보했다. 131억원 규모로 매출 볼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첫 턴키 레퍼런스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회사 안팎의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금형에서 레이저 노칭으로 기술이동에 성공하면서 기술이동에 성공, 글로벌 메이커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금형 노칭은 프레스(press)로 극판을 잘라내는 방식이라 정밀도, 마모 등의 메인터넌스(유지) 이슈가 뒤따르지만 레이저는 고속 노칭과 정밀도, 유지보수 등에서 강점이 있다. 유일에너테크는 금형과 레이저 노칭 모두에 강점을 지녔다.
정 대표는 "지난해 약 900억원 수준의 수주잔고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약 1600억원 가량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국내 베이스의 글로벌 메이커들의 고객사를 비롯해 유럽 신규 메이커, 동남아 EV 완성차 메이커 등 다양한 고객사 군이 새로 확보되면서 매출원이 다채로워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일에너테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게는 50억원부터 많게는 270억원 가량의 공급계약을 연이어 따내면서 수주잔고를 쌓고 있다. 수주액은 올해부터 설비 입고에 따라 순차적으로 매출로 산입된다. 차질 없이 설비가 인도될 경우 유일에너테크는 올해 말 약 1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역시 10% 이상을 노린다.
여기에 2022년 레이저 노칭과 스태킹(개별 셀을 층층이 적층하는 가공방식)을 결합한 인라인 설비까지 라인업에 추가, 최근 북유럽 배터리 메이커에 양산 공급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노칭 설비만 있는 솔루션 대비 마진율이 커 향후 수익성을 높일 매출원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노칭과 스태킹을 합쳐 인라인 장비로 만든 것인데, 양산공급 단에 진입했기 때문에 앞으로 노칭 단일 장비보다 매출 기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음극재 노칭보다 난이도가 높은 양극재 유지부 노칭 장비도 현재 개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일에너테크가 올해 본격적인 성장 구간을 맞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올해 배터리 메이커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예고된데다 유일에너테크의 레이저 노칭 및 스태킹 설비가 양산공급 단에 막 진입했기 때문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관련 설비 역시 지난해 유의미한 레퍼런스를 확보하면서 업계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현재 전고체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SDI 역시 유일에너테크의 관련 설비를 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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