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디자인하우스'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첫 수주 소식이 알려진 가온칩스의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더니, 에이디테크놀로지로도 온기가 퍼졌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가온칩스나 에이디테크놀로지 모두 해외 진출 성과를 잇따라 전하고 있다. 가온칩스는 최근 일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디자인 솔루션 수주 소식을 알렸다. 에이디테크놀로지도 지난해 유럽 소재 팹리스와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도 해외 수주에 집중한다는 청사진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가온칩스나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다. 팹리스나 세트(완성품)사가 설계한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생산할 수 있게 제조용 도면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지난해부터 잇달아 해외 수주에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해외 팹리스와 세트사에 직접 영업해 삼성 파운드리(위탁생산)를 이용하도록 유치했단 점이다.
삼성전자 DSP 중 상장사는 코아시아, 알파홀딩스(거래 정지 중)까지 총 4개사다. 가온칩스나 에이디테크놀로지처럼 해외 수주고를 올리며 앞서 나가는 기업도 있을 테고 성장에 시간이 걸리는 곳도 있다. 같은 업종인 만큼 서로 경쟁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삼성 파운드리의 에코시스템 안에서 함께 성장해야 할 동반자란 점이다.
실제로 한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경쟁자인 1위 대만 TSMC를 이겨야 결국 DSP 사업의 파이도 커지는 것"이라며 "디자인하우스들은 모두 힘을 모아 TSMC를 뛰어넘자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하며 각자의 디자인 솔루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협력하면서 삼성의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얘기다.
토종 디자인하우스의 해외 수주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모르는 곳은 없지만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인지도가 낮다. 해외 팹리스가 '삼성+국내 디자인하우스'를 이용할 유인을 만들기 위해선 오직 기술력으로 무장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해외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며 오랜 시간 충분히 설득한 뒤에야 마음을 얻었다.
그런 점에서 DSP의 해외 수주 성과는 참 반갑다. 삼성전자는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을 넘어 이스라엘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DSP들이 삼성의 동반자로서 함께 뚫어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수주 확대로 대만 글로벌유니칩(GUC)나 알칩(Alchip)을 뛰어넘는 토종 기업이 나오길, 파운드리·설계자산(IP) 전문기업 등을 아우르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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