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현대차 지도]미련 남는 중·러 시장, 돌파구는 어디에②베이징 2·3공장 중심 생산체제 재편…정치적 리스크는 변수
이호준 기자공개 2024-02-29 11:39:55
[편집자주]
세계 시장은 늘 어렵다. 급변하는 안보 상황을 체크하는 일, 달라진 경제 환경에 맞게 판매 전략을 짜는 일, 부상하는 시장을 찾아 떠나는 일. 해외 시장을 뚫어온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도전과 기회 그리고 위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배경이다. 국내 제조업 대표 주자인 현대차도 마찬가지. 러시아 상황뿐 아니라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주요국을 대하는 현대차의 대응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왜일까. 더벨은 현대차의 새로운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7일 16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충칭·창저우 공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지난 1년 동안 현대차가 문을 닫거나 매각하기로 한 생산 시설이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선 판매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는 차량 생산 자체가 중단되자 '일보 후퇴'를 결정한 한 해가 됐다.
공장에 들어간 투자금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욱 남는다. 충칭 공장의 경우 모두 1조6000억원이 투입됐으나 매각가는 5분의 1 수준인 3000억원에 불과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5500억원이 투입됐지만 회수한 돈은 겨우 14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를 포기하는 것은 전 세계 자동차 1위 시장과 현대차 국외 공장 가동률 1위 시장을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현대차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사실 소비자에게 외면당한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한때 중국 시장점유율 8%로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에 2015년 중국 창저우·충칭 공장을 연달아 짓는 '통 큰 투자'로 현지 진출에 더욱 고삐를 좼다.
다만 의문 부호가 적지 않았다. 시장 트렌드를 고려했다기보다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데 급급했다는 시각 때문이었다. 실제 2016년부터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운용해 정부 주도로 전기차·하이브리드차를 보급했다. 또 부가가치가 높은 SUV 등이 인기 차종에 오르는 흐름을 보였지만 현대차 주력 차종은 아반떼와 엑센트였다.

결과는 숫자로 명확히 드러났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공장을 5개까지 늘린 2016년 114만대에 달했던 판매량은 2017년 78만대로 곤두박질쳤다. 2017년 사드 사태로 판매량이 급감한 측면도 있지만 이 기간 창청자동차와 BYD 등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SUV와 전기차 신차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현대차 중국 법인(BHMC)의 판매 실적은 2021년 18만여대까지 낮아졌다가 2022년 이후 20만여대 수준을 유지 중인 상황이다. 현대차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베이징 2·3공장을 중심으로 판매 실적을 유지하면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 생산에 집중하는 식으로 중국 내 완성차 판매 전략을 재편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도 내부에선 '공장을 세우는 데 올인했던 게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 위주의 판매 전략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리스크'가 높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이후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자동차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왔다. 공장이 돌아갈 수 없는 환경인 셈이다. 물론 르노·마쯔다·닛산·벤츠·폭스바겐 등 다른 해외 완성차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만 '중요성'으로 보면 가장 미련이 남는다. 러시아 법인은 코로나 기간 현대차의 모든 국외 생산 거점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가동률이 90%를 상회했다. 공장이 쉼 없이 돌아갈 만큼 판매가 잘됐다는 의미다. 실제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와 크레타(현지 전략형 모델)는 러시아에서 '국민차'로 불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쟁 종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의 데드라인은 2년이다. 또 이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고 매각 대상 현지 업체인 아트파이낸스(Art-Finance)로부터의 재매입을 위해서는 가격 협상을 다시 해야 해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반사이익을 보는 것을 마냥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거래소, 3시간 심사 끝에 제노스코 상장 '미승인' 확정
- 대방건설, '부채비율 80%'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
- [상호관세 후폭풍]'90일 유예'에 기업들 일단 안도, 정부 협상 성과에 쏠린 눈
- 에이치알운용, 한투 이어 '신한 PWM' 뚫었다
- KB증권, 2분기 롱숏·메자닌 헤지펀드 '집중'
- "지분 3%로 이사회 흔든다"…얼라인 '전투형 전략'의 정석
- 하나증권, 성장주 중심 라인업 변화
- 우리은행, 가판대 라인업 확대…'해외 AI·반도체' 신뢰 여전
- 하나은행, 라인업 고수 속 'NH필승코리아' 추가
- 리운운용, 메자닌 전문가 모셨다…투자 영역 확대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운전자본 가중 동국산업, 현금흐름 개선 묘수있나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성장보단 생존 우선...동국산업, 올해 만기 도래 '2200억'
- [thebell note]장세욱의 싸움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동국산업, 손익 '엇박자'…영업흑자에도 순손실 300억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KG스틸, 그룹내 '유동성 창출' 중심 부상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무관세' 종료 美시장…KG스틸USA, 실적유지 가능할까
- 아주스틸, 420억 손상차손…PMI 통해 자산 재평가
- [상호관세 후폭풍]포스코·현대제철, 美 중복관세 피했지만…가격전쟁 '본격화'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단기금융상품 '두배 늘린' KG스틸, 유동성 확보 총력
- CJ대한통운, 신사업 ‘더운반’ 조직개편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