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자 시장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주주환원을 독려하자 저평가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자가 몰렸다. 진작에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를 사두었던 지인은 드디어 금융주가 빛을 발할 시간이 왔다며 기뻐했다.그러나 연일 주가 상승세에도 보험 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한 달 사이에 당국의 주문이 정반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CFO를 불러모아 과도한 배당 자제를 지시한 게 지난 1월이었다. 새 회계제도의 안착을 위해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보험사는 그간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만전을 기해왔다. 자본 여력이 부족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배당을 막는 장치도 마련해뒀다. 은행의 대손준비금과 유사한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그것이다. 이익잉여금 내에 적립하는 이 준비금은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시켜 자본의 사외 유출을 방지했다. 물론 금융당국과 면밀한 논의를 거쳐 결정한 사항이다.
IFRS17 안착을 위해 당국과 보험업계가 힘을 합쳤던 시간은 그새 잊혀진 걸까. 보험사는 금융당국이 업권의 시기적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지시를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복현 금감원장은 밸류업과 관련해 주주환원 미달 기업에게는 거래소 퇴출을 고려하겠다며 언행의 수위를 높일 뿐이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본을 지킬지 배당을 늘릴지 갈피를 못잡겠다는 하소연이 들려온다.
투자자들의 쓴소리도 날아왔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얼마 전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질책을 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상장보험사 다수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보험사는 지난해 겪었던 악몽의 시간을 떠올리고 있다. IFRS17 도입 초기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자 당국은 계리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면서 각 사마다 전략적으로 선택한 회계처리 방식을 통일하도록 지시했다. 기업별 자율권을 보장하는 IFRS17의 본질과 한 발 멀어지면서 업계에서는 보험사 간 비교가능성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IFRS17 도입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당국이 여러 차례 가이드라인과 회계처리방식을 손보면서 보험사는 당국의 말 하나에도 민감해졌다. 그런 보험사에게 밸류업의 메시지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밸류업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밸류업의 취지에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는 IFRS17 연착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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