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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서로가 없다면' 양그룹 오너 통합 당위성 설득 나선다'이우현·임주현' 등 오너 공동 IR 추진, 20년만 장래사업 공시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14 09:04:07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그룹에 OCI그룹이 없다면. 반대로 OCI그룹에 한미그룹이 없다면. 두 그룹 통합이라는 전대미문의 이례적 사건을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오너일가가 직접 나서 당위성을 설득한다.

언론 접촉에 소극적이었던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등 모녀가 연이어 인터뷰에 나섰고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기자들 접촉을 마다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양그룹 오너일가가 함께 전면에 서는 기업설명회(IR)도 준비하고 있다. 통합 이후의 비전은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하고도 충분한 파트너인지를 설파하겠다는 의미다.

◇은둔 오너일가까지 등판, 통합 시너지 설득 사활

한미사이언스는 12일 '장래사업·경영 계획'이라는 공시를 통해 중장기 성장 목표를 공개했다. 세부적으로 △혁신신약 연구개발(R&D) △글로벌 사업 △디지털 헬스케어 △컨슈머헬스 등을 핵심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글로벌 톱티어 헬스케어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장래사업·경영 계획 공시를 낸 건 20년 만이다. 앞서 한미그룹 지주사 전환 전인 2004년 항생제 원료를 통한 유럽 시장 개척 관련 내용으로 공시한 게 마지막이다. 특정 제품에 대한 사업 계획이 아닌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무공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갑작스러운 이 같은 공시는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 이후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작업 차원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기업설명회(IR)에 나서기 전 시장에 가이드를 준 셈이다.

한미그룹은 최근 통합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오너일가가 전면에 나서 기자들을 만나 통합 배경 및 향후 시너지 등을 직접 소개했다.

임주현 사장에 이어 송영숙 회장까지 연달아 인터뷰를 진행한 게 대표적이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달 말 언론 석상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2007년 한미약품 입사한 뒤 첫 인터뷰다. 일주일이 조금 지난 시점 송 회장도 언론 앞에 섰다. 그가 언론 인터뷰를 가진 건 회장으로 취임한 2020년이 마지막이었다. 모두 통합그룹의 청사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OCI그룹 역시 통합의 당위성 및 진심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서기 위해 오너인 이우현 회장이 나서고 있다. 기자들과 대면 및 전화인터뷰를 통해 시장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그만큼 자신감 있는 통합이라는 걸 적극 알리고자 하는 행보였다.

◇국내서 유례없는 이종산업 결합, 양사 시너지 강조

각사의 IR에서 양 그룹 오너일가가 개별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는 것에과는 별개로 공동으로 공식석상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우현 회장을 비롯해 임주현 사장 등이 함께 하는 기업설명회(IR)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 측이 200조원의 기업가치를 올릴 전략을 보여준다는 다소 추상적이고도 애매모호한 얘기를 공표하고 있지만 임주현 사장 측과 OCI그룹측은 보다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다만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공시 등을 통해 알린 IR행사는 한미 오너가 및 직원들이 주가되는 행사"라며 "오너 공동 인터뷰나 IR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만약 양그룹 공동 IR 행사가 확정되면 통합 그룹 오너가 한자리에 모이는 첫 공식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대상은 국내 애널리스트로 한정하는 것으로 고민하고 있다. 당초 언론과의 간담회 형태로도 고민했지만 애널리스트로 압축하는 분위기다.

주제는 분명하다. 통합그룹이 만들어낼 미래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다. 시장의 오해를 불식하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경영할 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줄 예정이다.

자산총액 12조원대 OCI그룹과 3조원대 한미그룹의 결합만으로도 재계 파급력은 충분하다. 다만 상장사로서 주주 등에게 통합 당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 오너일가의 상속 및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통합을 추진한다는 게 아닌 그룹의 발전을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그룹은 OCI그룹의 자금력이 든든한 뒷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설 전망이다. OCI그룹의 해외 유통망 및 기존 투자 기업 활용 가능성도 기대 포인트로 얘기한다. 제약업과 화학업이 동일하게 규제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미 OCI그룹이 오랜 기간 동남아 등 지역에서 쌓아온 대관 능력이 한미그룹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CI그룹에서도 기대하는 부분이 많다. 화학·태양광 사업이 주력이지만 몇 년째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전망도 밝지 않다. 2018년 제약바이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진출했지만 성과를 내진 못했다. 신약개발을 향한 의지와 자본력이 있지만 역량은 부족한 상황에서 한미그룹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OCI 아니면 안 된다' 열악한 한미그룹 재무상태

서로가 아니면 안되는 지점도 있다. 일단 한미그룹의 재무 상태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3분기 말 별도 기준 한미사이언스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억3213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800억원에 달한다. 자금이 없어 다국적 제약사보다 개발 속도가 앞서던 폐암 치료제 개발도 포기해했다. 성장을 위한 R&D와 인프라 투자는 거의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OCI그룹과 계약은 다른 투자자는 제공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성을 지닌다. 이번 거래는 한미 오너일가의 상속세 문제 해결 및 그룹의 성장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경영권까지 지킬 수 있는 패키지 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신주발행 무효 가처분 소송의 2차 심문에서 한미그룹 변호인단은 자금력과 해외 유통망을 가진 국내 기업은 많아도 한미그룹에 관심을 가진 건 OCI그룹뿐이었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렇다고 차입이나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다른 자금조달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한미그룹 오너일가가 대출을 위한 담보로 설정한 주식 비율이 100%를 육박하거나 또 초과한다. 유상증자를 실시해도 이들이 참여하긴 어렵다.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율이 낮은 경우 주가 폭락 가능성이 크다. 한미그룹 입장에서 이번 통합이 꼭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양 그룹 오너일가가 참여하는 IR 행사에서는 이 같은 설명에 주력하는 한편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집중적으로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투자자 대상 IR 개최 전 권유활동 차원에서 자료를 배포하기 때문에 법무법인 조언을 받아 장래사업 공시를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통합의 향배를 가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28일 열린다. 한미그룹 오너가 장·차남이 한미사이언스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 결과는 그 이전에 나온다. 지난 6일 진행한 2차 심문에서 재판부는 양측에 이날까지 추가 자료나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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