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밸류업 리포트]매출 1000억 겨냥 엔시스, 2000억 밸류 회복할까①지난해 500억 돌파, 수주잔고 800억 상회…올해 승부처
아산(충남)=조영갑 기자공개 2024-03-19 08:40:11
[편집자주]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는 12만명의 참석자가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배터리 3사를 비롯해,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의 올해 '비기'를 엿볼 수 있었다. K-배터리의 높아진 위상은 2차전지 기업의 반등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2차전지 전환 국면에서 K-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한 주요 코스닥 제조사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검사장비 부문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엔시스'는 올해 상장 당시 공모가 수준의 밸류 회복을 노리고 있다. EV(전기차) 관련 시장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던 2021년 2차전지 전후공정에 대한 토탈 인스펙션 역량을 인정받아 약 2000억원의 몸값을 인정 받았다. 현재 엔시스의 시가총액은 970억원(14일 종가 기준)가량이다. 전반적인 펀더멘털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지난 13일 충남 천안 엔시스 본사에서 만난 진승언 부사장은 "2차전지 섹터가 지난해 전반적인 부진을 겪었지만 엔시스는 그 중에서도 유독 검사장비 섹터에 묶여 있었던 탓에 반등의 기회를 맞이할 수 없었다"면서 "올해는 엔시스가 강점을 갖고 있는 검사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포트폴리오 개발, 재무전략을 통해 시장에 성장성을 어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시스는 2021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EV 시장이 연 100% 넘는 성장률을 보이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던 상황에서 독자적 검사기술이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을 사로 잡았다.
2020년 말 기준 엔시스는 매출액 364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이익률만 20.38%를 보이면서 수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듬해 엔시스는 매출액 427억원, 영업이익 7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률 역시 10%를 넘나든다.
매출액이 크지는 않지만 탄탄한 사업성덕에 당시 기관 수요예측에서 1467.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밴드 상단(1만6500원)을 뚫고 1만9000원에 확정했다. 상장 밸류에이션은 1977억원 수준이다. 당시 2차전지 업황이 순류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엔시스의 우량한 캐시플로가 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엔시스는 2006년 진기수 대표가 설립한 테크사다. 2차전지 전극공정, 조립공정, 화성(활성화) 공정, 모듈 및 Pack공정 등 2차전지 모든 공정과 관련된 머신비전 검사 장비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태양전지 셀, 모듈 제조설비 역시 매출의 한 축이다. 턴키 설비 능력을 갖추고 있어 기본적으로 고객사 커스터마이징에 강하다는 평가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고객사를 비롯해 글로벌 고객사들과 두루 거래하고 있다.
진 대표는 LG산전, ㈜미래산업 이사, 나이스텍비전 대표이사를 거친 엔지니어다. 현재는 회사 전반을 총괄하면서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장남 진승언 부사장이 진 대표를 보필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1985년 생 진 부사장은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NH투자증권을 거친 젊은 경영인이다. 2017년 회사에 들어와 회사의 IPO(기업공개), 타법인 출자 등의 굵직한 업무를 수행했다.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실물경제에 밝고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지난해 엔시스는 매출액 513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원자재 값, 해외 영업 비용 등이 치솟으면서 이익률이 다소 빠지기는 했지만,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면서 설립 이래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일종의 '빅배스' 효과도 있다. 기존 재고자산 관련 손실액을 충당금 계정으로 빼면서 부채를 미리 털어 영업이익이 빠졌다. 중요한 건 지난해 엔시스가 축적한 곳간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 약 800억원가량의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아직 매출액이 산입이 되지 않은 물량이다. 올해 장비 출고, 셋업에 따라 순차적으로 매출로 잡힌다. 연말 최대 1000억원까지도 보고 있다.
경영 성과, 현금흐름, 안정적 지배구조 등 탄탄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지만 엔시스의 고민은 회사의 '시장 가치(밸류)'다. 엔시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970억원가량이다. 상장 당시 2000억원 밸류에서 반토막이 났다.
3년 간 주가 추이를 보면 중간 중간 부침은 있었지만 완만하게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형태다. 상장 당시 피어그룹으로 꼽았던 브이원텍(1460억원), 엠플러스(1383억원) 등에 비해서도 밸류가 낮다.
이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거래량이 미진하다. 인기가 높은 종목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 전고체 관련 이슈가 퍼지면서 지난 7일 엔시스의 주가가 7%가량 상승했다. 당시 거래량은 46만주정도 였다. 이전 통상 거래량은 약 2만~4만주 수준이다.
이 때문에 주주 일각에서는 가벼운 주식에 무게감을 더하자는 취지로 '무상증자' 등의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을 이끌고 있는 진 부사장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올해 매출 볼륨과 영업이익이 획기적으로 치솟을 전망이고 전반적인 업황과 고객사 투자가 지난해 대비 개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수한 펀더멘털을 앞세워 공정한 가치를 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진 부사장은 "엔시스가 단순 검사장비 관련주로 스탠스가 잡혀 있기 때문에 회사의 기초체력과 별개로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시스는 자산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66배 수준으로 높지는 않지만 PER(주가수익비율)은 50배로 잡혀 있다. 동종업계 32.86배에 비해서 높은 수치다.
이는 주가가 고평가 돼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감이 깔려 있다는 의미도 된다. 상장 당시 30.9배의 PER로 가치평가를 했다. 해당 PER를 현재 적용해도 최소 2000억원 이상의 밸류를 받아야 한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진 부사장은 "올해 엔시스의 행로를 보면 반드시 시장의 적정 평가는 뒤따라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엔시스는 출자 법인들과의 턴키 설비 능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동박 검사장비 등 신규 사업 영역에 진출한다. 회사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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