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로봇 IPO 격전…미래에셋 '아성' 맞서는 NH트렉레코드 경쟁 '본격화'…관건은 기대 '과잉' 해소
권순철 기자공개 2024-03-19 13:16:5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봇 기업공개(IPO) 트랙레코드를 둘러싼 하우스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간 미래에셋증권이 다수의 로봇 기업을 증시에 올리면서 견고한 위상을 쌓았다. 다만 최근에는 NH투자증권이 연이어 로봇 기업들을 증시에 입성시키면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정부 차원의 로봇 육성 정책이 본격화됨에 따라 로봇 IPO 실적을 쌓기 위한 드라이브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로봇 섹터 전반이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피어그룹의 적정성과 함께 추정 실적에 대한 의구심의 해소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NH, 로봇 IPO 트랙레코드 경쟁 '본격화'
그동안 로봇 IPO에서 우위를 점하던 하우스는 미래에셋증권이었다. 2010년대 로보스타, 미래컴퍼니, 알에스오토메이션, 로보티즈 등 유수의 로봇 기업들을 증시에 입성시키면서 관련 경험을 쌓았다. 2021년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상장을 대표 주관한 이력을 바탕으로 2년 뒤 '조단위' 대어인 두산로보틱스의 주관사단에 발탁됐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로봇 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등 자동화 시스템 기업들을 다수 증시에 올렸던 경험이 미래에셋증권의 자산이 됐다고 평가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코윈테크, HB솔루션, 엠투아이 등 스마트팩토리 상장도 다수 주관했다"고 하면서 "산업에 대한 정통함이 주관사 선정에 있어서 높게 평가되는 항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NH투자증권이 케이엔알시스템과 엔젤로보틱스의 공모를 흥행으로 이끌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LG증권 시절 로봇 관절용 부품 기업인 SPG, 수술용 로봇 제조사인 미래컴퍼니 등을 상장시키며 노하우를 축적했다. 2021년 에브리봇을 시작으로 두산로보틱스의 공동주관사로 들어가는 등 꾸준히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지난해 IPO 주관 실적 1, 2위를 다투던 대형 하우스들인 만큼 로봇 IPO 실적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하반기 자율주행 로봇 업체인 클로봇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NH증권도 디비로보틱스와 웨어러블 로봇 기업 코스모로보틱스를 상장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로봇 기업의 상장을 주관을 통해 특별히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2차전지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트랙레코드를 축적한 쪽이 차후 딜을 수임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로봇 산업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3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전 산업에 100만 대 이상의 로봇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월에도 로봇 산업의 기술 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523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을 알렸다.
이에 힘입어 올 하반기부터 클로봇, 씨메스, 나우로보틱스, 시냅스이미징, 브릴스 피앤에스마케틱스, 코스모로보틱스, 서울로보틱스 등 다수의 로봇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예고했다. 로봇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는 시기에 맞춰 상장함으로써 기술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증권사들도 너나 할것 없이 주관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공동 대표 주관사였던 대신증권은 이듬해 뉴로메카를 상장시킨 데 이어 올 하반기 나우로보틱스의 주관사로 나선다. 그동안 로봇 IPO가 뜸했던 삼성증권도 삼성전자가 로봇 투자에 박차를 가한 시점에 맞춰 씨메스, 서울로보틱스의 상장을 연달아 맡았다. 키움신한, 투자증권도 각각 피앤에스마케틱스와 시냅스이미징의 파트너로 들어갔다.
다만 로봇 산업을 향한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고평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 향후 트랙레코드 경쟁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로봇 기업 다수가 성장성은 높지만 실적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점에서 그렇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미래 수익성이 불분명하다는 사유로 인해 2번이나 상장을 철회한 바 있었다. 두산로보틱스와 엔젤로보틱스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피어그룹에서 제외하며 기업가치를 조정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로봇 기업들이 주로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활용하는 만큼 피어그룹과 추정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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