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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레짐 시프트]'회장·부회장' 대표이사만, 대표이사는 6년만 '명문화'15일 정기주총 이후 이사회 개최, 이정희 의장 '셀프 취임' 논란 종식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15 18:46:07

[편집자주]

'지배하지 않는다'로 압축되는 유일한 정신으로 100년 역사를 가진 유한양행이 변하고 있다. 30년만에 회장 및 부회장직을 신설하는 한편 누군가는 수년째 고위 경영직에 자리하고 있다. '순혈'을 제치고 외부 인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변화도 있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꾸린 스튜어드십 역린을 건드는 것일까, 글로벌 혁신신약 렉라자의 상업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단일까. 더벨은 '레짐 시프트(Regime shift)'를 겪고 있는 유한양행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1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과 부회장 직급을 새롭게 신설한 가운데 특정 인물의 사유화 논란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를 취했다. 주총 이후 연 이사회를 통해 회장·부회장은 대표이사만 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그간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 스스로 회장직에 취임하기 위해 해당 직급을 만든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명문화 조치로 이 의장이 대표이사가 다시 되지 않는 한 회장과 부회장은 하지 못하게 된다.

◇사유화 논란 불식 조치, '대표이사' 직급 높이고 임기는 제한

유한양행은 15일 정기주총 이후 개최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와 관련 된 몇가지 규정을 손봤다. '회장·부회장' 직급이 정기주총에서 신설된 가운데 이를 누가할 지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일이 핵심이다.

이사회에서는 회장과 부회장 직급은 대표이사만 가능하도록 명문화 규정을 만들었다. 이로써 대표이사 위에 회장과 부회장이 있을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즉 현재 대표이사인 조욱제 사장 위로 누군가 회장이나 부회장직에는 오를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의장이 고위직급으로 스스로 오를 것이라는 세간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다. 이 의장은 꾸준히 회장직에 오를 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포인트는 그간 불문율로 여겨지던 대표이사 연임 관행을 명문화 했다는 점이다.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임기 3년에 한번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즉 6년 임기를 마치고 무조건 회사를 떠나는 방식이다. 이 의장이 의장직이라는 직을 신설하면서 경영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엄밀하게 대표이사로는 아니다.

이사회는 특정 인물의 장기집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아예 대표이사 임기 규정을 못박았다. 대표이사의 임기는 3년, 그리고 연임 1회만 가능하도록 명문화했다. 즉 대표이사 직급을 높일 수 있도록 하되 임기 제한으로 장기집권을 못하도록 한 셈이다.

◇규모 커질수록 사장·부사장 직급 많아질 것, 옥상옥 구조 못하도록 제한

이 같은 조치는 유한양행 내외부에서 불고 있는 '특정인의 사유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직접적으로 이 의장과 조 사장이 유한양행의 패권을 잡고 장기집권을 노린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회장은 물론 부회장 지명도 없었다. 이번 대표이사 임기 신설 규정에 따라 조 사장 역시 앞으로 3년 더 임기를 마무리 하고 자동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사회에서 역시 회장과 부회장직 신설에 대해 상당한 의견 교류가 있었다. 내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일견 타당하다고 보고 장기집권할 수 없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회장 및 부회장 등 고위직급은 대표이사만 할 수 있고 대표이사는 또 6년 임기를 끝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소위 '옥상옥' 지배구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셈이다.

사유화 논란에도 주주는 물론 이사회도 고위직 신설은 타당하다고 봤다. 현재 2명의 사장과 6명의 부사장이 있지만 앞으로 회사 규모가 더 커지면 사장이나 부사장 직급의 인력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는 더 높은 직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근 셀트리온 역시 회장과 부회장 사이 수석부회장이라는 직급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한양행 고위관계자는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유화에 대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이사회에서 두 가지를 못을 박았다"며 "대표이사들은 6년만 하고 내려오는 것 그리고 회장 및 부회장은 대표이사에 한해서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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