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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비만약' 신드롬]마이크로바이옴 고바이오랩, 비만 존재감 '급부상'⑨건선·IBD 이을 넥스트 성장동력 비만, 다수 균주 특허 눈길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20 09:19:26

[편집자주]

비만이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정의되면서 약물치료의 새 지평이 열렸다. 의지력 부족 등 개인 문제가 아닌 약물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빅파마는 물론 바이오텍들까지 앞다퉈 뛰어들었다. 기존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GLP-1' 계열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설 자리는 있을까. 더벨이 관련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텍 입장에서 파이프라인 다각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고바이오랩도 지속해서 라인업 확장을 고민 중이다. 주력 분야인 건선·염증성 장질환(IBD)을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당초 내세운 건 항암 영역이었다.

최근 들어 변화가 감지된다. 비만 영역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분위기다. 대사질환용 기능성을 갖춘 미생물 소재 발굴 및 균주 특허 취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발 중인 비만 파이프라인이 국책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쟁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이 항암 분야서 앞서가고 있는 데 따른 전략적 판단이다. 마이크로바이옴과 비만과의 연관성이 익히 알려져 있는 만큼 좀 더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본임상 진입 전 초기 연구 단계라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책 과제 수주부터 특허 취득 등 비만 개발 가속화

고바이오랩이 개발 중인 비만 파이프라인은 'KBLP-004'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균주 복합체를 기반으로 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최근 들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사질환용 기능성을 갖춘 미생물 소재를 발굴해 기초 연구를 수행한 뒤 이들 결과를 연이어 주요 논문에 게재했다. 작년엔 국가신약개발사업으로 선정, 관련 파이프라인 개발에 대해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게 됐다.

특허 취득 등 성과도 눈에 띈다. 비만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균주들에 대해 일찍이 배타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특허 취득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범위도 광범위하다.

핵심 균주로는 △로제부리아 인테스티날리스 KBL982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 KBL983 등이 있다. KBL982은 자체 신약개발 플랫폼 스마티옴을 통해 확보했다. 해당 균주가 간 지방 축적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동시에 장벽 보호 및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 회복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BL983은 비만 치료제의 트렌드로 꼽히는 GLP-1과 연관성을 지닌다. 이 균주 및 균주 유래 단백질이 GLP-1 발현을 유도하고 갈색 지방 활성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내당능 장애, 당뇨, 동맥경화, 고지혈증 및 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질환에 기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BL982은 미국에서 KBL983은 호주와 중국 등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향후 특허 등록 국가를 순차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들 균주를 활용한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이를 최적화한 방식으로 생산해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균주 복합체에 대해 독성시험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된다"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생균 치료제에 대한 임상기준 등이 수립되면서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임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세대 동력 비만 낙점 배경엔 '자신 있는 분야'

고바이오랩이 주력하는 파이프라인은 건선과 IBD 등 염증성 질환이다. 그리고 이를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가장 강력한 후보군은 항암 영역이었다. 전체 파이프라인 가운데 비중이 크진 않았던 비만 치료제가 급부상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변화가 생긴 배경은 무엇일까.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또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에도 주목했다.

먼저 고바이오랩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중에선 후발주자에 속한다. 경쟁사 대부분이 면역항암제와 병용 임상을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차별화가 쉽지 않다. 국내로만 시야를 좁혀도 지놈앤컴퍼니의 개발 단계가 훨씬 앞서 있다. 섣불리 항암 파이프라인에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나아가 비만의 경우 자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과 비만과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점이 근거다. 정상인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공생균은 영양소의 대사 및 면역 반응 조절 등에서 숙주인 인체와 긴밀한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비만 치료제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GLP-1 계열 의약품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GLP-1 기반 비만약은 약물 투여 중단 시 체중이 증가하거나 만성적 소화불량이 나타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 편의성 측면에선 주사제라는 불편함도 지닌다.

반면 KBLP-004는 부작용이 낮아 장기 복용이 가능하고 경구 투여가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또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개선, 지속적인 비만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병용 투여할 경우 시너지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당사의 비만 치료제는 차별화한 메카니즘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처방되는 세마글루타이드 등과 병용 투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만성적인 비만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늦게 개발에 뛰어들어도 향후 충분히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초기 단계 및 R&D 부담 등 과제 산적, 해답은 L/O

물론 고민거리는 있다. KBLP-004 역시 본임상 진입 전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에 불과하다. 아직 초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실제 임상에 돌입하기 위해선 최소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상용화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이보다 훨씬 길다.

불어나는 R&D 비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고바이오랩은 영업손실 18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연간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신약 개발은 후기 임상으로 갈 수록 투입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 구조적으로 매년 더 많은 연구비를 쏟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얘기다.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통해 신약개발 재원을 마련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로써 외형을 일 년 새 3배 가까이 키우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판매관리비 등 초기 비용 증가에 따라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로서 고바이오랩이 가장 기댈 곳은 조기 기술수출이다. 후보물질 도출과 최적화 단계를 거쳐 직접 임상을 끌고 가는 방법도 고려하지만 비임상 단계에서도 기술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모색할 예정이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직접 전반적인 임상 단계를 수행하는 것 이외에도 비임상-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면서도 "상용화 시점은 해당 전략 진행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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