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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은 지금]테마에만 흔들리는 주가, 가려진 질적 성장②최대주주 정치적 행보 영향, 10년간 증권가 의견제시 '전무'

이상원 기자공개 2024-03-27 09:23:22

[편집자주]

안랩이 국내 최초 백신 프로그램 V3를 선보인 지도 어느덧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보안업계 부동의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보안 업계의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외국계 기업이 호시탐탐 안랩의 자리를 위협하는 등 공고했던 점유율도 불안해지는 모양새다. 정치적 이슈에 따른 부침도 커 보이는 상황이다.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는 안랩의 과거 성장 과정과 생존을 위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 지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랩은 2001년 '벤체붐'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보안 업계 유일한 상장사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랩에 대한 증권가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대주주 안철수 의원의 정계 진출과 함께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그동안 안랩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이보다 최대주주의 정적 이슈만 부각돼왔다. 자체적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등의 IR 활동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사업성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자의 '단타'로 주가 급등락이 반복돼 왔다.

◇테마 뒤 숨겨진 성장세, 적극적인 IR 필요성 대두

2022년 3월 24일 안랩의 주가는 장중 21만8500원을 기록했다. 상장 후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순간이었다. 이날 안랩의 주식 거래대금은 1조3700억원이다. 국내 증시를 통틀어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당시 안랩에 대한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오른 안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안랩 종목에 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대선 전날 주가가 7만8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 이상 급등했다. 문제는 주가 흐름이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단발성으로 올랐다 크게 빠지는 현상이 반복됐다는 데 있다.

안랩은 안 의원의 정치 참여 전까지 2~3만원대 중형주에 속했다. 이후 2011년 안 의원의 정계 진출과 함께 그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큰 변동폭을 보여왔다. 안 의원이 2012년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당시 안랩 주가는 17만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정치 테마주로 엮이면서 사명도 안철수연구소에서 안랩으로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주가는 2017년 다시 한번 치솟았다. 당시 대선에서 안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자 안랩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이후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다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매번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

2017년 주가 급등 당시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안랩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며 기업의 실적과 본질 가치 이외의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에 주의를 당부드린다"며 밝혔다. 정치적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테마를 걷어내고 안랩의 사업성과 실적만 보더라도 꾸준히 성장해온 기업은 틀림없다. 안랩은 작년 매출액으로 239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소폭 줄어든 264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기간 국내 보안업계 전반의 침체를 감안하면 선방한 성적이었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안랩은 국내 대표 보안기업으로서 작년 보안 업계가 힘든 가운데에서도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왔다"면서 "자체적인 사업 경쟁력과 기술력이 정치적인 테마에 가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업 성과를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해 이를 극복하는 것은 안랩의 지닌 숙제"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변동성에 부담 증가", 마땅한 피어그룹 없는 '한계'

안랩은 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보안기업임에도 증권가의 주가 분석과 전망도 사실상 전무한 곳이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 안랩과 보안산업에 대한 리포트를 낸 게 전부인데 이마저도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외된 채 사실상 실적에 관한 내용이었다.

안랩은 매출 2000억원이 넘는데다 시총도 6000억원대로 코스닥 내에서 작지 않은 기업이다. 특히 국내 보안산업 내에서 중요도를 감안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10년 이상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분석 자료나 전망 등은 없는 건 주가 변동성과 정치 테마라는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가 관리하는 기업은 꾸준히 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규모가 크지 않다거나 단기적으로 좋아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계속 담당하기에 부담되는 기업, 주가 변동성이 크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목표 주가를 제시하지 않는 것도 기업은 괜찮지만 담당하기에 부담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안랩 자체적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등의 IR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가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안랩이 공시한 IR은 2019년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이 행사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대입해 주가를 전망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안랩의 지난해 말 기준 PBR은 2.28배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1에 가까울수록 자산 대비 주가가 적정 수준이고 그보다 높을수록 주가에 거품이 껴있다는 의미다. 다만 안랩은 플랫폼 기업으로 제조업과 달리 자산이 많지 않다. 더욱 다양한 요인이 반영야 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주가전망이 어렵다.

이렇다 보니 주가 상승 시기 외국계 투자자의 단타 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2022년 JP모간은 안랩 지분 5.38%을 취득했다 주가 상승에 전량 매도하며 주가 폭락을 부추기기도 했다. 외국계 기관의 매수로 몰린 소액 투자자들은 피해가 불가피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보안산업의 규모가 여전히 작다는 점에서 커버가 쉽지 않다는 점도 거론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는 담당하는 섹터가 구분돼 있는데 보안이라는 섹터 자체자 없고 IT쪽에서는 마땅히 피어그룹이라고 할 만한 기업도 SK쉴더스 외에는 딱히 없고 상장한 보안기업들의 규모도 안랩과 격차가 크다"며 "이런 애매함도 안랩에 대한 주가 정보가 불분명하다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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