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그룹 경영진단]지주사 퍼시스홀딩스에는 '기획·전략' 기능이 없다①자체 브랜드 육성·전문성 강화 위해 '독립 법인'으로, 분할 때마다 사명 변경
김선호 기자공개 2024-03-29 07:00:11
[편집자주]
퍼시스그룹은 퍼시스, 시디즈, 일룸, 바로스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가구 전문 기업이다. 그동안 인수합병(M&A)보다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가구시장에 입지를 넓혀나갔다. 이러한 퍼시스그룹이 이제 오너 2세 경영체제를 맞이하기 위한 채비와 함께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한 사업전략과 함께 지주사와 각 계열사의 경영 현주소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퍼시스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건 2018년이다. 당시 '의자 제조 및 유통에 관한 영업' 부문을 관계사 시디즈(옛 팀스)에 양도하고 퍼시스홀딩스(옛 시디즈)는 자회사 관리 등을 담당하는 순수 지주사가 됐다.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시기다.다만 퍼시스홀딩스라는 컨트롤타워에 기획과 전략 기능을 탑재시키지 않았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그룹의 컨트롤타워에 기획·전략 등을 담당하는 조직을 운영해 전반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추진해나가는 일반적인 구도와 다른 양상이다.
이에 퍼시스홀딩스 관계자는 "그동안 M&A를 진행해본 적도 없고 이를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지주사 조직은 IT·인사·지원으로 구성돼 있고 지원분야인 경영지원부문 산하에 투자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지만 M&A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M&A가 아닌 자체 경쟁력 강화 '분할의 역사'
퍼시스그룹의 역사는 창업주 손창동 명예회장이 한샘에서 나와 1983년 그룹의 모태가 되는 한샘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95년 자체 브랜드인 '퍼시스'로 사명을 변경하기 전까지 '한샘'이라는 이름을 떼지 않을 정도로 두 업체 간 창업주 관계가 돈독했다.
한샘공업주식회사는 이후 한샘퍼시스로 변경했고 1995년에서야 퍼시스로 바뀌었다. 지주사인 퍼시스홀딩스가 최초로 전자금융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건 1999년 사업연도부터다. 이때의 사명은 씨템에서 일룸으로 변경됐고 또 다시 2007년 시디즈로 변경했다.
정리를 하면 한샘공업→한샘퍼시스→퍼시스→씨템→일룸→시디즈로 수차례 사명이 변화했다. 이는 퍼시스홀딩스에서 육성한 브랜드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를 독립 법인으로 분할했고 이때마다 사명이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최종적으로 퍼시스홀딩스는 2018년 의자 제조 및 유통에 관한 영업부문을 관계사 시디즈(옛 팀스)에 양도하면서 현 사명이 됐고 이로써 퍼시스그룹도 순수 지주사를 갖추게 되면서 그룹으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이를 보면 퍼시스그룹은 M&A보다는 각 사업분야 분할로 몸집을 키워나갔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 지배구조는 손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퍼시스홀딩스와 장남 손태희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퍼시스홀딩스가 보유한 일룸 지분을 소각하는 동시에 손 명예회장이 지분을 장남인 손 사장에게 넘기면서 이러한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IT·인사·지원로 구성, 사업전략은 '계열사 주도'
퍼시스홀딩스에 따르면 종속기업으로 편입돼 있는 기업은 퍼시스, 퍼시스베트남, 시디즈차이나이지만 특수관계자로 인식하고 있는 일룸, 바로스, 시디즈, 일룸 타이완 등에 대한 관리도 맡고 있는 중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건 계열사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기능을 IT·인사·지원으로만 한정했다. 각 계열사가 전문화한 영역에서 사업전략을 수립·실행하고 지주사는 이를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는 양상이다.
IT는 퍼시스그룹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오프라인 채널 등 대리점 중심의 영업망을 구축해왔다면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인사와 지원은 HR부문과 경영지원부문으로 조직을 구축했다. HR부문은 각 계열사 임직원의 성과평가와 이에 따른 인사정책을 운영하고 경영지원부문은 재무를 비롯한 총무, 관리의 역할을 도맡는다. 투자에 대한 업무는 경영지원부문 산하 조직에서 담당했다.
그러나 투자에 대한 범위는 M&A와 신사업이 아닌 금융자산 투자에 관련한 사항이 대부분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퍼시스홀딩스는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만기구조를 대응시켜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고 있고 정기예금, 단기금융상품을 선택해 잉여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퍼시스홀딩스 측은 지주사에서 그룹의 사업전략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전략 기능을 탑재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전했다. 지주사는 계열사의 지원군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퍼시스홀딩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M&A를 진행해 몸집을 키우기보다 사무용 가구, 의자 등 각 차별화한 전문 영역에서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지주사는 이러한 계열사의 사업을 지원해주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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