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글로벌그룹 대수술]임종룡 회장·조병규 행장 '조직문화 쇄신' 나섰다①그룹장 전격 교체 이면엔 '기강 해이' 문제의식…해외 법인도 '성과주의' 도입
최필우 기자/ 황원지 기자공개 2024-04-15 12:41:17
[편집자주]
우리은행이 정기인사 3개월 만에 글로벌그룹장 교체 강수를 뒀다. 실적 부진 만을 인사 배경으로 설명하기엔 파격적인 조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공언한 대로 2030년 글로벌 순이익 비중을 25%로 늘려 아시아 1위 은행으로 도약하려면 조직 문화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회성 충격 요법에 그치지 않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의 현주소와 개혁 과제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글로벌그룹 조직 문화 개혁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2024년 정기 인사' 3개월 만인 지난달 말 글로벌그룹장을 전격 교체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원 포인트 인사로 경종을 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과 해외법인 경영 방식을 손질할 태세다.대수술에 돌입한 표면적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2023년 글로벌그룹 연간 실적 부진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반등 조짐이 없자 문책성 인사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임 회장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임기 중 핵심 과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파격 인사 이면에는 임 회장과 조 행장의 문제의식도 자리한다. 단기 실적 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몇몇 법인장이 취임 자체로 만족하고 영업력을 극대화하지 않는 다소 방만한 분위기가 감지됐고 기존의 글로벌그룹은 이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조 행장 주도로 글로벌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해외 법인에도 성과주의 문화를 이식한다.
◇그룹 격상 후 '두번째' 큰 해외법인 순이익…문제는 '내용'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류형진 전 외환그룹장을 글로벌그룹장으로 임명하는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글로벌그룹장인 윤석모 집행부행장은 HR(인사)그룹 조사역으로 배치됐다.
조 행장 단독 판단으로 그룹장 교체 인사가 단행되긴 어려뒀을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기 인사 한 분기 만에 부행장급 그룹장을 교체하는 건 행장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임 회장이 취임 첫해부터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 차원 높은 전략 수립을 요구해 온 만큼 조 행장과 공감대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사 명분은 실적 부진이다. 글로벌그룹이 관리하는 11개 해외법인 순이익을 보면 지난해 22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604억원(20.9%) 감소했다. 올 1분기에도 연간 목표치에 대한 진도율을 분석했을 때 부진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내부 결론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글로벌그룹 순이익 추이를 보면 실적 만이 그룹장 인사에 작용했다고 보긴 어렵다. 2017년 글로벌사업본부가 글로벌그룹으로 격상한 이후 해외법인 순이익이 후퇴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20년 황규순 글로벌그룹장 재직 당시 역성장을 경험했지만 그룹장 교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윤 부행장 체제에서 기록한 순이익이 전년 대비 부진한 것일 뿐 문책할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2279억원은 글로벌그룹 출범 후 두 번째로 높은 순이익이다. 최대 순이익도 윤 부행장 재임 중에 나왔다. 2022년 2883억원을 기록했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은 단순히 순이익 규모가 작다는 이유 만으로 인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임 회장이 취임 직후 인사에서 윤 부행장을 유임시키며 주문했던 영업 전략과 조직 문화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게 결정적이었다. 현지 금융권과 법인별 현황을 면밀히 살펴봤을 때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분한 시간이 부여됐다는 점도 감안됐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 인사에서 윤 부행장을 유임시켰다. 수년간 글로벌그룹장이 매년 교체된 것을 고려하면 힘을 실어준 셈이다. 취임 후 두 번째 정기 인사에서도 윤 부행장을 신임하면서 예정대로라면 최소 3년 간 글로벌그룹장을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임 회장과 조 행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며 쇄신이 불가피했다.
◇'예우 차원' 법인장 발령 더는 없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은 해외 법인장이 직접 '발로 뛰는' 영업을 하는 조직 문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점의 글로벌그룹도 해외 법인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칠 게 아니라 미흡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두 CEO의 의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해외 법인의 법인장은 그룹 비은행 계열사 CEO와 비슷한 위상을 갖는다. 국내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며 실력을 입증했지만 행장에는 취임하지 못한 인력풀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예우하는 차원의 인사도 이뤄진다. 이에 법인장 개개인의 역량과 별개로 해외 법인 실적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앞서 임 회장은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업적을 중시하는 인사 기조를 보여줬다. 이번에 글로벌그룹장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향후 해외 법인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우가 아닌 실적을 기반으로 CEO와 법인을 관리하고 성과주의를 뿌리내린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그룹장 교체 인사도 그렇지만 각 해외 법인의 실적에 대한 피드백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해외 법인장들이 긴장하는 한편 더 잘해보겠다는 마음도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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