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글로벌그룹 대수술]기강잡기 나선 조병규 행장, 해외법인장 소집해 '쓴소리'②신임 그룹장 아닌 조 행장 주관 영업전략회의 진행…그룹 경영 방침 재정립 예고
황원지 기자/ 최필우 기자공개 2024-04-16 12:51:50
[편집자주]
우리은행이 정기 인사 3개월 만에 글로벌그룹장 교체 강수를 뒀다. 실적 부진 만을 인사 배경으로 설명하기엔 파격적인 조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공언한 대로 2030년 글로벌 순이익 비중을 25%로 늘려 아시아 1위 은행으로 도약하려면 조직 문화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회성 충격 요법에 그치지 않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의 현주소와 개혁 과제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그룹장 전격 교체가 결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말 우리은행 본점. 무거운 분위기 속에 글로벌그룹 회의가 열렸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이례적으로 글로벌그룹 회의를 진행하면서 한층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 행장은 해외 법인장과 지점장의 현황 보고를 받은 뒤 질책과 질문을 쏟아내며 기강을 잡았다.조 행장의 글로벌그룹 회의 주관은 우리은행의 해외 비즈니스 기조 변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은 현지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법인장·지점장을 사실상 CEO로 간주하는 자율 경영 체제였다. 앞으로는 실적을 평가하고 본사 차원의 피드백을 명확히하는 책임 경영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나간 걸로 만족한 분들 있다"·"글로벌이 전행 실적 하향" 고강도 발언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은 지난달 말 '글로벌 영업전략회의'를 진행했다. 류형진 신임 글로벌그룹장이 아닌 조 행장이 회의를 주관했다. 글로벌 영업전략회의는 통상적으로 글로벌그룹장 주관이지만 조 행장이 이례적으로 참여했다. 해외 법인장과 지점장이 올해 1분기 주요 실적을 리뷰하고 목표 달성 방안을 조 행장에게 보고했다.
21개 지점과 법인이 1시간 30분에 걸쳐 현황을 발표했다. 발표는 규모와 중요도를 감안해 인도네시아법인, 베트남법인, 미국법인, 캄보디아법인, 중국법인, 홍콩지점, 뉴욕지점, 방글라데시 지역본부, 런던지점, 싱가포르지점, 인도 지역본부, 동경지점, 필리핀법인, LA지점, 바레인지점, 시드니지점, 미얀마법인, 유럽법인, 두바이지점, 브라질법인, 홍콩우리투자은행 순으로 진행됐다. 거리와 시차 탓에 화상으로 참여한 법인과 지점도 있었다.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였다. 조 행장은 시작부터 글로벌그룹 부진이 부득이 회의에 참석한 요인이라 밝혔다. 올해 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당부가 무색하게 글로벌그룹에서 나오는 성과나 영업 추진 동력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조 행장의 설명이다.
영업 진도율이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분기 영업수익은 약 1억9000만달러(약 2590억원)로 연간 진도율 기준 23% 정도를 달성할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540만달러(약 890억원)로 진도율 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목표치의 80%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조 행장은 법인별 현황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각 법인의 주요 부진 이유를 듣고 대응 방안을 물었다. 또 진도율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회복을 위해 추가할 수 있는 사업을 점검했다.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법인에 대해 사업 구조 재편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중장기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회의 말미에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 행장은 "우리 조직에서 가장 훌륭한 분들이 나가 계시는데 나가신 걸로 만족하시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법인장과 지점장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게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글로벌그룹의 부진이 우리은행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조 행장은 "과거 같으면 글로벌이 국내보다 성장세도 높고 달성률도 굉장히 높아서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1분기 예상을 보면 글로벌이 전행 실적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경영→책임경영' 기조 변화 예고
이번 회의를 통해 조 행장은 글로벌그룹 경영 기조에 변화를 예고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법인장과 지점장에게 큰 재량을 부여하는 조직이다. 국내 본점의 지나친 간섭이 현지 의사결정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행장도 자율 경영 방향성에 공감했으나 이대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의중을 밝혔다.
조 행장은 법인장과 지점장에게 책임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사업장 규모와 관계 없이 하나의 은행을 경영한다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각 법인의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등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해외 법인을 관리하는 방식도 기존과 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간 월 1회 회의 외에 법인장과 지점장에 대한 간섭이 없었다면 앞으로는 신상필벌을 명확히 할 것임을 암시했다. 법인 경영 실태가 좋지 않으면 법인장에게 책임을 묻고 성과를 낼 경우 확실하게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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