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클러스터 기행|대전]삼성 파트너 '인투셀' 약물-링커 '범용성' 자신감⑥박태교 대표 "ADC 인비트로(in vitro) 146번, 성공 확률 높였다"
대전=차지현 기자 공개 2024-05-07 09:09:11
[편집자주]
바이오 클러스터의 아이콘 미국 보스턴. 한 세대 이상 구축된 각종 신약개발 인프라는 세계 내로라하는 바이오텍들이 보스턴을 '글로벌 바이오 메카'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한국의 보스턴을 꿈꾸는 바이오 클러스터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각자의 역량과 매력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산학연 그리고 임상 병원의 유기적 연계가 갖춰진 전국 각지의 'K-바이오 클러스터'를 찾아 경쟁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투셀은 동물실험이 아닌 잘하는 바이오신약에 주력한다. 동물실험은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우리는 항암제, 그중에서도 자신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집중한다."박태교 인투셀 대표는 최근 더벨과 대전 대덕구 본사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어느덧 설립 10년 차. 그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빛을 발하고 있다. 자체개발 플랫폼을 스위스 ADC 개발사에 기술수출하면서 저력을 뽐냈다. 삼성그룹이 신약개발 파트너로 선택한 첫 국내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리가켐 창업자가 세운 ADC 개발사, '약물-링커' 기술 강점
박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 학사 및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 박사를 취득한 바이오 전문가다. 대전 지역에서는 업계 대부로 통한다. LG생명과학 기술연구원 출신으로 리가켐바이오 공동창업자 7인 중 한 명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바로 박 대표다. 항생제 중심 업체였던 리가켐바이오가 ADC 전문 업체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리가켐바이오의 상장을 이끈 주역으로도 꼽힌다.
10여년간 리가켐바이오에 몸을 담았던 그가 인투셀을 세운 건 2015년이다. 창업 당시 리가켐바이오를 전략적투자자(SI)로 맞이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리가켐바이오는 2015년 인투셀에 10억원을 초기 투자해 지분 7.9%(현재 3.4%)를 취득했다.
박 대표는 "리가켐바이오에서 ADC 개발을 처음 시작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내 힘으로 뭔가를 이뤄보자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잘하는 분야에 역량을 모아 해당 분야서 세계 최고 성적을 내는 모델이 성립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내세운 ADC는 항암제 시장의 대어로 떠오른 분야다. 암세포 표면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세포를 사멸하는 '약물'을 결합한 항암 치료 기술이다. 세포독성 물질이 암세포 안에서만 터지도록 설계해 약효는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은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ADC의 요소는 크게 △항체 △링커 △약물이 있다. 암세포를 죽이는 건 약물이지만 약물이 제대로 효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건 링커의 몫이다. 단순히 접합만 하면 될 게 아니라 약물이 혈액을 순환할 땐 안정적으로 '붙어' 있다가 암세포를 만나면 '떨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맹독성의 약물이 아무 데서나 분리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반대로 제때 분리되지 않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다.
링커는 또다시 항체를 붙이는 왼쪽 링커와 약물을 붙이는 오른쪽 링커 두 가지로 나뉜다. 링커로 연결할 수 있는 약물이 제한된다면 개발 가능한 ADC 치료제 범위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약물을 붙이는 링커 기술은 개발 조건이 까다로워 글로벌 빅파마도 번번이 개발에 실패해 왔다. 특히 기존 기술로는 아민 계열 약물만 접합할 수 있었다.
인투셀은 자체개발 링커 플랫폼 '오파스'(OHPAS)로 범용성을 확보했다. 오파스를 활용하면 페놀 계열 약물까지도 접합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전 세계서 거의 유일하게 약물과 링커를 범용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시젠(Seagen) 역시 아민 계열 약물 접합에 특화돼 있다. 인투셀의 기술은 현존하는 링커 기술 중 가장 상위 버전이라는 얘기다.
그는 "유기화합물 가운데 숫자로는 아민 계열 약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ADC 치료제 개발에 있어 더 우수한 효과를 내는 건 페놀 계열 약물"이라면서 "최근 여러 ADC 개발사들이 플랫폼 기술을 강조하는데 호환성 측면에서 인투셀이야말로 진짜 플랫폼 테크놀로지(기술) 업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PMT'(Payload Modification Technology)도 핵심 플랫폼이다. 항원이 없는 정상세포에 막을 씌워 강한 독성을 가진 약물이 정상세포로 침투하는 걸 최소화한 기술이다. 이로써 약효가 보이기 시작하는 용량과 부작용이 나타나는 용량의 차이를 뜻하는 치료지수(TI)를 늘렸다. 2021년 개발을 완료해 올 연말 특허 출원을 앞뒀다.
◇스위스사에 L/O이어 삼성에피스와 협업, 코스닥 입성 속도
현재 인투셀이 확보한 파이프라인은 약 10개다.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B7-H3'이 주력이다. 전임상 단계로 내년 초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예정이다. Trop2-ADC, HER2 ISAC, HER3 ADC 등 후보물질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가 아무리 유기화합물 분야 석학으로 꼽힌다고 해도 인투셀의 파이프라인이 하루아침에 탄생한 건 아니다. 국내외 우수한 연구진들이 오랜 기간 의기투합한 결과다. 그는 지금 개발하고 있는 물질들은 모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ADC를 만들기 위해선 보통 48단계의 합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화합물의 경우 최소 수십개는 만들어보고 그중 제일 좋은 걸 후보물질로 선정해야 그나마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146번째 ADC 인비트로(in vitro·시험관 내 실험)를 거쳐 나온 결과물들이 현재 파이프라인"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성과도 속속 내고 있다. 작년 초 스위스 ADC테라퓨틱스에 자사 플랫폼을 기술수출한 데 이어 같은 해 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국내 첫 신약개발 파트너사로 선정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전 세계 ADC 기업의 기술을 검토해 온 삼성그룹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바이오텍이라는 점에서 회사의 기술력이 입증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표는 "수많은 국내외 기업과 공동연구 및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회사가 맺은 기밀유지협약(CDA)만 75개, 물질이전계약(MTA)만 26개"라며 "끊임없이 기술수출 관련 연락이 오고 있지만 기술이 실제로 구현되는 걸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개발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역량과 자금력을 보유한 곳을 파트너사로 선택하기 위해 신중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투셀의 목표는 명확하다. ADC 영역에서 전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는 것이다. 초기에는 기술수출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는 모델을 추구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2030년대 신약 10개 배출, 시가총액 10조원 달성 기업을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한다.
이를 위해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올 2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무난히 통과했다. SCI평가정보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획득했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걸 IPO 타임라인으로 잡고 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B7-H3 고도화 및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다.
박 대표는 "화이자가 지난해 시젠을 약 56조원에 인수했는데 인투셀의 오파스 플랫폼이 막 개발됐던 2018년 당시 시젠의 시가총액이 8조원 수준이었다"며 "우리도 기술수출 그리고 파이프라인 자체개발 등의 성과를 꾸준히 보여주면 시가총액이 두 자리, 세 자리를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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