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톺아보기]'김범수 개인회사→카카오 마피아' 벤처 생태계 구축①'출범 13년차' 카카오벤처스, 벤처 풀뿌리 구축…초기 투자 전문 VC, AUM 4000억 '껑충'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07 09:15:39
[편집자주]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플랫폼을 장악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급속도로 커진 덩치만큼이나 카카오에 쏠리는 시선도 따갑다.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쪼개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도전에 직면한 지금 계열사 카카오벤처스의 존재감이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잠재력 있는 초기기업을 발굴하며 벤처투자 시장에서 활약해 온 카카오벤처스가 중요해졌다. 더벨은 CVC 가운데 중량감 있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카카오벤처스의 성장 히스토리를 살펴보고 미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한국엔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거대한 벤처 밸리를 움직이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 신화를 써 내려가며 공룡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 창업주는 '스타 벤처인'으로 우뚝 섰다.카카오벤처스의 출범은 김 창업주의 '벤처기업 100개 키우기'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 실리콘밸리를 뛰어넘는 벤처 풀뿌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사명감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실리콘밸리 '페이팔' 출신들이 후배들을 양성하는 '페이팔 마피아'를 뛰어넘는 '카카오 마피아'를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2012년 마수걸이 펀드 조성을 위해 김 창업주를 비롯해 여러 벤처인이 개인 자금을 댔다. 스타 벤처인이 앞장서자 초기 스타트업으로 흘러오는 모험자본 또한 급증했다. 설립초기 100억원에 불과했던 카카오벤처스 운용자산(AUM)은 약 10년 만에 4000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카카오벤처스는 '창업자가 가장 투자받고 싶은 벤처캐피탈(VC)'로 자리매김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를 비롯한 기관의 설문조사에서 수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성공한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를 돕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정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 기업을 '패밀리'로 칭하는 문화 또한 주목받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 위한 모험자본 지향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설립됐다. 첫 사명은 케이큐브벤처스였다. 회사 간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케이큐브벤처스는 출범 당시 카카오 계열은 아니었다. 김 창업주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투자회사였다. 그는 50억원을 출자해 초기 설립자본금을 댔다. '벤처기업 100개 키우기' 프로젝트를 실현하자는 취지였다.
개인투자회사로 출발했지만 직접 나서진 않았다. 김 창업주는 당시 32세에 불과했던 임지훈 초대대표에게 전권을 넘겼다.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모험자본 규모를 키우자는 목표를 실현하자는 취지였다. 임 대표는 액센츄어, 네이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IT와 벤처를 두루 경험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 카카오가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 '로티플'을 인수하면서 깊어졌다.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 심사역이었던 임 대표는 로티플 투자자로서 김 창업주와 협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김 창업주가 임 대표를 눈여겨보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 대표가 2010년 30억원을 투자한 애니팡이 카카오와 만나 대박을 터뜨린 것도 김 창업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초기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를 표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사업 아이템의 잠재력이 상당하더라도 제때 투자를 받지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하고 무너지기 쉽다"고 말했다.
설립 후 반년 만에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펀드를 결성했다. 김 창업주와 지인들이 개인자금을 출자해 115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바른손, 다날엔터테인먼트 등도 출자자(LP)로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중소기업청과 함께 3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청년창업펀드'를 조성하며 투자재원을 확충했다. 당시 민·관이 힘을 합쳐 처음 조성한 창업초기 펀드로 화제가 됐다.
이후 초기기업 전문 투자사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갔다. 마수걸이 펀드 결성 이후 1년 동안 18개 회사에 투자했다. 3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설립한 지 1년도 채 안 된 초기 스타트업이었다. 11개 스타트업은 서비스가 나오기도 전에, 5개 회사는 법인 설립 이전에 투자하며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벤처스가 초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민관을 아우르며 LP 풀을 넓혔다는 의미다. 민관을 아우르는 펀드레이징을 거듭하며 최근 AUM을 3903억원까지 늘렸다. 운용 조합은 9개다. 이중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한국벤처투자(460억원), 한국성장금융(360억원), 산업은행(110억원), 디캠프 등이 주요 LP로 꼽힌다.
현재 카카오벤처스 AUM은 국내 대기업 집단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약 80곳 가운데 중위 수준이다. KT인베스트먼트(3300억원), 롯데벤처스(3000억원),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2200억원) 등 2010년대 초중반 설립된 CVC와 비교하면 상위 규모에 속한다.
주목할 점은 창업초기 펀드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벤처스 펀드의 대부분이 초기 스타트업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드~시리즈A 시장에 공급되는 모험자본의 상당수를 책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자가 가장 투자 받고픈 VC 거듭
하우스는 2015년 변곡점을 맞이한다. 지배구조에 변화가 나타났다. 2015년 3월 김 창업주는 3년간 보유하고 있던 케이큐브벤처스 지분 전량을 카카오에 넘겼다. 이때 책정된 가격은 55억5100만원이다. 액면가보다 10% 정도밖에 높지 않다. 애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만든 벤처캐피탈이었던 터라 김 창업주가 개인적 차익을 노리지 않고 회사를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3년 후인 2018년 케이큐브벤처스는 카카오벤처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공식적인 사명 변경 이유는 '카카오 공동체로서의 브랜드 일관성 강화'였다.
카카오벤처스는 "투자금은 카카오벤처스가 벤처업체에 해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작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벤처들 간의 인적 네트워크나 경영 컨설팅 등이 더 중요한 자산이란 의미다.
정욱 넵튠 의장, 심규섭 올스테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이지혜 숨고 CMO, 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 곽근봉 원지랩스 대표, 임형철 블로코어 대표 등이 카카오벤처스 밸류업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단계의 회사들에 몸담은 경험을 토대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기업을 '패밀리'로 지칭하는 문화는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는 카카오 마피아 생태계로 연결된다. 투자한 스타트업과 카카오벤처스 구성원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패밀리데이'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며 네트워킹에 적극적이다.
이는 펀드 전략과도 연결된다. 포트폴리오 육성을 위한 그로스펀드 결성을 시도하면서다. 지난 2020년 1044억원 규모로 '카카오 그로스해킹 펀드(8호)'를 결성했다. 통상 그로스펀드는 시리즈B 이상 후속 라운드에 집중하는 펀드다. 수익률 극대화를 염두하고 결성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카카오벤처스의 그로스펀드 활용법은 남다르다. 카카오벤처스 포트폴리오에만 투자한다. 후속투자 유치가 필요한 패밀리를 지원하자는 취지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출범 이후 투자 건수나 금액을 정해놓고 투자를 진행한 적은 없다"면서 "혁신 스타트업을 찾기 위한 시도를 지속했고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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