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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각은 지금]'흑기사' 캡스톤·에이티넘의 지원, 급한 불 껐다②3개월짜리 브릿지론, 2년간 지속…경영 정상화 가능성에 '팔로우온'

유정화 기자공개 2024-05-10 14:54:39

[편집자주]

스타트업 정육각은 대상그룹 계열사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 2022년 가장 주목 받은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꽃길이 펼쳐진듯 했지만 급격한 시장 변화에 발목이 잡혔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았고, 인수 차입금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초록마을을 다시 되팔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신사업을 정리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정육각의 절치부심에 VC업계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힘겹게 유동성 위기를 넘긴 정육각은 이제 설립 이후 첫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을 삼킨 스타트업, 정육각은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08: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록마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받은 브릿지론(단기차입 대출)은 2년간 정육각을 옥죄는 형벌이 됐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급하게 끌어 모은 단기대출은 숙명적으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정육각이 감당하기 벅찬 짐이었다.

구세주로 등장한 투자자는 캡스톤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NH투자증권 등이다. 이들은 올해 3월 100억원 규모로 투자금을 조달했다. 신한캐피탈은 3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2년 만기 인수금융으로 전환했다. 정육각이 부담할 이자율 역시 기존 브릿지론 대비 낮게 책정했다.

무너지는 줄 알았던 정육각이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서서히 입증하자 투자자들은 다시 정육각에 주목하고 있다. 성장에 치중하던 수익 구조를 효율화로 재편한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단기차입 500억 육박, 2년간 이자비용 125억

3개월 만기로 시작한 브릿지론은 2년간 정육각의 발목을 잡았다. 2022년 4월 초록마을 인수자금(900억원)을 납입할 당시 국내 투자 시장은 얼어붙은 상태였다. 금리 인상 여파로 유동성 위기가 스타트업씬 전반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당초 1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해 인수자금을 내려고 했던 정육각은 인수자금 납입 기일까지 370억원 규모 투자금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결국 3개월짜리 브릿지론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대출 만기 전까지 추가 투자유치를 통해 대출금을 빠르게 상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투자 유치는 녹록치 않았고 대출금을 갚는 데 차질이 생겼다. 이후 2022년 7월부터 정육각은 3개월마다 신한캐피탈에 대출상환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이자비용도 불어났다. 정육각의 지난해 연결기준 이자비용은 75억원에 달한다. 2022년 50억원 대비 25억원(50%) 늘었다. 단기차입금 역시 약 462억원으로 전년(420억원) 대비 42억원 늘었다. 이자율이 더 높아졌는데, 차입금 규모가 커지며 빚 부담은 더욱 커졌다.

어센틱브랜지코리아에 빌린 30억원은 이자율이 12.0% 수준이다. 만기는 올해 10월 도래한다. 320억원 규모 신한캐피탈 브릿지론 금리는 8.5%였다. 신한은행에 빌린 110억원가량 운영자금대출은 4.74~6.7%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인수한 자회사 초록마을로부터 돈을 빌려 쓰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총 128억원을 차입했고 올해 3월 투자 유치를 받고서야 모두 상환했다.

◇생기 찾는 정육각, 투자자 돌아왔다

정육각의 시드 투자부터 올해 진행한 시리즈D 라운드까지 참여한 투자자들은 11곳 내외다. 1500억원가량을 6번에 걸쳐 투자를 받은 셈이니 LP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만큼 정육각의 성장성을 믿고 팔로우온(후속 투자)한 LP들이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정육각 시리즈A 라운드부터 매 라운드 꾸준히 정육각에 투자를 이어 왔다. 올 3월에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NH투자증권과 함께 100억원 규모로 투자했다. 한 번 더 믿음을 보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정육각의 시리즈C 단계부터 참여했다. 오랜기간 투자를 이어오진 않았지만, 두 차례 총 250억원 규모의 통큰 투자를 단행하면서 VC 업계 '큰손'의 면모를 보여줬다. 정육각 한 관계자는 "투자 금액으로 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가장 많지만 지분율로만 보면 캡스톤파트너스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정육각에 팔로우온한 건 경영 정상화로 이어지는 길에 근접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육각은 2022년 6월부터 매스마케팅을 중단하는 대신 자체 브랜드(PB)를 늘리는 식으로 수익 구조를 다시 짰다. 지난해에는 제조 공장 가동일을 주 5일에서 7일로 확대해 자사 공장인 스마트팩토리의 효율을 높였다.

실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정육각 측의 설명이다. 정육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정육각의 영업손실은 초록마을 인수 직후인 2022년 5월과 비교해 90% 감소했다.

또 투자를 유치할 때 김재연 정육각 대표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재고 리스크가 큰 축산물 유통업에서 스마트 팩토리로 물류 효율을 끌어올린 김 대표의 능력과 책임감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적자 개선을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동시에 단기대출 연장을 위한 투자 유치를 2년간 병행해왔다.

정육각에 투자한 VC 한 심사역은 "빠듯한 자금 사정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개선을 빠르게 만들어 냈다"며 "위기가 기회가 된 셈으로 쉽게 획득하지 못할 경험치를 쌓았고,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됐을 거라고 판단해 투자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브릿지론을 실행한 신한캐피탈도 정육각을 지원했다. 브릿지론 이자율은 지난 2022년 4월 6%로 시작해 지난해 말 8.5%까지 올랐다. 금리 오름세를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의 이자였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올해 3월에는 300억원의 브릿지론을 2년 만기 인수금융으로 모두 전환했다.

브릿지론을 인수금융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신한캐피탈 측의 의지라는 게 정육각 측 설명이다. 정육각 관계자는 "신한캐피탈에서 경영 내실화에 집중해 온 정육각이 재무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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