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리가켐, 매주 6시간 거리 오가는 담서원…이종결합 '가교''⑤오리온측 유일하게 임원회의 참석…바이오 '진정성', 차세대 책임자
한태희 기자공개 2024-05-13 09:09:05
[편집자주]
인사가 곧 만사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더더욱 인재관리가 중요하다. 인력때문에 파이프라인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맨파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벨은 각사의 인사전략을 분석하고 핵심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인수합병)는 단순 도장만 찍었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유통업을 하는 오리온, 신약을 만드는 리가켐바이오의 만남, 즉 이종결합이라면 더욱 그렇다. 둘의 만남을 시너지로 이어가려면 양사간 긴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양사의 가교 역할을 맡은 오리온 오너 3세 담서원 상무의 존재가 있다.◇서울부터 대전까지…매주 임원회의 참석하는 '오너 3세'
오리온그룹 오너 3세 담서원 상무는 매주 월요일마다 오리온 본사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가 아닌 대전 유성구로 출근한다. 길게는 6시간이 넘는 왕복 거리를 감수한다. 그가 대전으로 향하는 이유는 리가켐바이오 본사에서 열리는 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리가켐바이오가 부문별 후계자를 양성해 자체 승계를 준비한다면 오리온 입장에서도 계열사 사업구조를 이해하고 뒷받침 할 차세대 '책임자'가 필요했다. 리가켐바이오 측에서 먼저 오리온에 담 상무의 파견을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이며 매주 임원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이 자리에는 김 대표를 비롯한 리가켐바이오의 임원진은 물론 부서장급 실무진들 그리고 각급 후계자들이 모인다. 서로 경영 철학을 공유하고 회사의 주된 의사결정을 한다. 독립 경영을 보장하며 후계자 선정 권한도 넘기기로 약속했지만 담 상무는 오리온 주요 임원으로서 이들과 지속적 스킨십을 이어가려 한다.
담 상무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남으로 오리온그룹의 장자승계 기조에 따른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현재 경영지원팀 상무를 맡고 있다. 경영지원팀은 오리온의 국내외 사업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조직이다.
본업이 분명한 그가 매주 먼 길을 오가는 열의에서 오리온그룹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진심을 알 수 있다. M&A 후 새롭게 재편된 이사회에 속한 오리온 측 사내이사 중 리가켐바이오 임원회의에 참석하는 인물은 담 상무가 유일하다.
담 상무는 리가켐바이오와 M&A 딜을 최종 확정하는 자리에도 동석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CRO인 LSK가 주최한 네트워킹 행사 '2024 바이오기업 초청의 밤'에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바이오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담 상무가 사내이사에 오른 건 리가켐바이오가 처음인 만큼 바이오 산업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확보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장기적 관점 '상생' 모색
처음에는 이사회 진용이 오리온 중심으로 꾸려진다는 점에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 '오직 신약'이라는 리가켐바이오의 철학과 경영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을 감지한 오리온그룹 임원진은 리가켐바이오 본사에 찾아가 직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연단에 선 오리온그룹 최대주주 이화경 부회장은 신약 개발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창업주인 아버지의 뜻을 이어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며 바이오 사업을 화두로 내놨다. 돈만 대는 게 아니라 장기적 협력 관계를 이어갈 파트너가 되겠다는 진심을 전하면서다.
장남인 담 상무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신약이 핵심 산업으로 커나가길 바랐기 때문이다. 오리온그룹 내부에 바이오 전문 인력이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리가켐바이오의 사업구조를 이해하고 학습할 인물이 필요했고 이 역할을 담 상무가 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독립 경영을 약속한 만큼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돕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담 상무는 1989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북경대 MBA 과정을 거쳤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카카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했다.
그가 오리온에 합류한 건 2021년이다. 공교롭게도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으로 체질개선을 선언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리온홀딩스는 2021년 3월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각각 65%, 35%의 지분율로 합자회사를 설립하며 바이오에 뛰어들었다.
바이오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진 뒤에는 함께할 사업 파트너를 물색했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에 좌장을 맡겨 비공개 포럼을 열었고 여러 기업의 피칭 과정에서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 관계가 맺어졌다. 이내 리가켐바이오와의 빅 딜로도 이어졌다.
미국 법인 'ACB'를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에 공 들이고 있는 리가켐바이오의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오리온이 보유한 해외 유통망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상생 구도도 고민하고 있다. 둘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담 상무의 역할도 중요하다.
리가켐바이오 입장에서 향후 신약의 상업화 단계에 이른다면 오리온이 보유한 중국 법인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SK바이오팜은 2021년 중국 합작사 이그니스를 설립하고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임상을 통해 중국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연구개발은 리가켐이 전문이기 때문에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백업하는 목적"이라며 "임상과 상업화 과정에서 혼자 힘보다 우리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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