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전진건설로봇, '100% 구주매출' 택한 배경은대주주 지분+자기주식 5:5 매출…공모금액 절반 회사 유입
안준호 기자공개 2024-05-09 07:34:09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전진건설로봇이 공모 물량 전부를 구주매출로 채울 전망이다. 예비심사 단계에서 제출한 계획에 따르면 대주주 보유 지분만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게 된다. 구주매출 100%의 공모구조는 최근 몇 년 사이 찾아볼 수 없었던 사례다.이런 구조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단일 주주가 약 90%의 지분을 보유했기에 원활한 유통을 위해 구주매출이 필요하다. 상장에 필요한 주식분산요건을 맞추기에도 현재 공모 구조가 가장 간편하다. 단 전량 구주매출은 이례적인 만큼 공모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 지분+자기주식 5:5 구주매출 구조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은 지난달 1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예정주식은 1536만574주, 공모예정주식은 307만7649주로 제시했다. 통상적인 코스피 IPO와 마찬가지로 약 20% 가량의 물량을 공모 주식으로 배정했다.
현재 발행주식과 비교하면 구주매출 100%의 공모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1:1 무상증자를 진행했다. 무증 이후 총 주식은 1536만574주가 됐다. 상장예정주식과 정확히 일치하는 규모다. 공모에서 별도 신주모집이 없는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현재 발행사와 주관사 측은 대주주 지분과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으로 구주매출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진건설로봇의 대주주는 특수목적회사(SPC)인 모트렉스전진1호다. 자사주를 제외한 나머지 89.5%(1375만1724주)의 주식을 보유했다. SPC 주식 전량은 코스닥 상장사인 모트렉스가 갖고 있다. 사실상 모트렉스의 100% 자회사에 해당한다.
모트렉스는 지난 2018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전진건설로봇을 인수했다. 이후 IPO 추진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의 자금회수가 이뤄지며 모트렉스가 100% 지배력을 행사하게 됐다. 이런 지배구조 때문에 당초 일정량의 구주매출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상황을 고려해도 전량 구주매출 구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주매출 비중이 30~40%에 육박하는 IPO는 종종 등장하지만 공모 금액 전부를 구주매출로 채운 경우는 최근 몇 년 사이 본 기억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모 단계에서 100% 구주매출로 상장에 성공한 딜을 찾아보려면 201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주주 지분이 매우 크고, 회사에 당장 현금 조달 수요가 적은 경우 이런 구조가 종종 나타났다. NS쇼핑(2015년), ING생명(2017년), 삼양패키징(2017년) 등이다.
◇주식분산요건 충족·유통량 증가 등 목적…'투자자 반감' 걸림돌
증권업계에서는 투자금 회수와 함께 주식분산요건을 맞추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선 일반주주 주식 소유 비율이 25%이상 또는 500만주 이상이 되어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 주식분산요건을 충족할 수도 있다. 다만 ‘숫자’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에 선호되는 방법은 아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준시가총액에 따른 주식분산요건도 존재하지만, 공모 결과에 따라 시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일반주주 25%'로 분산요건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주매출에 대한 반감이 여전한 만큼 공모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구주매출은 IPO에 악재로 꼽힌다.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당장 투자자 심리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기존 주주들이 주가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산밥캣과 SK엔무브(구 SK루브리컨츠),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기업은 공모를 철회하거나 구조를 바꿔 상장했다. 최근에도 태림페이퍼, 포커스미디어코리아 등이 40%의 구주매출을 계획했다가 상장에 실패했다. 최근 40% 이상을 구주매출로 채우고 흥행에 성공한 곳은 LS머트리얼즈(2023년)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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