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의 부활]'런던의 인연' 임종룡-남기천, '메이저 증권사' 꿈꾸다①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 최우선…옛 우투증권 명성 회복 야심
양정우 기자공개 2024-05-14 08:07:31
[편집자주]
우리금융그룹이 증권 계열사의 부활을 선언했다. 임종룡 그룹 회장과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옛 우리투자증권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겠다는 큰 그림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포스증권 인수는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신호탄일 뿐 금융업의 핵심인 사람을 찾는 일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맨파워를 갖춘 뒤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영역으로 IB 파트를 낙점했다. 이미 대형사 입지를 굳힌 하우스도 영업 전쟁을 벌이는 증권업계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더벨이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이 10년만에 우리투자증권의 부활을 선언했다. 민영화 작업 일환으로 매각된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그룹에서 여전히 증권업계 최상위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 화려했던 그룹 증권 계열사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무엇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임 회장은 통큰 결단과 특유의 추진력으로 성과를 쌓아왔고 남 사장도 수십년 간 증권과 운용업계에서 리더로서 업력을 다진 인물이다. 증권가에서는 런던에서 인연을 맺은 두 인사가 향후 또 하나의 대형사 출현을 이끌어낼지 주시하고 있다.
◇10년만에 증권업 '재진출'…임종룡 '통큰 결단+특유의 추진력'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10년만에 증권업에 다시 진출한다. 소규모 증권사인 포스증권을 통해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오는 3분기 내로 금융위원회 인가 등을 거쳐 합병 증권사를 출범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중심부엔 단연 임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인수합병(M&A)과 미래 먹거리 전략을 별도로 다룰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지주사 내 신설한 것도 이런 고민이 묻어난 행보다.
그는 여느 엘리트 관료 출신 수장과 다른 경영 스타일을 드러내왔다. 보수적 관리자 역할에 주력했던 이들과 상반된 색깔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오너가 아니라면 전문 경영인 출신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단을 내려왔다. 현재 국내 증권업 지형도가 구축되는 데 그가 기여한 대목이 적지 않다.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환수 절차로 옛 우투증권이 매물로 나왔을 때 NH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서 인수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우리금융그룹엔 뼈아픈 기억이지만 NH농협금융그룹으로서는 국내 M&A 시장에 다시 나오기 어려운 알짜 증권사를 품에 안았다. 근래 들어 최대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IB 영역의 경우 이 때부터 옛 대우증권과 우투증권의 투톱 체제가 구축됐다. 이제 임 회장이 우리금융그룹 수장으로서 포트폴리오 확대를 미션으로 삼은 만큼 과거 우투증권의 명성을 부활시키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다.
◇'키맨' 남기천, 증권사·운용사 업력 소화 '정통 금융맨'
그가 손발을 맞출 키맨으로 낙점한 건 남 대표다. 그는 임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인사일 정도로 상호 간 신뢰가 돈독한 데다 금융업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남 대표는 지난해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맡아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통합 작업을 무탈하게 소화했고 포스증권 인수 작업도 주도하고 있다.
임 회장과 남 대표의 인연이 시작된 시발점은 런던인 것으로 파악된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등을 두루 거친 뒤 2004년부터 주영국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했었다. 그 뒤 재경부 금융정책심의관에 임명되기까지 2년여 간을 런던에서 지냈다.
남 대표는 대우증권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 입사 이후 2010년 들어 고유자산운용본부장, 대체투자본부장 등 임원직을 수행하기까지 수십년 간 대우맨 외길을 걸었다. 이 가운데 2001년부터 수년 간 런던현지법인장으로 일했는데 이 때 주영국 한국대사관에 파견된 임 회장과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인사의 지근거리에 있던 금융사 고위 임원은 "과거엔 해외에서 현지 파견된 정부 부처 인사와 금융권 주요 인물의 교류가 잦았고 임 회장과 남 대표의 인연도 이 때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로도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건 여러 방면에서 의기투합이 가능할 정도로 통하는 면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남 대표가 옛 멀티자산운용 대표에서 우리자산운용 수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업계 전반에서는 영문을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멀티운용은 한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계열사로서 부동산, 선박 등이 타깃인 대체투자펀드를 주축으로 삼는 하우스였다. 그가 대우증권에서 대체투자본부장까지 역임했기에 대표 자리에 올랐었다.
하지만 우리운용은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을 다루는 공모펀드가 주력인 하우스다. 향후 지향점도 상장지수펀드(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맞춰져있다. 이 와중에 대체투자 전문 하우스 출신인 남 대표가 신임 수장으로 선임되자 의아하다는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임 회장의 빅픽처가 하나둘씩 구체화되면서 우리글로벌운용 통합에 이어 증권 계열 부활이라는 굶직한 현안을 소화하는 키맨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통합법인 중소형 하우스로 출발…최우선 과제 핵심인력 '스카우트'
국내 금융권에서 존재감이 큰 인사가 옛 우투증권의 입지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대형사마다 초대형 IB 라이선스를 줄지어 확보하고 있고 영업이익 1조 클럽에도 줄줄이 가입하고 있다. 이들 메이저 하우스마저 시장 포화 상태에 놓여 매번 영업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통합법인은 자기자본 기준 18위권의 중소형 증권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두 기업의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총 자본은 각각 1조1000억원, 500억원으로 합산시 1조1500억원 수준이다. 합산 자산의 경우 10조원(우리금융지주 자체 집계 기준)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중견 증권사의 자산 볼륨은 40조~50조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무엇보다 증권업 비즈니스의 특성상 핵심 인물을 스카우트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일단 미래에셋증권 출신 양완규 IB총괄 부사장을 영입했고 김범규 상무와 김진수 상무 등을 각각 디지털본부장과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앞으로도 사세 확대의 키인 인재 영입을 가장 중요시하는 스탠스를 고수할 방침이다.
우투증권이라는 예비 사명을 놓고는 예상밖의 논란도 불거졌다. 과거 NH농협금융그룹에 매각할 때 이름을 다시 사용해 고객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우투증권의 상표권을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는 만큼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측은 우선 우투증권을 가장 우선시하면서도 추가적으로 법적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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