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펀드 론칭]TDF 일색 연금시장…밸런스펀드 대안으로 부상①9월 중 판매 채널 론칭 목표…27개 운용사 참여 확정
이돈섭 기자공개 2024-07-16 08:14:54
[편집자주]
올해 금융투자협회의 핵심 연금사업 중 하나는 디딤펀드 론칭이다. 금투협회는 올 9월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온라인 모바일 채널에서 디딤펀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현재 자산운용사와 퇴직연금 사업자 협조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디딤펀드 사업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추진 배경과 향후 활성화 가능성 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16:00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의 주체는 단연 근로자다. 퇴직연금 사업자와 상품 공급자의 존재 이유는 근로자의 연금 재원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는 있다. 퇴직연금 시장의 힘만으로 개별 근로자 연금 적립금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간의 퇴직연금 시장은 상당한 한계점을 노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정책당국이 사전지정운용제도를 마련하고 관련 금융상품을 직접 심사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포함해 새로운 정책도 추진하면서 적립금 운용에 관심을 갖는 가입자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변화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대형사 위주 시장이 공정 경쟁을 왜곡시켜 성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디딤펀드 사업은 이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타깃데이트펀드(TDF) 일색의 퇴직연금 시장에 밸런스 펀드(BF)를 공급함으로써 시장 내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고, 중소형 금융회사에 사업 진출 기회를 부여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시장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다.
디딤펀드 사업은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상호 헤지하는 자산배분 전략 펀드의 퇴직연금 시장 내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금투협회가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테마형과 고수익형 위주의 현 시장 트렌드가 계속되면 자본시장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상당폭 반영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의 운용이 계속될 경우 시장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노출돼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밖에 없어 이를 대체할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고려했다. 시장 중립적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공급해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 사이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투협회는 지난해 초 연금부 주도의 워킹그룹을 출범, 디딤펀드 사업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업계 협의를 끝내고 27개 종합자산운용사의 참여를 확정지었다. 현재는 올 9월 중 증권업계 14개 퇴직연금 사업자 라인 모바일 채널에서 디딤펀드 라인업을 일괄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사업자 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디딤펀드는 BF만으로 구성케 했다. 특정 운용사가 1개 BF를 제공하면 사업자는 성과가 우수한 일부 상품을 선별해 온라인 비대면 채널에서 판매한다. 디딤펀드의 경우 주식 편입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리스크가 상이한 자산에 분산투자케 해 각 제도별 적립금 전량을 하나의 BF로 운용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금투협회가 BF만으로 디딤펀드를 꾸린 데는 BF 효용성에 비해 시장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TDF가 점유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편중 경향이 심하다. 국내에서 TDF는 2014년 출시되기 시작해 비교적 긴 트랙레코드를 보유, 포트폴리오 구성 시 다수 사업자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TIF와 TRF, OCIO 펀드 등 BF 라인업은 TDF보다 2~3년 후에 출시되면서 2018년 폭락장 직전후로 운용을 개시했다. 그 결과 사업자 포트폴리오 상품 구성 시 대부분이 마이너스(-)의 누적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 결과 사업자에게 외면받으면서 퇴직연금 제도 개편 수혜를 누리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가 BF 라인업을 공급하기도 했지만, 해당 상품은 그룹 내 계열 퇴직연금 사업자 자문을 받아 펀드 운용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킴으로써 짧은 트랙레코드 리스크를 희석시키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BF에 대한 불신이 컸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투협회 측은 BF가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라는 입장이다.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도가 자동 조정되는 TDF의 경우 상품 위험도가 바뀔 때마다 정책당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BF의 경우 일정 수준 위험도를 꾸준히 유지하며 시장 중립적 성과를 내기 때문에 장기운용에 따른 리스크가 작다는 논리다.
우수한 자산배분 역량을 통해 매년 꾸준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일부 상품의 경우 원리금보장형 상품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원리금보장형 상품 못지않은 안정성을 가진 디딤펀드로 적립금 이전을 유도해 좋은 성과를 거두면 향후 더 적극적인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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