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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파나마의 다리엔 갭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4-08-01 09:00:53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8일 공화당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중국산 자동차에 최고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멕시코를 우회해 들어오는 경우에도 100% 관세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약했다. 지금 중국의 대미 직접 수출은 급감하고 베트남, 타이완, 멕시코를 우회한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마저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었던 중국은 2021년부터 그 자리를 멕시코와 캐나다에 넘겨주었다. 2023년에 중국은 멕시코와 격차가 상당히 큰 3위가 되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향후에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이는 중국이 자초한 면이 크다. 어떤 기업도 가장 중요한 투자자, 고객과 척지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회수가 덧붙여졌다.

출생률 저하와 미국의 새 통상정책으로 나라의 앞날이 어두워지자 많은 중국인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 3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나라를 떠났다. 대개 미국이 목적지다. 부자들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그 행렬에 합류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미국에 정식 절차와 통로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불법 입국을 활용한다. 파나마에 있는 ‘다리엔 갭’(Darien Gap)이 유명하다.

중국인들은 홍공이나 마카오에서 출국해서 UAE, 이집트, 튀르키예 중 한 나라를 경유, 에쿠아도르의 키토로 간다. 에쿠아도르는 중국인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다. 그런 다음 멕시코에서 캘리포니아나 텍사스로 불법 입국을 하게 된다. 2023년에 37,000명의 중국인이 미국 국경에서 구금되었지만 입국에 성공한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에쿠아도르에서 멕시코로 가는 경로다.

일단 키토에서 콜롬비아 최북단 카푸르가나까지 이동한다. 카푸르가나는 카리브해 연안의 도시다. 공항도 있다. 국경을 넘어 파나마로 접어들면 카레토에 간다. 콜롬비아 무장단체가 80달러 정도를 받고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 다음 북쪽 난민 캠프까지 가야 하는데 카레토에서 그 캠프까지 바로 다리엔 갭이라는 열대우림과 늪지를 지나야 하는 것이다. 변변한 길이 없는 험난한 정글이다. 2023년 한 해 모두 520,000명이 이 지역을 건넜다.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를 포함한 남미 사람들이 가장 많다.

다리엔 갭은 남미대륙 최남단에서 북미대륙 최북단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약 30,000km 팬아메리칸 고속도로의 유일한 단절 구간이다. 약 100km인 다리엔 갭을 통과하는 데는 그룹을 지어서 이틀 반이 걸린다. 요즈음은 많은 사람들이 통과하기 때문에 경로가 꽤 다듬어 졌지만 종래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다리도 없는 강을 건너야 하는 등 코스가 험하고 범죄 단체도 출몰한다. 무사히 건너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래 탐험가들의 모험 코스이기도 했다. 아동이나 부녀자, 노약자에게는 특히 위험한 여정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하는 것을 도와주는 ‘산업’이 이제 100억 달러 규모가 넘는다. 미국 인구는 약 3억 3,000만 정도인데 지정학자들은 미국의 인구가 지금의 두 배가 되어도 부양에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나라가 워낙 크고 풍족해서다. 특히, 지금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마무리되면 약 600만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이 국경을 통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력 유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범죄단체와 테러리스트그룹의 잠입 때문이다. 중국을 포함해 경제가 어려워지는 나라가 늘어날수록 다리엔 갭을 통해 미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다리엔 갭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들도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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