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캐즘' 돌파 전략]LG엔솔, 예상보다 큰 '노선 변경'②분사 이래 첫 역성장 전망…투자조절 속 ESS·원통형 배터리 선전 기대
정명섭 기자공개 2024-08-06 08:50:36
[편집자주]
멈춤 버튼이 없을 것 같았던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암초를 만났다. 2023년 들어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와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여파는 국내 배터리 업계로 향했다. 합작투자가 무산되거나 지연되거나 생산기지 확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단기적 부진일까 아닐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K-배터리는 당장 눈앞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더벨은 전기차 '캐즘' 속 배터리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LG그룹이 1996년 배터리 연구개발(R&D)을 시작한 지 약 25년 만이었다.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한 2020년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친환경 기조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다. 늘 적자였던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그해 2분기부터 마침내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분할은 대규모 자금 조달, 빠른 의사결정 등을 통해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청사진의 시작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룹의 바람대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꾸준히 늘어 2023년까지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출범 당시 1조4601억원이던 매출은 작년에 33조7455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4752억원의 영업손실은 1조4864억원의 이익으로 돌아섰다. 2022년 1월 '단군 이래 최대 기업공개(IPO)'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던 건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덕분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 사이 제너럴모터스(GM)와 현대차, 폭스바겐, 르노닛산, 도요타 등 글로벌 톱5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누적 배터리 수주 규모는 어느덧 500조원(2023년 말 기준) 넘어섰다.
◇유럽서 시작된 수요 둔화, JV 투자 철회·축소로...실적 가이던스 첫 하향
실적 성장세가 둔화할 조짐이 보인 건 작년 하반기다. 유럽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이었다.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다 보니 배터리와 원재료 판가가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계약은 원재료 가격 변화가 시차를 두고 배터리 판가에 반영되는 구조다.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래깅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작년 3분기 8.9%였던 영업이익률은 4분기에 4.2%로 내려왔다. 그나마 북미 지역에 선제적으로 설비 투자를 한 덕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세제 혜택을 받아 실적 저하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는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3년에 가동한 배터리 공장은 미시간주 단독 공장과 오하이오주 로그타운의 GM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 1공장이었다.
장치산업 특성상 대규모 선투자를 해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실적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는 뼈아팠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이 2025년까지 미국에서 가동할 공장은 총 8개(단독 2개·합작 6개)에 달해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10조원 안팎의 투자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11월 포드, 코치그룹과 추진하던 튀르키예 합작 배터리 공장 건립 계획을 취소했다. 그해 2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약 9개월 만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투자 계획이 무산된 첫 사례였다.
2024년 들어 경영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1573억원을 1년 전보다 75.2%나 줄었다. IRA 세제혜택을 제외하면 316억원 적자였다. 2분기 영업이익(1953억원)도 전년 대비 57.6% 줄었다. IRA 세제지원을 빼면 영업적자는 2525억원으로 손실 폭이 전분기보다 8배 커졌다. 유럽, 중국법인 외에 미국 전기차 시장마저 성장세가 꺾였다는 뜻이다.
급기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이 역성장(-20% 이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초만 해도 2023년 대비 4~6% 성장할 것으로 봤으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깊고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가이던스를 수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실적 가이던스를 매년 초과 달성해 온 회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노선 변경이었다.
◇ESS 성장 잠재력·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
LG에너지솔루션의 대응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투자 속도조절과 원가절감, ESS 배터리 사업 확장,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다.
GM과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는 얼티엄셀즈 3공장 투자도 최근에 중단됐다. GM의 전기차 전환 계획 변경에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GM은 올해 전기차 생산 계획을 기존보다 5만대 줄인 20만~25만대로 정했다.
이어 얼티엄셀즈는 2022년 율촌화학과 맺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 공급계약도 최근에 해지했다. 위약금을 감수하고 계약을 해지한 건 그만큼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ESS용 배터리는 올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중 유일하게 매출이 늘어나는 사업 부문으로 현시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회 요인은 북미 노후 전력망 교체 과정에서 커질 ESS 수요다. 현재 중국 배터리 기업을 제외하고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회사는 작년 말부터 중국 남경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해 생산 물량은 확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ESS LFP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를 잠정 중단했다. 대신 미국 미시간주 공장의 전가치 배터리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했다. 신규 투자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인 판단에서다. 운영 효율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올 하반기 배터리 폼팩터 기대주는 4680 원통형 배터리다. 이는 지름이 46㎜인 배터리로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이 5배, 출력은 6배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충북 오창공장에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3분기 말, 4분기 초쯤 양산이 시작된다. 공급처는 테슬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도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다른 공장과 달리 속도 조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공장의 상업 가동 시기는 202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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