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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더 악화할 '미·중 패권 갈등'이 기회[배터리]트럼프 탈중국 공급망 구축, 국내기업 없이 달성 불가

정명섭 기자공개 2024-11-21 07:47:39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산업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배터리 기업이다. "기후 위기는 허구"라고 외쳐온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친환경차에 제공되는 세액공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IRA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그러나 IRA 폐기 여부를 떠나 미국이 K배터리에게 '기회의 땅'인 건 유효하다.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북미에서 활약할 배터리 기업은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뿐이다. 대중 견제 강도를 높일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도 국내 배터리 기업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 대비 지원 폭이 줄어들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 유력하다는 점은 여전히 리스크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 조정, 비전기차 배터리 매출 확대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K배터리 수령 'AMPC', 폐지 검토 소식은 아직

국내 배터리업계에 드리운 IRA 폐지 공포가 현실화 한 건 지난 15일이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이 전기차 구입 시 제공하는 7500달러(약 1045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재집권의 일등공신으로 손꼽히는 미국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이를 지지했다. 테슬라도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전기차 경쟁사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어 장기적으로 테슬라가 웃을 것이라는 게 머스크 CEO의 생각이다.

IRA는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자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이와 별도로 현지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에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공한다. 배터리 셀의 경우 1kWh당 35달러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전자는 소비자 공제, 후자는 생산자 공제다.

현 시점에서 폐지가 검토되고 있는 건 전자인 7500달러의 소비자 공제다. AMPC를 손대겠다는 트럼프 당선인 측의 공식 발언은 아직 없었다. AMPC 폐지가 검토되는 최악의 상황은 아직 가정인 셈이다. 미국 생산시설 구축에 50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국내 배터리 3사가 일단은 안도한 이유다.

물론 7500달러의 소비자 공제가 사라지거나 줄면 미국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 것이 유력하다. 이 파장은 국내 배터리업계까지 번질 수 있다. 전기차 캐즘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AMPC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직접적 타격과 비교하면 덜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올 3분기까지 AMPC로 거둔 영업이익은 약 1조3000억원이다. AMPC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 배터리 기업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RA 세제혜택 권리를 조기에 매각해 현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IRA 권리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1973억원이다.

다음 시선은 소비자 세액공제 폐지가 AMPC 축소 및 폐지로 연결될 가능성에 쏠린다. IRA AMPC는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국 생산설비 확충을 유도해 현지에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세액공제 폐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만큼 세제혜택 폐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번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제로배출교통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IRA가 엄청난 일자리 증가와 새로운 경제 기회를 창출했고 '배터리 벨트(조지아·켄터키 등)'주에서 특히 그렇다"라며 "미국이 이런 일자리를 유치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그 목표와 일치된 청정차량 세금공제 같은 수요 신호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IRA상 세제혜택을 없애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폐지는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국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의 동의를 얻어야 법안 폐지가 가능한데 공화당이 얻은 의석 수는 아직 53석이다. 다만 IRA를 무력화하기 위한 예산 조정 시도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배터리 굴기' 견제할 기업은 K배터리뿐

그럼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게 국내 배터리 기업은 중요한 존재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막아줄 우군이라는 점에서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 정도만 남는다. 일본 파나소닉이 테슬라향 배터리를 주로 취급하는 것과 달리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극단적으로 IRA를 폐기한다고 가정해도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이 배터리 기업들의 주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정책 중 하나로 최대 보편관세 20%, 대중국 관세 60% 등을 예고한 상황이라 현지에 상당 수의 생산설비를 갖추거나 짓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북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더 큰 무역장벽을 세워주면 그 자체로 기회"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 IRA 제정 이전부터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설령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재정적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축소로 인해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건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 혹한기'를 버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투자 일정 연기 외에 비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 등이 거론된다. IRA 세제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통해 현지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에 대규모 ESS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고 자율주행로봇 플랫폼 기업 베어로보틱스에는 로봇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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