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은 시장에서는 딱 하나만 잘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단 압도적으로 잘해야 한다."최근 취재 중에 만난 벤처캐피탈(VC) 대표의 말이다. 패션과 뷰티, 소비재, 친환경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VC가 늘어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딥테크, 콘텐츠 등 그동안 국내 VC가 관심을 가져왔던 섹터와 한 발 떨어진 분야이다.
와디즈파트너스는 뷰티, 소비재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투자를 위해 지난 6월 첫 벤처펀드를 5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인베스트먼트는 패션 전문 VC를 표방하며 지난 4월 신기술금융사업자 등록을 마무리했다. 친환경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소풍벤처스는 지난 1월 VC 라이선스를 확보한 이후 공격적인 펀드 결성에 나서고 있다. 올해 펀드레이징 규모만 114억원에 달한다.
버티컬(특화) VC가 떠오르는 배경은 시장 상황과 연관이 깊다. 펀드레이징과 딜소싱 전반에서 투자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교적 경쟁이 덜한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국내 VC는 246개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버티컬 VC 사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무신사파트너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패션 전문 VC로 출범했다. 현재 패션 전문 벤처펀드 9개를 운용하며 운용자산(AUM)을 1400억원까지 불렸다. 커버낫, 디스이스네버댓, 마르디메르크디를 비롯한 굵직한 '스타 브랜드'를 포트폴리오로 담으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섹터 선점 효과'로 분석된다. 무신사파트너스는 첫 기관 투자자로 참여한 포트폴리오 비중이 80% 이상이다. 대부분 단독딜로 참여했다.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으로 좋은 기업을 선점한 것이 훗날 큰 수익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업계에서도 버티컬 VC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패션과 뷰티, 소비재, 친환경 등을 관심 투자 섹터로 설정하고 딜소싱에 나섰다. 지난해 86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벤처펀드를 결성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첫 투자처로 뷰티 스타트업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을 택했다.
소강섭 와디즈파트너스 대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투자만큼은 국내에서 최고로 잘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때로는 뾰족함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반드시 주머니를 뚫고 삐져 나온다. '용의 꼬리' 대신 '뱀의 머리'를 택한 VC들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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