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사업구조 재편]두산밥캣, 화끈한 주주환원 정책 가능할까PBR 0.67배로 저평가 상태…자사주 카드 꺼낼지 관심↑
이호준 기자공개 2024-09-05 08:16:2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3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주주친화 정책 기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최근 과매도 상태에 놓이는 등 주식 시장의 싸늘한 반응을 달랠 '당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두산밥캣은 배당성향과 수익률이 준수한 편에 속한다. 최근 2년간의 기록을 살펴보면 2022년에는 1845억원, 2023년에는 155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며 배당성향은 각각 21%, 17%에 이르렀다. 중간배당도 도입해 연 2회 배당을 진행하고 있다.
배당수익률은 2021년 2.9%에서 2022년 3.7%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도 3%대를 유지했다. 배당성향을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와 비교해 보면 두산밥캣이 더 높았고 배당수익률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배당수익률(2.7%)을 상회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에도 시장 저평가에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두산밥캣의 PBR(주가순자산비율)는 지난 수년간 0.7~0.9배 수준에서 형성돼 왔다. PBR이 1배 아래에 있다는 건 회사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접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돈보다 시가총액이 적다는 뜻으로 기업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동종업계 다른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에도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2일 기준 두산밥캣의 PBR은 0.67배로, HD현대인프라코어의 0.77배와 HD현대건설기계의 0.61배와 비교된다. 두산밥캣이 가장 탄탄한 수익성과 성실한 배당 기록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두산밥캣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배당의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두산밥캣은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을 만큼 캐시카우로서의 지위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받던 2020년 이후 모회사의 재정적 안정에 배당을 통해 기여해 왔다.
그러나 이는 두산밥캣의 전략적 결정이 그룹의 필요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모회사 지원에 치중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어 준수한 배당에도 시장이 보수적으로 보는 이유로 분석됐다.
이러한 관측은 이번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두산밥캣은 당초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가 될 예정이었다.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를 지원해 왔던 두산밥캣이 이번에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두산로보틱스에 곳간을 아예 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긴급 이사회에서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철회했지만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리돼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두산로보틱스가 아직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한 만큼 배당 창구로서의 역할은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두산밥캣이 제 가치를 어떻게 인정받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2일 기준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은 약 4조원으로,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5월 초의 6조원과 비교해 약 33% 낮아졌다. 특히 포괄적 주식교환 철회로 주식매수청구권 소멸에 따른 실망 매물이 쏟아진 지난 30일 이후에만 3000억원이 빠진 상황이다.
일단 탄탄한 실적을 뒷받침해 오던 업황은 둔화 중이다. 두산밥캣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366억원, 239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48% 감소했다. 주력인 북미 내 수요 둔화로 하반기 실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배당 외에 주주환원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두산밥캣은 그간 임직원 성과 보상을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 외에 주주환원책을 실행한 사례가 없었다. 앞서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자사주 15만6957주의 소각을 계획했으나 현재 이마저도 철회한 상태다.
다만 이렇게라도 시장에 자사주 활용 계획을 제시한 만큼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은 열렸다는 평가다. 이 경우 타이밍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을 분리하는 데 대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반대가 여전한 만큼 사업구조 재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야 자사주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계획은 합병 철회로 백지화된 상태"라며 "아직 논의 중인 자사주 활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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