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 찍은 메리츠, 하나증권 자기자본 넘어서나 첫 직접공모 방식으로 1400억 자본 확충……자기자본 6조 '눈앞'
백승룡 기자공개 2024-09-30 15:25: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7일 09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14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쌓았다. 당초 1500억원을 목표로 직접공모에 나섰지만 투자수요가 예상 대비 소폭 낮아 발행액을 조정한 것이다. 이번 자본 확충은 지난 6월 메리츠캐피탈 지원 여파로 낮아진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처다.이번 자본 확충으로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6조원 안팎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을 제치고 자기자본 기준 6위 증권사로 도약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 사모 방식으로 신종자본 찍던 메리츠증권, 첫 공모 발행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1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증권이다. 7년 뒤인 오는 2031년 9월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자율은 연 5.8%다. 그간 사모 방식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왔던 메리츠증권은 이번 처음으로 공모 방식을 택했다.
당초 1500억원 규모 모집에 나선 메리츠증권은 투자수요에 따라 최대 18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최종 발행금액은 1400억원으로 소폭 낮췄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별도의 주관사 없이 자체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직접공모 방식이었다. 발행액 조정이 이뤄지긴 했지만, 메리츠증권의 첫 직접공모 무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결과라는 평이 나온다.
가장 큰 성과는 콜옵션 행사 시점을 7년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성 증권은 만기가 5년 이내일 경우 자본 인정 비율이 매년 20%씩 감소한다. 다만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이 5년 이내의 자본성 증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콜옵션 행사 시점을 5년 뒤로 두곤 한다. 메리츠증권은 콜옵션 시점을 7년으로 설정하면서 향후 2년간 안정적으로 전액 자본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금리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의 선순위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로, 이번 신종자본증권 등급은 2노치(notch) 낮은 A0로 부여됐다. 이번 메리츠증권의 연 5.8% 금리는 이달 들어 A0등급으로 자본성 증권을 발행한 흥국화재 후순위채(6.3%), ABL생명보험 후순위채(5.9%) 등보다 낮은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이 올해 3월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 19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금리(6.5%)와 비교하면 70bp(1bp=0.01%포인트) 낮아졌다.

◇ 낮아진 NCR 개선…자기자본 6조원대 올라서면 하나증권 제칠 듯
메리츠증권의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자본적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6월 완전 자회사 메리츠캐피탈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대출참가계약을 통해 메리츠캐피탈의 300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인수하는 등 전격 지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NCR은 지난해 말 1588.9%에서 올 상반기 말 1136.4%로 낮아졌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선호하는 ‘조정 NCR’(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은 같은기간 175%에서 157%로 급감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6조원대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8783억원 수준이었다. 3분기 중 특별한 손실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 1400억원의 투입으로 자기자본이 6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2021년 말 5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3년여 만인 이번 3분기, 늦어도 4분기께 또 한 번 앞자리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이는 국내 증권사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수준의 변화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기준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는 △미래에셋증권 9조5303억원 △한국투자증권 8조5515억원 △NH투자증권 7조1459억원 △삼성증권 6조6084억원 △KB증권 6조4911억원 △하나증권 5조9060억원 △메리츠증권 5조8783억원 등 순이었다. 메리츠증권이 이번 자본 확충으로 하나증권보다 먼저 6조원의 고지를 넘게 되면 미래에셋, 한국투자, NH, 삼성, KB에 이은 6위 증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자기자본 규모가 불어나고 있는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도 준비 중이다. 올해 상반기 초대형 IB 진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이사회 산하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는 등 초대형 IB 인가를 앞두고 내부통제 정비가 한창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관련 준비가 갖춰지는 대로 초대형 IB 신청에 나설 것”이라며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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