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사외이사]기본 조건은 미국 박사…유일한 고졸 사외이사는 누구③가스공사 성시헌 사외이사 서울대 중퇴, 기업은행·오리온 서울대 선호
이돈섭 기자공개 2024-10-10 08:17:48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이사회를 누가 어떻게 구성하고 있느냐에 따라 사업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 더벨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 면면을 들여다보고 그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 시총 상위 100개 기업 781명 등기이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령대는 어떤 분포를 그리고 있는지 각 이사들의 커리어는 어떤 행보를 기록했는지 들여다봤다. 한발 더 나아가 주요 기업 이사회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08: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진입하려면 현직 교수가 아니더라도 박사 학위는 필수다. 코스피 상장사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에 진입한 사외이사의 절반이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50% 이상이 해외 소재 대학에서 공부를 마쳤다.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들이 이사회에 대거 진입한 것과 맞물린 결과다.석사와 학사 학위를 소지한 사외이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직 출신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고학력 인물들이 주로 이사진으로 기용되는 흐름 속에서 고졸 출신의 사외이사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가스공사의 성시헌 사외이사다. 춘천고 출신의 성 이사는 서울대를 중퇴하고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경우다.
◇ 박사 학위 소지자 전체 절반…유일한 고졸에 성시헌 사외이사
올 상반기 말 코스피 상장사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외이사 448명의 면면을 분석한 결과,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는 사외이사는 254명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사외이사 2명 중 1명이 박사 학위를 가진 셈이다. 같은 학위를 두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외이사도 있었는데 이 경우 최근 취득한 학위 내용을 반영했다.
박사 학위 취득자 대부분은 현직 대학교수가 아니더라도 과거 교수 재직 경험이 있고 고위 공무원 이력도 갖고 있었다. 과거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강호인 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SK스퀘어와 GS건설 등 상장기업에서 행정과 경제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외이사로 기용돼 있다.
이 밖에 과거 경제부총리 등으로 일한 유일호 전 부총리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수 출신으로 삼성생명과 효성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원으로 활약한 전순옥 HD현대일렉트릭 사외이사와 윤상직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는 각각 영국 워릭대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사외이사 448명 중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는 이사는 114명으로 파악됐다. 박사 학위 소지자 대부분이 대학교수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석사 학위 보유자는 기업인과 변호사, 회계사 등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 많았다. 연세대 심리학과 석사 출신의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삼성SDI와 하이브에서 ESG 분야의 사외이사로 기용됐다.
고졸 출신의 사외이사도 눈에 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성시헌 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이다. 춘천고 출신 성 전 원장은 서울대를 중퇴하고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경우로 최종학력을 고졸로 분류했다. 가스공사는 성 전 원장이 오랜 기간 공공분야에 재직해 공공행정 전문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미국 아니면 서울대 필수…기업은행·오리온 집중 기용
사외이사들이 학위를 취득한 대학은 절반 이상이 해외 소재 학교였다. 해외 대학 학위를 보유한 사외이사는 241명으로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었다. 이 가운데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사는 167명으로 해외 학위 소지자에서 69.3%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 대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사외이사가 66명(27.4%), 학사 소지 사외이사가 8명(3.3%)이었다.
사외이사들이 박사 학위를 가장 많이 취득한 해외 대학은 미국 하버드대였다. 하버드대에서 최종 학위를 받은 사외이사는 모두 14명, 두산에너빌리티 소속의 판사 출신 이준호 변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강율리 변호사 등 하버드대 학위를 보유한 사외이사 상당수가 법학 관련 학위(8명)를 딴 점도 특징 중 하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졸업 비중도 높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멤버인 이창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부터 현대글로비스의 윤윤진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조교수까지 13명 사외이사들이 이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스탠포드대(12명)와 일리노이대(9명), 미시건대(9명), 펜실베니아대(8명) 등 비중도 컸다.
국내파의 경우 서울대 비중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서울대에서 최종학위를 취득한 사외이사는 72명,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한 사외이사 204명 중 3분의 1 비중에 해당하는 수치다. 서울대 학사 학위 보유자가 27명이었고 박사 학위가 26명, 석사 학위가 19명이었다. 연세대와 고려대 최종 학위 보유자가 각각 28명으로 14.2% 비중이었다.
서울대 출신 사외이사를 집중 기용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의 등기이사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데 정소민·이근경·전현배 사외이사 3명이 모두 서울대 학사 학위 보유자들이다. 오리온의 사외이사 3명 모두 역시 최종 학력으로 모두 서울대(학사 2명, 석사 1명)로 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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