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리밸런싱 속도' 현대제철, 곳간 더 비축할까보유 현금 2조…현대IFC 순자산가치 3348억, 미래 투자 재원 활용 가능성
이호준 기자공개 2024-10-21 11:09:08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8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의 최대 고민은 '수익성'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에 시달리면서 현대제철의 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5111억원에서 올해 335억원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국내 건설경기 부진도 이어지면서 3·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현대제철은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개편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2조원에 달하는 현금 보유고에 만족하지 않고 자회사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며 미래 대비를 위한 재무 체력을 키워놓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상반기 순손실 427억…철강 4사 중 유일
보유 현금으로 볼 때 현대제철은 모자람이 없다. 2018년 말 9243억원에서 이듬해 말 1조원을 넘었고 다시 1년 만인 2020년 말엔 2조4210억원까지 늘었다. 이후에도 비슷하게 유지돼 올해 상반기 말 2조650억원의 현금을 보유했다.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업황이다. 중국 철강 업체들이 자국 수요 감소로 인해 자국산 제품을 저가로 해외에 내보내고 있는데 현대제철이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게다가 건설업 부진으로 봉형강 부문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 자회사들의 상황도 쉽지 않다. 가령 자산총계 7257억원에 달하는 현대스틸파이프는 올 상반기 순손실이 약 427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인도법인(Hyundai Steel India)도 110억원, 현대종합특수강도 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밖에 2020년 4월에 분리된 단조 사업 회사 현대아이에프씨는 95억원, 현대비앤지스틸은 165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손실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각각 5827억원, 8200억원 규모의 자산 덩치에 비해선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친다.
자회사들마저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말 약 3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4985억원)에 한참 뒤처질 뿐만 아니라, 중견 철강업체인 동국제강(522억원), 세아제강(562억원)보다도 낮은 유일한 손실이다.
◇현대IFC 등 매각 검토…순자산가치 수천억, 미래 대비 전망
현대제철의 재무 상황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진행 중인 '경쟁력 강화 진단' 작업 때문이다. 삼정PwC가 현대제철의 전반적인 리밸런싱을 주관, 본사 및 자회사들의 수익성 검토와 재편 방안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벌써 여러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IFC는 이미 수요 조사가 시작된 상태다. 현대스틸파이프와 현대종합특수강 등 회사 전반에 부실을 쌓고 있는 자회사들도 정리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에 대한 과감한 정리가 현실화된다면 회사의 유동성이 더욱 좋아질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말 순자산가치로 살펴본 현대IFC의 몸값은 3348억원, 현대스틸파이프와 현대종합특수강은 각각 4123억원, 5580억원이다.
이 자금은 미래 투자 재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에너지산업용 소재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주로 해외에서 추진되는 만큼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해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여러 자회사들을 두고 시장의 수요 등을 살펴보고 있다"라며 "다만 이는 경쟁력을 진단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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