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와 패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금줄인 증권사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제 공공연한 위너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예상치 못한 불똥이 튄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증권업의 롤은 하나인데 손에 쥔 결과물의 온도차가 크다.승자를 잘못 고른 탓이 아니다. 이 빅 이벤트에서 잭팟을 터뜨린 NH증권과 한국증권은 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이라는 상반된 편에 섰던 증권사다. NH증권은 조단위 브릿지론을 도맡아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챙겼고 한국증권도 고려아연 주식 16만여주를 주가 폭등 시기에 모두 팔아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머쥐었다.
누구 편에 섰느냐보다 중요했던 건 이 딜을 얼마나 아느냐였다. MBK측과 워낙 가까운 관계인 NH증권은 공개매수가 전략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큰 그림과 내막에 접근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매수가 인상에 맞춰 1조6000억원 가까운 거금을 즉각 계좌에 입금할 정도로 리스크 관리에 확신을 가졌다.
한국증권은 고려아연 경영진과 지분 보유(전략적 제휴)라는 물리적 연결고리를 가진 하우스였다. IB업계에서 최 회장측이 여느 증권사를 마다하고 먼저 속내를 꺼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한국증권의 최종 선택은 엑시트였으나 개인 회사(모회사 한국금융지주 상장)가 아닌 이상 최대 이익을 꾀하는 게 불가피했다.
당시 IB 사이에서는 한국증권이 최 회장측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내밀하게 관여된 건 분명해 보였으나 자사주 공개매수의 주관사로도, 돈줄로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만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직접 처리한 당사자였다면 대대적 주식 처분이 또 다른 파장을 일으켰을 수 있다.
여기에 시장에 충격을 준 유상증자의 후폭풍까지 피했다. 그러나 한국증권 대신 총대를 멘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유증 수수료를 받지도 못한 채 뒷수습에 애쓰고 있다. 따지고 보면 두 증권사는 경영권 분쟁의 서막부터 깊숙하게 참여한 하우스가 아니다. 말 그대로 증권 업무만 담당하는 사무 취급사였으나 오히려 뒷감당을 해야하는 처지다.
MBK파트너스는 행동주의펀드가 아니라 수익 극대화가 목표인 대표적 사모펀드 운용사다. 하지만 바이아웃 투자에서 거버넌스를 중요 테마라고 언급하기 시작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을 없애는 게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실증을 얻은 덕분일 듯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대박을 터뜨릴 딜이 계속 이어지기를 고대할 것이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역시 크게 데인 공개매수 딜에서 아예 등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혹시라도 떠들썩한 이슈에 일단 트랙레코드를 쌓자는 심산으로 뛰어드는 건 곤란하다. 진짜 승자인 증권사처럼 긴 호흡으로 내밀히 접근하는 게 한 쪽이 죽고 사는 경영권 전쟁에 뒤따르는 돌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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